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11-01 16:59 (금)
영화<'악의 연대기>를 보고
상태바
영화<'악의 연대기>를 보고
  • 부산광역시 해운대구 이슬기
  • 승인 2015.06.11 09:2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영화 <악의 연대기>는 특급승진을 앞둔 경찰에서 살인자로 하루아침에 운명이 바뀌어 버린 주인공 최창식(최 반장)의 이야기다. 최 반장은 자신을 납치해 죽이려던 괴한과 싸우다 우발적 살인을 저지른다. 사건현장에서 자신의 흔적을 지우고 도망치지만 다음날 경찰서 앞 크레인에는 보란 듯이 그 날의 시체가 걸려있다. 사건은 한순간에 전 국민이 주목하는 살인사건이 되었고 전날 자신이 한 일을 덮기 위해 주인공 최 반장은 사건을 조작하기 시작한다. 또 그는 자신이 말려든 사건의 배후를 알아내기 위해 혼자서 은밀한 수사를 시작한다.

은닉

사건의 진상을 감추려는 최 반장의 눈빛연기는 관객들을 숨죽이게 만든다. 무엇인가를 남들이 모르도록 한다는 것은 그 자체만으로 심장 떨리는 일이다. 게다가 영화의 살인사건은 온 국민이 주목하고 있는 사건이었다. 밀행 중인 주인공의 심리를 관객들에게 전하기 위한 배우 손현주의 섬세한 연기는 정말 인상적이었다. 하나의 거짓을 감추기 위해서 우리는 또 다른 여러 거짓을 만들어 내야한다. 한순간을 모면하기 위해 무언가를 감춘다면 이 영화에서처럼 더 깊은 구렁텅이에 빠질 수도 있다. 최 반장은 하나의 살인을 덮기 위해 또 다른 살인을 하게 되고 결국 감당해야할 죄의 무게는 더 커진다.

욕심

그가 사건의 은폐를 고민하고 있을 때 결정적으로 결심을 하게 된 것은 서장의 전화 한통 때문이다. 특급승진을 앞두고 있었기 때문에 그는 끝내 살인현장에서 자신의 흔적을 지우고 빠져나가는 선택을 할 수밖에 없었다. 순간의 선택을 좌우시킨 승진을 향한 욕심은 처참한 결말을 만들어낸다. 한순간에 그동안 쌓아온 모든 것이 무너진다는 것을 누가 두려워하지 않을 수 있을까? 하지만 결국 그 갈림길에서 주인공의 선택은 주변사람들까지 해치게 된다. 인간과 욕심은 떼어내려야 뗄 수 없는 숙명적인 관계이다. 이 영화에서는 최 반장의 욕망과 양심사이의 갈등을 잘 보여준다. 나라면 어떤 선택을 했을까 자연스럽게 고민하게 만드는 장면이었다.

동성애

극중 살인사건에 연루된 김진규라는 인물은 동성애자에 마약중독자이다. 진범을 향한 헌신적 사랑이 그를 살인에 가담하게 했고 그 사랑은 동성애 감정이었다. 이제 동성애는 미디어에서 심심치 않게 다뤄지고 있으며 더는 낯선 주제가 아니다. 하지만 영화 전반적으로 그가 동성애감정으로 인해 살인사건에 가담했다는 것은 스토리상 매끄럽지 않다는 느낌을 받았다. 갑자기 뛰어나온 ‘동성애’라는 주제는 영화를 보는 중 고개를 갸웃거리게 만들었다.

복수

영화의 첫 장면에서는 아버지를 끌고 가는 경찰을 원망과 분노의 눈초리로 바라보고 있는 아이가 나온다. 한 눈에 봐도 그의 아버지는 몸이 불편해 보였지만 경찰은 거칠게 그를 끌고 간다. 그 장면만 봐도 이 아이가 나중에 커서 경찰들에게 복수를 하겠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었다. 영화를 보는 내내 영화에 나오는 인물 중 원망 섞인 눈을 한 아이는 누구일지를 추리하는 재미는 쏠쏠하다. 하지만 이 영화에서 이 아이의 복수는 이해가 안가는 부분이 많았다. 나는 마지막에 밝혀지는 반전에서 또 한 번 의문이 들었다. 과연 그 아이는 복수심을 가질 자격(?)이 있었을까. 내가 그 아이였다면 자기 자신을 미워하고 평생 저주했을 것 같다. 혹 자신을 향한 분노가 경찰에게 옮겨진 것일 수도 있을 것이다. 나는 사실 평생 복수만을 위해 살아온 아이가 측은하게 느껴지기도 했다. 이 영화는 반전을 위해 만들어 졌다고 해도 무방할 정도이다. 반전에 반전을 더해 전혀 생각지도 못한 스토리가 계속해서 이어진다. 기본적으로 추리, 스릴러 영화에는 반전의 요소가 항상 존재한다. 하지만 아쉬웠던 것이 있다면 악의연대기는 그 반전을 만들어 내기위해 억지로 스토리 속에 뭔가를 끼워 맞춘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는 것이다. 반전은 영화에서 흥미를 주는 요소지만 흐름이 어색하다는 느낌을 받으면 거부감이 들기 마련이다. 작년에 흥행했던 <끝까지 간다>(2014)의 제작진과 배우 손현주가 손을 잡았다는 것만으로도 <악의 연대기>는 믿고 보는 영화라고 알려졌다. 예상치 못한 반전과 주연배우들의 눈빛연기가 사람들을 숨죽이게 만들기는 했지만, 나는 영화의 스토리상 납득이 되지 않는 부분이 있어 아쉬웠다. 하지만 주연 배우들의 탄탄한 연기와 연출은 영화를 보는 내내 긴장의 끈을 놓지 못하게 만들었다. 범죄, 스릴러 영화로서의 <악의 연대기>는 충분히 매력이 있다고 생각한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