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 쏘아 올린 세계 최초의 5G 전파
5G 시대의 개막을 알리는 신호탄이 쏘아 올려졌다. 지난해 12월 1일 국내 이동통신 3사는 세계 최초로 5G 전파를 전국으로 송출하며 명실 상부한 IT 강국의 입지를 전 세계에 알렸다. 아직은 기업을 주 고객으로 삼고 있어 일반 소비자들이 5G를 실감하기 어렵다. 하지만 3사는 올 3월을 ‘5G 스마트폰 출시의 날’로 발표해서 소비자들의 기대감을 샀고, 5G는 점차 우리의 생활 속으로 친숙하게 다가올 예정이다. 경성대 전자공학과 김성만 교수는 “5G 이동통신 서비스에 관해서는 한국이 세계에서 제일 앞서간다. 다른 국가들도 5G 상용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기술 속도에 비해 소비자의 반응과 국가 정책이 한국만큼 빠르게 따라오지 못한다”고 설명했다.
한국의 발 빠른 5G 상용화 발표로 위기의식을 느낀 세계 각국은 5G 개발에 더욱 박차를 가하고 있다. KT 경제경영연구소의 ‘디지 에코 보고서’에 따르면, 일본은 현재 2020년 ‘제32회 도쿄 하계올림픽’에서 5G를 활용한 첨단 기술을 선보일 예정으로 경기장 주변에 5G 통신망 구축을 계획하고 있다. 일본 총무성은 자율 주행 자동차를 위한 하이패스(ETC)용 주파수 대역을 내년까지 조정할 예정이고, 드론에 휴대전화를 탑재해 조난자 수색, 산업용도로 활용하는 방안 등에 대한 검토도 시작했다.
중국은 작년 12월부터 중국 3대 통신사의 5G 전파 사용 허가를 내줬으며, 베이징에는 5G 기지국 300개가 구축됐고, 2019년부터는 5G 시범서비스를 제공할 예정이다. 미국 역시 댈런스·애틀란타 등 19개 도시에 5G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5G 전파망 구축 공사를 작년 하반기부터 진행했다고 한다. 미국 1위 통신업체인 ‘버라이즌’은 지난 해 12월 4일 ‘퀄컴 스냅 드래곤 테크 서밋 2018’에서, 2019년 상반기에 삼성전자가 5G 스마트폰을 출시하면, 자사 가입자들이 이를 즐길 수 있도록 보급계획을 세우고 있다고 밝혔다.
전 세계의 이목이 집중시키고 있는 ‘5G’
5G란 ‘5th Generation’ 즉 5세대 무선통신방식으로 현재 4세대 ‘4G LTE’ 무선통신보다 더욱 빠른 속도를 제공하는 한 단계 높은 수준의 무선통신방식이다. 사실 5G의 존재를 우리들은 이미 목격했다. 바로 ‘평창 동계올림픽’에서 세계인의 감탄을 자아냈던 1200대의 드론 퍼포먼스와 피겨 스케이트 선수의 점프를 100여 대의 카메라로 촬영해 다양한 각도에서 연속동작을 생생하게 보여주었던 ‘타임 슬라이스’가 그 예다. 이처럼 5G는 우리의 일상 속에서 혁신을 만들어내는 무한한 가능성을 가진 보석으로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경성대학교 커뮤니케이션 학부 정일형 교수는 “우리의 삶도 통신 속도만큼이나 빠른 속도로 변화할 것이다. 안정적인 화상통신과 동영상 서비스의 기반이 마련됐으니 5G를 이용한 인공지능과 자율 주행이 더욱 가속이 붙을 것”이라고 5G의 긍정적인 전망을 전했다.
초광대역 서비스(eMBB, enhanced Mobile BroadBand), 4G보다 20배 빠른 속도
5G의 가장 큰 특징은 바로 ‘속도’다. 4G와 비교해 더 큰 주파수 대역폭과 더 많은 안테나를 사용한 5G는 최대 전송 속도가 20Gbps로 4G(1Gbps)와 비교해 20배나 더 빠른 속도를 자랑한다. 이는 20GB의 초고화질 영화를 단 8초 만에 다운로드 가능한 속도로 곧 ‘초실감 통신’을 가능하게 하는 열쇠가 된다. 초실감 통신은 기존의 풀 HD보다 4~8배 더 선명한 초고화질(UHD)를 이용해 더욱 생생하고 선명한 화질로 가상현실(VR)과 증강현실(AR) 콘텐츠를 즐길 수 있게 한다.
