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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도 배워야 자립한다"...'장애인 참 배움터' 야학 이끄는 대학생의 뚝심과 헌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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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도 배워야 자립한다"...'장애인 참 배움터' 야학 이끄는 대학생의 뚝심과 헌신
  • 취재기자 조라희
  • 승인 2019.01.31 16: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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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배움터 운영자 겸 대학생 서경인 씨의 누적 봉사시간은 1100시간..."장애인 삶의 질 향상에 몸 바칠 터" / 조라희 기자
부산시 금정구 온천동에 있는 성인 장애인 평생 교육 기관 ‘장애인 참 배움터’는 1989년 생긴 부산 최초 성인 장애인 야학이다. 장애인 참 배움터는 뜻있는 몇몇 개인들이 모여 설립해서 힘들게 유지해왔다. 이곳은 장애를 가진 성인들에게 학력 취득 기회를 제공하고, 특별 직업 교육 등을 통해서 그들이 독립적으로 생활하도록 지원하는 일을 맡고 있다. 장애인 참 배움터 운영자 겸 경성대학교 사회복지학과 학생인 서경인(27) 씨는 고등학생 때부터 봉사하던 이곳에서 작년부터 운영자로 일하고 있다. 2012년 당시 21세였던 그는 사회복지학과 공부를 하면서 실습과 견학을 하던 중 사회복지 관련 현장 실무자들과 사회복지 공무원들이 수동적으로 일하는 것을 보게 됐다. 사회복지라는 분야에 대해 회의감을 느낀 서경인 씨는 제대로 된 사회봉사자가 될 수 있으려면 작은 단체라도 직접 책임을 지고 운영해 보는 것이라고 생각해서 장애인 참 배움터 운영자가 됐다. 그는 “사회의 열악한 곳에 제대로 도움이 되어주기 위해 장애인 참 배움터에서 운영자로서 애착을 가지고 열심히 일하고 있다”고 말했다.
장애인 참 배움터의 창고 겸 상담실에서 서경인 씨가 시빅뉴스와 인터뷰하고 있다(사진: 취재기자 조라희).
초등학교 입학 전 부모를 교통사고로 잃은 뒤부터 친척집에서 살았다는 서경인 씨는 한동안 사랑에 담을 쌓고 살았다. 그런 서경인 씨가 봉사자의 꿈을 꾸기 시작한 건 2008년 고등학교 1학년 때, 친척 동생이 다녔던 지역아동센터 원장선생님을 만나고 나서다. 지역의 아이들을 교육하고 보살펴주는 지역아동센터 원장은 그를 만날 때마다 빵을 나눠주었고, 그에게 사랑한다고 말을 건넸다. 남으로부터 처음 사랑한다는 말을 들은 서경인 씨는 원장 선생님의 아낌없는 사랑을 느꼈다. 서경인 씨는 “사랑한다는 말을 생전 처음 듣고 나를 필요로 하는 곳이 있다는 것을 느꼈다”며 “그 일이 곧 남을 위한 봉사였고, 언젠가 내 도움이 필요한 곳을 찾아 그곳을 위해 일해야겠다고 맘먹었다”고 말했다. 고등학교 1학년인 그때부터 서경인 씨는 지역아동센터 학습보조, 복지관 아동 멘토링, 노인복지관 식사도우미, 가족행사 인력제공 등 다양한 봉사활동을 했다. 장애인 참 배움터에서 일을 하게 된 것도 그때부터였다. 고등학생 때부터 다양한 봉사활동을 하면서 서경인 씨는 자연스럽게 남들과 함께 나누는 삶이 모토가 됐다. 서경인 씨는 본인의 가치관을 한마디로 ‘꼼빠뇽’이라고 설명했다. 