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de in # 대표 한상술 씨, "노인들 고독사도 막고, 남는 공간에 공유숙박 사업 일자리도 제공" / 제정은 기자
통계청이 밝힌 연령별 독거노인 현황에 따르면, 국내 65세 이상 독거노인은 32만 명에 달한다. 그 중 80세 이상은 9만 명이다. 독거노인들은 돌봐줄 사람이 없거나 가족들과도 왕래하지 않아 사망해도 몇 개월 후 사망 사실이 알려지는 경우도 있다. 또 대부분의 독거노인들은 주거 환경이 열악한 곳에서 경제적으로 어렵게 살고 있다. 독거노인들의 주거, 경제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은 없을까.
보험설계사 한상술(47) 씨는 ‘Made in #’이란 사회적 기업 창업을 준비 중이다. Made in #은 독거노인들이 사는 허름한 주택들을 헐어 공동주택을 짓고, 노인들을 그곳에서 함께 생활하게 하면서, 동시에 남는 공간을 공유 숙박 시설인 '에어비앤비'로 활용해서 수익을 만드는 일을 목적으로 삼고 있다.
한 씨는 경남대학교 건축학과를 졸업한 후 건축설게사무소에 근무하면서 아파트 재개발, 재건축 업무에 관여했다. 그는 낡은 거주지에 사는 사람들을 설득해서 다른 곳으로 이주시키고 그 곳에 아파트를 신축하는 소위 '지역 재개발 사업'을 진행했다. 한 씨는 “아파트를 짓기 위해 아버지 같은 분들을 설득해서 이주시키는 일이 힘들었다. 부모 같은 그 분들 심정을 다 알기에 마음이 펺지 않았다”고 말했다.
한 씨는 그후 이직해서 현재까지 보험설계사로 일하고 있다. 한 씨는 어머니가 돌아가신 후 몇 년 전부터 혼자 살게 된 아버지를 보며 독거노인에 대해 관심을 가지게 됐다. 아파트 재개발 업무를 하던 시절 만났던 많은 독거노인들 생각도 들었다. 대개 독거노인들이 사는 주택은 환경이 열악하다. 그래도 대부분의 독거노인들은 주거지역이 바뀌는 것을 싫어한다. 한 평생 가족들과 살았던 곳에서 그냥 살면서 얼마 남지 않은 생을 마무리하고 싶어 한다. 한 씨는 “보통 어르신들은 아파트에 사는 걸 싫어하신다. 아파트가 편하다고 이주를 권유해도 가족들과 평생 살았던 집에서 살다가 돌아가고 싶다고 하신다. 그래서 주거지는 안 바꾸되 주거 형태만 바꿀 수 있게 도와주는 기업을 설립하게 됐다”고 말했다.
기업 ‘Made in #’은 독거노인들이 사는 낡은 주택 몇 곳을 모아 공유주택(share house) 형식으로 개조해 주는 사업을 벌일 예정이다. 독거노인들은 함께 생활함으로써 외로움을 덜 수 있고 무엇보다도 고독사를 예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몇 가구를 모아 하나는 독거노인들의 공유주택으로 사용하고, 나머지 주택들은 에어비앤비(숙박 공유 플랫폼)와 같은 숙박형태로 활용하거나 카페, 반찬가게들로 개조해 활용할 수 있다. 이렇게 개조된 카페나 반찬가게들은 공유주택에 입주한 노인들이 일할 수 있는 공간이 되어 노인들의 일자리 창출까지 맡게 된다.
기업 ‘Made in #’은 지어준다는 의미에서 Made in이라는 단어를 사용했다. 뒤에 덧붙인 #(샵)은 반올림이란 의미도 가지면서 그 지역을 뜻한다. 예를 들어, 부산 문현동의 재개발 지역에서 사업을 진행하면 ‘Made in 문현’이 된다. 한 씨는 “Made in #은 재개발을 통해 현재 살고 있는 곳의 만족도를 상승시켜 준다는 뜻을 담았다”고 말했다.
서울에서도 이와 유사한 형태의 사업이 서울시 차원에서 진행되고 있다. 서울시의 도시재생 정책인 ‘두꺼비 하우징’이 바로 그것이다. 두꺼비 하우징은 빈집이나 낙후된 집을 고쳐주거나 재개발해준다. 그러나 기존의 무분별한 대형 아파트 재개발과는 달리, 공유주택 사업은 공가를 모아 하나의 집으로 만들어 공동주택을 설립해 주거비를 절감한다. 일종의 도시재생사업이다. 그러나 아직 부산, 경남 지역은 이와 같은 도시재생사업이 활성화돼 있지 않다. 한 씨는 “도시재생사업이 활성화되지 않은 부산, 경남 위주로 사업을 진행하고 확장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 씨는 지난해 12월 부산 동래구가 개최한 사회적 기업 창업 아이디어 경진대회에서 우수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사회적 기업 창업 아이디어 경진대회는 동래구 진로교육지원센터에서 개최한 ‘2018 동래구 사회적 기업 창업아카데미’의 마지막 과정이었다. 한 씨는 “창업하기 전에 사업에 대한 아이디어를 인정받아서 매우 기뻤다”고 말했다.
현재 Made in #의 구성원은 옆에서 가장 힘이 돼주는 아내, 대학교 후배인 사업 파트너, 그리고 본인까지 총 3명으로 구성돼 있다. 한 씨는 “아직 사업 초기 단계이기도 하고, 많은 수익을 바라고 하는 사업이 아니라 직원을 고용하기는 어렵다. 사업 시작 후에는 사회적 취약자를 고용할 계획이다”고 말했다.
Made in #은 오는 2월 정식 창업과 함께 사회적 기업 인정을 앞두고 있다. 한 씨는 사회적 기업 선정을 목표로 예비 사회적 기업 선정 등의 절차를 준비 중이다. “사업 구상할 때부터 수익에 대한 욕심은 가지지 않았다”며 “사업을 점차 키워 낙후된 곳을 재개발해 나가는 것이 당장의 목표”라고 말했다.
한 씨는 사업이 안정적으로 자리 잡은 후 노인들을 위한 재단설립도 계획하고 있다. 한 씨는 "사업이 잘 돼서 재정적으로 안정이 된다면, 기업에서 얻은 수익으로 노인 일자리 창출을 도울 수 있는 재단을 설립하고 싶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