피트니스 열풍, 부산만 헬스장 740곳...몸매 가꾸기, 젊음 유지, 살 찌우기까지 이유도 다양 / 이민재 기자
자극적인 음식들이 넘쳐나고 규칙적인 생활 습관을 가지기 힘든 시대를 맞아 우리나라 비만율이 점점 높아지고 있다. 한 언론은 지난해 19세 이상 성인의 비만율은 34.8%로 2015년의 33.2%보다 높아졌다고 보도했다. 비만율이 높아진 만큼 다이어트나 자기 관리에 대한 관심도 같이 높아지고 있다.
그래서 헬스장을 찾는 사람들도 늘고 있다. 바야흐로 대한민국은 헬스장 천국이다. 부산 지역에만 740곳의 헬스장이 성업 중이다. 과연 헬스장에는 어떤 사람들이 오고 무슨 이유로 운동할까? 부산시 해운대구 좌동에 위치한 ‘A 피트니스’를 찾았다.
장소가 헬스장인 만큼 살을 빼러 오는 사람들이 다수를 차지한다. 손소라(29, 부산시 해운대구) 씨는 살이 찌는 바람에 옷이 안 맞아 운동을 시작했다. 혼자 하면 의지 박약이라서 자신이 없었던 손 씨는 회사 동료 5명과 내기를 했다. 현재 체지방량이 31%인 손 씨는 이를 18%까지 줄이는 게 목표다. 이 목표에 실패하면 내기에서 지고 벌금 80만 원을 내야 한다. 손 씨는 “80만 원이 걸려있는데 무조건 살을 빼야 한다”며 열심히 헬스 기구를 들었다 올렸다 했다.
몸매가 완벽하게 변하는 것이 인생 버킷리스트라는 백두산(32, 부산시 해운대구) 씨는 헬스장에 등록한지 한 달간 10kg을 감량했다. 그는 급격하게 불어나는 살을 보며 자극을 받아 운동하기 시작했고, 10kg을 뺀 지금은 자신이 변화하는 모습에 더 자극을 받아 더 열심히 운동하고 있다. 백 씨는 그동안 하지 않던 식단조절이 힘들었고 운동을 할 때면 근육통으로 고생도 했지만, 자신의 목표에 도달하는 것을 볼 때마다 기분이 좋다. 백 씨는 “살이 빠지니까 점점 운동이 재밌어지고 옷에도 관심이 가서 32%이던 체지방량을 8%까지 꼭 줄일 거다”라고 말했다.
헬스장에는 살을 빼기 위해 운동하는 사람이 많지만, 살을 찌우기 위해 운동하는 사람도 있다. 태어날 때부터 마른 체질이었던 장동준(23, 부산시 해운대구) 씨는 몸이 건강하지 않았다. 군대에 갔다 오면 건강해질 것으로 생각했지만 제대 후에도 달라지는 건 없었다. 건강과 더불어 자신의 마른 몸이 보기 싫었던 장 씨는 그때부터 헬스장에서 운동하기 시작했다. 운동을 하나도 할 줄 몰랐던 장 씨는 무작정 헬스장 이용료를 끊고 운동을 시작했다. 운동한 지 1년이 지난 지금 장 씨에게는 많은 변화가 있었다. 키 176에 50kg이던 몸무게가 1년 사이 74kg로 증가했다. 장 씨는 여기서 멈추지 않고 80kg을 목표로 잡고 있다. 장 씨는 “살을 찌워야 해서 근력 운동과 동시에 많은 양을 먹는 게 힘들었지만, 지금은 하루에 4, 5끼는 먹어야 좀 먹은 것 같다”라고 말했다.
헬스장인 만큼 전문적으로 운동해서 피트니스 대회나 바디 프로필(건장한 육체 사진을 촬영하는 것)을 준비하는 사람도 있다. 김현승(26, 부산시 사하구) 씨는 올해 12월 '바디 프로필'을 찍기 위해 몸을 선명히 만들려고 3개월째 노력 중이다. 김 씨는 평소에 마라톤이나 러닝 등 운동을 좋아했다. 김 씨는 12월에 예쁘게 촬영될 나올 몸을 위해 힘들게 운동한다. 김 씨는 “친구가 전문적으로 가르쳐줘서 서로 의지하며 자기만족을 위해 버티는 중이다”라고 말했다.
