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국인 관광객 수 지난해 사상 최고 1358만 명 기록...정작 주민들은 시큰둥 / 제정은 기자
2017년 6월 가수 이효리, 이상순 씨 부부가 사는 제주도 집에 민박을 차리면서 아르바이트생, 고객들과 함께 어울리며 벌어지는 일을 카메라에 담은 리얼리티 쇼인 <효리네 민박>이 JTBC에서 방영돼 전국을 강타했다. JTBC 역대 예능 프로그램 중 최고 시청률을 기록하며 2018년에는 시즌 2까지 방영됐다. 연예인 부부가 실제 사는 집에서 민박을 한다는 점과 유명 연예인을 아르바이트생으로 고용한 것, 시청자가 직접 신청해 민박할 수 있다는 신선한 소재로 인기를 끌었다.
예능 프로그램 <효리네 민박>이 시청자들에게 인기를 끌면서 국내 여행객들의 발길도 사로잡았다. 방송에 제주 관광지와 유명 연예인의 제주도 거주가 대중매체를 통해 빈번하게 노출되면서 관광객 증가로 이어진 것이다.
8일 한국은행 제주본부는 홈페이지를 통해 <효리네 민박>을 중심으로 ‘제주 거주 유명인 방송 노출이 제주 관광에 미치는 영향’을 발표했다. 조사에 따르면, <효리네 민박> 방송 후 방송에 노출된 관광지의 포털 사이트 검색 빈도수와 관광객이 급격하게 증가했다.
<효리네 민박>에 등장한 관광지인 한담해안산책로, 사려니숲길 등은 방송 직후 검색 빈도수가 방송 전보다 최대 5배 이상 급증했다. 특히 궷물오름, 금오름, 곽지해수욕장, 천왕사는 방송 전 인지도가 거의 없었던 관광지였으나, <효리네 민박>에 반영되면서 검색빈도가 급증해 전국적으로 인지도가 크게 상승했다.
<효리네 민박>을 통해 드러난 제주도의 긍정적 이미지와 관광명소에 대한 인지도 상승이 제주여행에 대한 관심을 불러일으켰고, 제주도 관광객 증가까지 끌어냈다. 제주관광협회의 제주도 내국인 관광객 수 추이에 따르면, <효리네 민박>의 방송 기간(2017년 6월~2018년 5월) 중에는 제주도 내국인 관광객 수가 사상 최고 수준인 1358만 명을 기록했다.
제주 관광객 증가에 이어 제주지역 경제까지 파급효과를 불러일으켰다. 한국은행 제주본부는 <효리네 민박> 방송에 따른 관광객 증가로 제주지역 내 총 5419억 원의 지출액이 발생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산업별로는 음식업 및 주점업이 1296억 원으로 가장 컸고, 숙박업(1206억 원), 항공운송업(1151억 원)이 뒤를 이었다.
제주도를 방문하는 국내 관광객들이 증가하면서 중국의 사드 보복으로 주춤했던 관광지들이 살아나 관광업계에서는 환영했다. 그러나 관광객 증가로 제주도 주민들의 불만도 잇따랐다. 제주도에 사는 추나은(22, 제주도 제주시) 씨는 “원래는 제주도에 외국인들이 더 많았는데 <효리네 민박> 방영 후에는 국내 관광객들이 많아졌다. 잘 알려지지 않았던 관광지, 카페들도 활성화돼 좋다. 그러나 관광객들이 몰리면서 주차 문제나 혼잡해진 시내들이 조금 불편하긴 하다”고 말했다.
<효리네 민박>에 등장한 가수 이효리, 이상순 씨는 자택에 무단 침입하는 관광객 때문에 피해를 당했다. 실제 <효리네 민박 시즌 2> 방송 후, 가수 이상순 씨는 SNS를 통해 “집을 들여다보는 관광객들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며 “더 이상의 사생활 침해는 하지 말아주길 부탁한다”고 고통을 호소하기도 했다. 관광객들이 호기심 삼아 제주도 자택에 방문하면서 소길리 주민들과 이효리, 이상순 부부에게 큰 피해를 입혔다. 이들 부부는 지난해 7월 신혼집이었던 제주도 자택을 JTBC에 매각했다.
제주도를 여행하는 국내 여행객들도 불만이 많다. 최근 1월 제주도 여행을 다녀온 박희수(21, 경남 진주시) 씨는 “가는 식당마다 손님이 많았다. 밥을 먹으려면 기본 40분은 기다려야 해 불편했다. 제주도 여행객이 갈수록 증가하고 있지만, 대중교통은 여전히 불편해 개선할 필요가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현재 <효리네 민박> 방송이 시즌 2까지 종료됐다. 방송종료 이후 마케팅 효과가 약화되고 제주여행 여건이 악화되면서 관광객 수는 감소하기 시작했다. 대중매체를 통한 긍정적인 마케팅 효과가 소멸되기 전에 관광객의 지속적인 재방문을 유도하고 관광부가 가치를 높이기 위한 종합적이고 체계적인 정책 노력이 필요하다고 관계자들이 지적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