프랑스어로 동료라는 뜻의 꼼빠뇽은 ‘빵을 같이 나눠먹는 사이’라는 뜻이다. 그의 고등학교 시절에 가장 많은 영향을 끼친 사람은 고등학교 영어선생님이다. 그는 아픈 과거를 딛고 열심히 살고 있는 자신의 배경에는 고등학교 1학년 영어선생님이 있다고 설명했다. 영어선생님은 수업 중 “오늘 오토바이를 잃어버렸다”는 말을 했다. 학생들이 깜짝 놀라자, 영어 선생님은 “몸을 크게 다칠 것을 미리 막기 위해서 신이 오토바이를 빼앗아 갔나보다”라고 말했다. 서경인 씨는 “그 선생님의 태도로부터 세상 모든 일은 긍정적으로 생각하지 못할 일이 없다는 큰 인생 교훈을 얻었다”고 말했다. 평소 봉사자의 꿈을 따라 경성대학교 사회복지학과에 입학, 재학 중인 서경인 씨는 대학생활과 더불어 장애인 참 배움터 운영자 업무 등 다양한 봉사활동을 병행하고 있다. 그는 “어느새 누적 봉사시간이 1100시간이 된 것을 보고 나도 놀랬다”고 밝혔다. 도움이 필요한 곳에서 하루하루를 바쁘게 살고 있는 서경인 씨의 좌우명은 ‘상선약수(上善若水)’다. 상선약수란 ‘최고의 선은 물과 같다’는 뜻으로, 물은 얼 때와 녹을 때가 있고 주변을 정화시키는 물의 속성을 내포하고 있단다. 서경인 씨는 “얼 때와 녹을 때를 아는 물처럼 만인으로부터 편안함을 느끼는 사람이 되고 싶다”고 말했다.
장애인 참 배움터 복도에 걸려있는 사진 속에는 장애인 학생들의 즐거운 일상이 담겨있다(사진: 취재기자 조라희).
서경인 씨는 장애인 참 배움터에서 검정고시 사회과목 수업을 담당하고 있다. 그는 장애인 참 배움터에서 직접 가르친 학생이 검정고시 합격했을 때를 가장 보람 있었던 순간으로 꼽았다. 그는 “검정고시 합격을 약속한 우리 반 학생 한 분이 저와의 약속을 지켰다고 말했을 때 정말 뿌듯했다”고 말했다.
장애인 참 배움터 학생들의 2018년도 2학기 시간표. 학생들이 배우는 과목들이 빼곡히 채워져 있다(사진: 취재기자 조라희).
장애인 참 배움터는 ‘교육을 통해 성인 장애인의 완전한 자립을 꿈꾸다’를 목표로 운영되고 있는 비영리민간단체 평생교육시설이다. 서경인 씨는 장애인 참 배움터에서 성인 장애인들을 위해 평생교육이 실시하고 있다. 이곳에서는 문해교육, 학력 보완 교육, 인문·시민 참여 교육, 직무 직업교육, 문화예술 교육으로 크게 다섯 가지 분야의 교육이 진행되고 있다. 서경인 씨는 “전기가 아무리 많아도 전구가 없으면 불이 켜질 수 없는 것처럼, 장애인 평생교육이 그들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고 교육권, 사회권 등을 보장해주는 불빛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장애인 참 배움터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컴퓨터 수업 교실(사진: 취재기자 조라희).
장애인 참 배움터에서 공부를 열심히 한 학생들에게 수여하는 이수증과 표창장(사진: 취재기자 조라희).
서경인 씨는 앞으로의 최종 목표가 있다. 고등학교 시절 배운 사물놀이를 바탕으로 유니버설 국악 팀을 만들어 활동하는 것이다. 원래 ‘유니버셜(universal)’은 영어로 보편적이란 의미로 ‘유니버셜 디자인’ 하면 성별, 나이, 장애 유무와 상관없이 모두를 만족하게 하는 제품 디자인이란 의미이고, 유니버셜 국악팀은 그래서 남녀노소 장애인 비장애인 모두가 참여할 수 있는 국악팀을 말한다. 서경인 씨는 유니버셜 국악팀을 만들기 위해 내년부터 부산대학교 교육대학원에서 평생교육을 전공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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