김 씨를 전문적으로 가르치고 있는 강한별(26, 부산시 해운대구) 씨 자신도 피트니스 대회를 나가기 위해 체력을 증진하고 있다. 체육학과를 졸업한 강 씨는 운동만 5~6년을 했는데 그런 그도 처음에는 보디빌딩 운동을 하나도 몰랐다. 근육을 단련하는 법도 몰랐고, 식단은 어떻게 조절해야 하는지도 알지 못했다. 자신의 몸에 만족하지 못해 무작정 체육수습생을 모으는 센터에 가서 운동을 배웠고 그것이 강 씨의 진로이자 꿈이 됐다. 강 씨는 “운동은 이제 내 삶의 반이라 포기할 수 없다”라고 말했다.
젊은 사람들 대부분이 운동은 자신의 꿈이고 멋진 몸매를 가진 자신을 위해 운동을 하지만, 나이로 인해 축처진 몸내에 활력을 불어 넣고 건강을 찾고자 하는 사람도 있다. A 피트니스에서 6개월째 운동 중인 피향남(51, 부산시 해운대구) 씨는 몸 군데군데에 통증이 많았다. 어깨를 움직이면 아팠고 허리통이 심했다. 피 씨는 어느덧 50대라 몸이 이렇게 된 게 아닐까 생각해 피트니스를 찾았다. 시작 초기에는 몸이 움직이질 않아 수업을 못 따라갈 정도였다. 피 씨는 꾸준히 수업에 임했고, 그 결과 6개월이 지난 지금은 어깨를 자연스럽게 움직일 수 있게 됐고 허리통증도 많이 줄었다. 피 씨는 “근육이 생기면서 젊음을 되찾은 느낌”이라고 말했다.
좋지 않은 생활습관으로 건강이 나빠진 사람들도 피트니스를 찾는다. 나이가 많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종일 직장 일로 바쁘고 직장에서 받은 스트레스를 자극적인 음식으로 찾다 보니 건강이 나빠지는 건 당연한 일이다. 무지외반증과 심한 거북목을 앓고 있던 조소현(27, 부산시 해운대구) 씨는 직장을 다니면서 자신의 걸음걸이가 나빠지는 것을 느끼고 올바른 방법으로 고치기 위해 운동을 시작했다. 조 씨는 식단조절과 병행하며 3개월가량 운동했다. 그 결과 자세가 많이 교정됐으며 걸음걸이도 눈에 띄게 좋아졌다. 조 씨는 “트레이닝을 받으면 포기하고 싶어도 해야 하는 압박감이 있어서 바른 자세와 걸음걸이를 되찾게 됐다”고 말했다.
해운대 장산역에 있는 피트니스 수는 대략 서른 군데다. A 피트니스에 있는 회원 수는 850명 정도 된다. 대략 해운대 지역에만 수천 명이 운동하고 있다는 얘기다. 헬스장마다 차이가 있지만 대략 헬스 비용은 3개월을 끊으면 한 달에 5만 원, 1년을 끊으면 한 달에 3만 원 정도다. 이곳에서 운동을 시작한 지 한 달 된 황원준(24, 부산시 해운대구) 씨는 이곳이 합리적인 가격이 부담이 되지 않아 헬스장에 등록했다. 다른 회원인 이병석(23, 부산시 해운대구) 씨는 "헬스장 트레이너들이 회원들에게 친절하고 체계적으로 잘 지도해줘 큰 도움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예전에는 스피닝(자전거 형태의 기구를 이용한 운동)이 인기가 많았다. 하지만 지금은 여성들이 살을 빼면서 동시에 바디 라인을 돋보이게 하려고 필라테스(반복동작으로 몸의 균육을 강화하는 운동법)와 퍼스널 트레이닝(개인지도)이 추세가 됐다. 이에 맞춰 회원들은 전문적인 트레이너를 많이 찾고 있다. A 피트니스의 트레이너이자 팀장인 노선환(34) 씨는 규칙적인 생활이 힘든 세상에 생활습관병으로 불리는 대사증후군이 사람들이 가장 살찌는 이유라고 지적했다. 또 노 씨는 요즘 사람들이 자극적인 음식들에 노출돼 비만이 도어 간다고 설명한다. 노 씨에게 다이어트는 단순히 사람들이 원하는 체중계의 숫자를 바꿔주는 것이 아니라, 몸의 균형을 맞춰주는 일이다. 노 씨는 “다이어트는 살찌는 세상에서 자신의 몸과 정신을 동시에 바꿔주는 일”이라며 운동의 중요성을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