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작권자 © CIVICNEWS(시빅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SBS 런닝맨의 중국판 <달려라 형제> 시즌2가 지난 4월 방영을 시작했다. <달려라 형제>는 절강위성TV가 런닝맨의 포맷을 수입해 SBS와 공동 제작하는 프로그램으로 지난해 10월부터 현지에서 방송되어 최근 방영분이 시청률 5%를 돌파했다. 현지에 뜨거운 반응과 함께 SBS 는 절강위성TV와 광고 수익을 나눠가지게 됐다. 포맷이 무엇이기에 이렇게 사람들이 열광하고 또 방송사로 하여금 돈을 벌어다 주는 걸까.
텔레비전 프로그램 포맷 창작론은 2010년 2월 출간된 책이다. 본 책의 저자인 홍순철 SBS 편성전략 본부장은 한국예술종합학교 방송영상과 교수로 재직 당시 2년의 걸쳐 진행된 디지털 콘텐츠 포맷팅 연구개발사업의 결과물을 바탕으로 본 책을 출간 했다. 저자는 포맷은 일련의 규칙이고, 스포츠 경기와 똑같다고 이야기한다. 축구 경기를 예를 들며 “경기에는 극적인 요소를 담보하는 일련의 규칙이 있고, 그래서 골은 가치가 있다. 사람들은 축구에 일련의 규칙이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지만, 그 규칙에 대해서는 그다지 크게 신경 쓰지 않는다. 그저 규칙을 끌어다놓고 스펙터클한 광경을 지켜볼 뿐이다. 그게 바로 포맷이다.” 라고 정의한다.
2011년 책을 구매했던 나는 4년이 지나서야 자세히 이 책을 읽어보게 됐다. 그 계기는 지난 5월 벡스코에서 열린 부산콘텐츠마켓 행사 중 하나인 BCM 아카데미에 참석했기 때문이다. 올해 BCM 아카데미에서는 국내 방송사 포맷 비즈니스 담당자들을 초청해 방송 콘텐츠의 포맷 기획과 제작, 유통에 이르는 전 과정을 심도 있게 알아보는 시간을 마련했다. 아카데미를 통해 포맷의 가능성을 새삼 실감한 나는 다시금 책을 펼칠 수밖에 없었다.
다소 딱딱한 내용으로 이루어져있지만 본 책은 국내 포맷의 역사와 세계 포맷 시장의 흐름, 포맷 비즈니스가 어떻게 이루어지고 있으며, 그 안에서 일어나는 저작권 문제는 어떠한 것이 있는지 포맷 산업 전반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해준다. 만약 포맷, 특히 예능 프로그램 포맷에 관심이 있는 분이라면 이 책을 읽어보면 많은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포맷을 판매하는데 필수적인 요소인 바이블에 대한 설명도 나오는데 어렸을 때 게임을 사면 함께 있는 게임설명서와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책에는 나와 있지 않지만 런닝맨을 예로 들면 런닝맨에 나오는 모든 요소들 (자막, CG, 게임 룰, 출연자의 케릭터별 특징 등)을 게임 설명서처럼 매뉴얼화하는데 그것이 바이블이다. 포맷 비즈니스란 이 바이블에 차등을 두고 그것을 팔아 돈을 번다는 이야기이다. 역으로 우리 또한 이 포맷을 사다 프로그램을 만들기도 한다. KBS에서 방영되는 <1대 100> 프로그램은 네덜란드에 TV 프로그램 제작사인 엔데몰 사에서 포맷을 사다 만들었다.
책을 읽으며 한편으로는 포맷 비즈니스에 대한 거부감도 들었다. 그 이유는 프로그램을 산업의 측면으로, 교역과 거래의 물품으로 바라보기 때문이다. 나는 많은 현업 종사자들이 내가 만든 프로그램이 세상이 좀 더 나아지는데 보탬이 된다는 믿음을 가지고 만들고 있다고 생각 한다. 프로그램을 만드는 사람들의 순수한 제작 의도가 숫자로 환산되는 불편함이 들었다.
점점 본방 시청률이 떨어지고 지상파가 플랫폼으로서 역할이 약해지고 있는 시점에서 수익을 창출해야하는 방송사로서는 포맷 비즈니스는 분명 블루 오션이며 돌파구가 맞다. 하지만 창작자가 프로그램을 만들면서 인간의 대한 고민과 사유 없이 해외에서 성공한 포맷이니까 하며 무작정 사와서 만드는 것은 지양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또한 무분별한 포맷 수출은 평준화를 가져와 결국 우리나라 포맷의 독창성을 잃게 만들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