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투고/시민발언대] 울산시 울주군 정혜정
내가 생각하는 우리나라 교육제도의 가장 큰 문제점은 수능을 위한 지식만을 가르치는 것이다. 우리나라 대부분의 학생들이 초·중·고등학교 약 12년 동안 수능만을 바라보고 달려온다. 하지만 12년이란 세월이 무색할 만큼 실생활이나 대학 강의에서는 쓰이지 않는 지식들이 즐비하다. 이러한 이유 때문인지, 대학생들이 수능을 치른 학생들에게 ‘네가 생각한 대학과 거리가 멀 수 있다’는 조언을 해주는 것을 우리는 심심치 않게 들을 수 있다.
대학생들이라면 대학교에 갓 입학한 새내기의 설렘이 기억날 것이다. 그리고 갑작스레 높아진 수준의 수업을 들었을 때의 당황스러움 또한 생생히 기억날 것이다. 과를 불문하고 학기 초반에는 적성이 맞지 않거나 본인이 생각한 수업이 아니라는 이유로 수능을 한 번 더 준비하는 학생들이 적지 않게 있다. 하물며 졸업을 두고 전과를 하는 학생들도 우리는 흔히 볼 수 있다. 이러한 사례 또한 주입식 교육을 강행하는 우리나라 교육 제도의 폐해가 아닐까?
나는 수능을 두 번 치렀고, 그 때문에 두 대학교를 다녀보았다. 첫 번째 학과는 화학공학과였고, 현재는 커뮤니케이션학부에 재학 중이다. 두 과는 상반되는 성격을 지니고 있다. 고등학생 때 이과로 진학하면서 수학과 화학은 나에게 정말 자신 있는 과목이었다. 하지만 전공 책을 펼쳤을 때 처음 보는 문자들이 빼곡이 채워져 있었고, 그 때의 충격은 나를 한 번 더 수능을 보도록 만들었다. 단도직입적으로 말해서 12년 교육과정 동안 뼈를 갈며 공부한 지식이 대학 첫수업부터 무용지물이었다.
고등학생들에게 이러한 좌절감을 심어주는 교육 방식을 계속 강요한다면, 훗날에는 수능완성이나 수능특강만 풀 줄 아는 ‘헛똑똑이’들만 있을 것이다. 수험생들도 지긋지긋한 문제들에서 벗어나 소설책 또는 진학하고 싶은 학과 상식을 서술한 책을 읽기를 원한다. 하지만 대부분의 고등교사들은 ‘수시 합격하면 읽어라’, ‘수능 끝나면 읽어라’라며 책을 보는 행동마저 눈치를 보도록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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