고신뢰·초저지연(URLLC, Ultra Reliable Low Latency), 응답시간 ‘0’에 도전한다
빠른 속도와 함께 주목받는 기술은 바로 ‘초저지연 통신’이다. 전송 지연이란 스마트 폰 같은 단말기와 무선국 사이의 무선 전송에 걸리는 시간을 의미하고, 5G의 초저지연은 이 시간을 더욱 단축시켜 실시간 반응속도를 빠르게 만드는 기술이다. 기존의 4G의 지연시간은 10ms(0.01초) 수준이었다. 하지만 5G 지연시간은 1ms(0.001초)로 10배 더 빨라졌다. 이는 신호가 날아오고 받는 시간이 한없이 ‘0’에 가까워진 것으로 사람이 눈을 깜빡이는 0.1초보다 100배 더 빠르다. 이 기술은 순간적으로 매우 빠른 데이터 처리가 요구되는 스마트 팩토리, 드론 관제, 자율 주행 등에 필수 기능이다. 경성대 김성만 교수는 “순간적인 통신 지연이 문제를 일으킬 수 있는 원격제어, 원격수술, 금융시장에서 5G의 고신뢰·초저지연 기술은 유용하게 쓰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대량 연결(mMTC, massive Machine Type Connectivity), 사물인터넷의 대중화
4G가 사람과 사람을 연결하는 대인 중심의 네트워크였다면, 5G부터는 본격적으로 사람과 사물의 초연결이 시작된다. 이전에 외부에서 핸드폰 앱을 이용해 집안의 컴퓨터, 에어컨 등 가전제품을 제어하는 것에 불과했던 사물인터넷 기술이 5G로 인해 더욱 발전하고 다양해질 예정이다. 4G 당시 연결 가능한 단말기 수가 1㎢ 면적당 10만 개에 불과했지만, 5G에서는 10배 더 증가한 100만 개의 연결을 지원하기 때문이다. 그로 인해 가정용, 산업용 사물인터넷(loT) 기기들이 연결될 수 있는 수용량이 더욱 증가하게 되고, 우리 생활은 점점 더 편리해질 것이다.
5G로 변화할 우리들의 생활과 산업
5G의 도입은 기존의 4G와 비교할 수 없는 혁신성으로 생활과 산업의 패러다임을 바꿀 만큼 큰 영향력을 가지고 있다. 초광대역 서비스, 고신뢰·초저지연, 대량 연결로 대표되는 5G의 기술들이 가져다줄 변화는 무엇이 있을까.
더욱 실감 나는 VR·AR 콘텐츠 엔터테인먼트
초고속 무선 전송 기능으로 기존 LTE에서 지원하던 HD 급 영상뿐만 아니라 QHD, UHD 급의 초고화질 영상 서비스가 가능해진다. 초고화질 영상을 모바일 환경에서도 사용할 수 있게 됨에 따라 이를 활용한 VR·AR 같은 실감형 미디어 서비스가 ‘킬러 콘텐츠’로 떠오르게 된다. 현대 백화점 그룹의 IT전문기업 현대IT&E는 일본 유명 엔터테인먼트 기업 반다이남코와 VR 콘텐츠의 한국 내 독점 공급을 위한 협력 의향서를 체결했다. 현대IT&E는 올해 안에 서울 강남역 인근에 국내 최대 규모의 ‘VR 스테이션’을 오픈할 계획이며, 드래곤볼, 에반게리온, 건담, 마리오 등 일본 유명 애니메이션과 게임 캐릭터를 활용한 반다이남코의 고유 VR 콘텐츠를 즐길 수 있게 한다고 발표했다. 미국 버라이즌은 프로농구(NBA)팀과 손잡아 VR 기기를 통해 농구 경기를 360도 영상으로 시청할 수 있는 5G 서비스를 제공하기로 했다. 김성만 교수는 “한국처럼 게임을 즐기는 인구가 많은 곳에서 VR은 주로 게임 관련 콘텐츠로 사용될 것으로 전망된다. AR 또한 한때 유행했던 ‘포켓몬 고’처럼 실생활 속에 도입된다면 더욱 유용하게 쓰일 것”이라고 VR과 AR의 밝은 전망을 설명했다.
더욱 안전하고 빠른 원격 의료 서비스
초고화질 미디어 보급으로 가정 내 원격 의료 서비스가 새롭게 떠오를 것으로 기대된다. 기존에는 높은 화질의 세밀한 영상을 제공하지 못해 원격진료의 실용성에 한계가 있었다. 그러나 5G 도입으로 인해 의사가 의학적인 판단을 하기에 충분한 해상도의 영상을 제공할 수 있다면 원격 진료 기반도 조성될 것이다. 또한 의사의 움직임을 정확하게 전달해야 하는 로봇수술에서 5G의 빠른 반응 속도는 한 치의 오차 없이 의사의 섬세한 움직임을 완벽하게 전달할 수 있게 한다. 실제로 지난 4월 일본 총무성은 일본 내 통신사업자인 NTT도코모와 전자기기 제조사인 NEC 등과 협업해 5G 기술을 바탕으로 벽지 환자에게 원격 진료 서비스를 제공하는 상황을 시연한 바 있다. 진료소와 의료 인력이 부족한 산간벽지에서 이러한 원격진료 서비스는 특히 더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원격의료 기술은 분명 좋은 기술이다. 하지만 의료단체의 반대나 대면 의료 선호로 한국에서는 일부 섬마을을 제외하고는 근미래에 도시에서 시행되리라 보기는 어렵다. 그렇지만 교통망이 발달하지 못하거나 섬이 많은 나라에서는 원격의료가 유용하게 쓰일 것이다”라고 김성만 교수는 덧붙였다.
영화 속에서만 보던 자율 주행 자동차가 현실로
미국 자동차 학회(SAE, Society of Automotive Engineers)는 자율주행 차량 기술을 총 5단계(level)로 구분한다. 1-4단계는 사람이 관찰하는 상황에서 자율 주행을 수행하는 것이며, 5단계는 핸들이 없는 완전한 자율 주행 차량을 의미한다. 5단계의 기술 수준을 충족한 업체는 아직 없지만, 현대, 구글, 테슬라 등이 4단계 수준의 기술 개발과 테스트를 활발하게 진행하는 중이다. 자율 주행 기술을 5단계까지 끌어올리기 위해서는 차량과 도로 환경의 상호작용을 통한 ‘실시간 제어’가 필수다. 특히 도로 내 다양한 돌발 상황에 실시간으로 대응해 운전자뿐만 아니라 탑승자, 보행자, 주변 운전자 등의 인명피해를 최소화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초저지연 및 고신뢰성을 갖춘 초고용량 데이터 전송이 필요하다. 5G 도입은 이런 기반을 제공해 자율주행 차량의 보급과 확산에 중요한 기폭제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지난 7일 한국교통안전공단과 삼성전자는 자율 주행 자동차 상용화에 필요한 5G 통신 기술의 개발과 실험에 협력하기로 결정해서 국내에서 자율주행차를 볼 날도 얼마 남지 않았다. 김성만 교수는 “자율 주행 자동차는 주변의 통신망과 자동차에 부착된 센서를 이용하면 사람보다 더 안전하게 주행이 가능하다. 시스템 파라미터를 세밀하게 설정하면 꽉 막힌 도로를 조금씩 비집고 들어가는 것도 가능해진다”고 설명했다.
더욱 안전한 산업현장
공장 등 산업 현장에서의 변화도 클 것으로 보인다. 5G의 등장으로 떠오르기 시작한 ‘스마트 공장’은 제품의 생산 및 감시를 실시간으로 원격으로 제어할 수 있다. 매년 발전소 사고가 끊임없이 발생하는데, 향후에는 이런 사고를 원격으로 감시하고 제어하여 컨베이어 벨트나 공장시설을 빠르게 정지시킬 수 있게 된다. 산불감시와 지하 온수관 파열 등과 같은 사고들도 곳곳에 설치된 스마트 센터를 통해 미연에 방지할 수 있게 된다.
5G를 둘러싼 우려
5G는 기존의 정보·사회체계를 바꾸는 영향력과 여러 이점들로 ‘생활을 바꾸는 혁명’이라고 불린다. 하지만 5G를 둘러싼 문제점 또한 존재한다. 지난 KT 아현지사 화재로 서울의 4분의 1 남짓한 지역에 ‘디지털 블랙아웃(대정전)’이 발생했다. 이 사태로 휴대폰을 비롯한 인터넷, TV, 카드 결제 중단 등 광범위한 문제가 발생해서, 우리들이 통신서비스에 얼마나 의존하고 있는지를 상기시켜주었다. 5G를 둘러싼 문제점도 같은 맥락이다. 이번 KT 화재처럼 급작스러운 문제로 5G 이동통신이 통신장애를 일으키면 초연결이라는 장점이 곧 사회 정지로 이어질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김성만 교수는 “통신 기술이 발전되고 이를 응용한 서비스가 많아질수록 통신망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진다. 그렇기에 통신망의 안전을 위해 통신망의 이중화에 대한 법규를 새로 정비해야 할 필요가 있다. 물리적인 이중화를 하고 데이터 저장시설에 대해서도 이중, 삼중으로 데이터 백업을 요구하는 법규가 필요하다”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