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쿨존이 위험하다①] 부산 스쿨존 어린이 교통사고 발생율, 전국 1위
[스쿨존이 위험하다②] 학교앞 건널목서도 '쌩쌩' 일쑤...."제한속도 난 몰라“
[스쿨존이 위험하다③] "학교앞 도로 '옐로카펫' 깔자," "건널목엔 '턱' 설치"
[스쿨존이 위험하다④] 미국선 도로 바닥에 'STOP'사인만 있어도 3초 정지
부산의 스쿨존이 전국에서 가장 높은 교통사고율을 기록한 것은 스쿨존의 부실한 관리와 운영 때문이다. 부산 남구 대연동에 사는 김수연(22) 씨는 “초등학교 앞인데도 차들이 서행하지 않고 빠른 속도로 다녀서 늘 불안해요"라고 말했다. 금정구 구서동 이두염(32) 씨도 "단속을 제대로 하면 그런 차가 없어지지 않을까요?”라고 되물었다.
스쿨존 내에서 차량은 30km 이내 속도로 주행해야 한다. 하지만 보호구역 내에서 과속을 단속하는 무인단속장치가 설치된 스쿨존은 거의 없다. 새정치민주연합 박남춘 의원에 의하면, 스쿨존 중 무인단속장비가 설치된 곳은 전국의 스쿨존 1만 5,799곳 중 211곳으로 전체의 1%대의 수치다.
부산 역시 스쿨존 800여 곳 중 28군데에만 무인단속카메라가 설치되어 있는 실정이다. 게다가 카메라가 있어도 규정 속도 단속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30km 이내 속도로 주행해야 하는 스쿨존이지만, 무인단속카메라는 일반 도로 규정인 40~70km의 속도로 단속이 이뤄져 어린이 보호를 위한 스쿨존 지정이 무의미하다.
또, 스쿨존 예산이 매년 줄어들면서 시설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채로 스쿨존이 만들어지고 기존의 스쿨존 시설은 노후화하고 있다. 박남춘 의원에 의하면, 국비로 지원되는 스쿨존 예산은 2011년 745억 원, 2012년 412억 원, 2013년 375억 원, 2014년 90억 원으로 매년 축소됐고, 올해는 작년과 같은 90억 원이 편성됐다. 이에 따라, 스쿨존 1개소당 예산이 6,000만 원에서 3,000만 원으로 줄어들었다. 적은 예산으로 시설을 만드니 제대로 된 스쿨존이 만들어졌을 리가 없다.
▲ 대연동 아파트공사현장 앞으로 어린이 보호구역이 끝난다는 표지판이 보인다 (사진: 취재기자 정혜리)
|
스쿨존 내 노상 주차장 역시 큰 문제로 꼽힌다. 2011년 새정치민주연합 인재근 의원이 ‘주차장법’ 개정안을 통해 자치단체장이 어린이 보호구역으로 지정된 장소에 있는 노상주차장을 이전하거나 폐지하도록 만들었다. 인 의원은 주차장법 발의 때 스쿨존에서 운전자가 노상주차장에 주차되어 있는 차량 때문에 시야를 가려 어린이 교통사고가 발생하는 경우가 있다며 “노상주차장을 지체 없이 폐지하여 어린이들이 안전하게 보행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법 개정에도 불구하고 스쿨존 내 노상주차장은 사라지지 않고 남아있어 어린이의 안전을 위협하고 있다. 부산 북구 구포동 구남초등학교 스쿨존은 통학로에 보행자 전용도로도 없는 상황인데 주택 밀집지역이라는 이유로 차량을 댈 수 있는 주차장이 존재한다. 이곳은 어린이 보호구역 지정이 된 1996년보다 2년 후인 1998년에 만들어졌다. 어린이 보호와 주민들의 편의가 대립하고 있는 것이다. 부산 모라동에 사는 김윤주(43) 씨는 아이들의 안전이 걱정되지만 주차할 공간이 너무 부족하다며 “지자체에서 돈을 들여서라도 공·사설 주차장 같은 곳을 만들어 줬으면 좋겠다”고 불편함을 토로했다.
부산은 지형적 특성으로 산이 많고 그 위에 도로가 들어서 오르막과 내리막 길이 대부분이기 때문에 도로가 잘 정돈된 도시보다 사고 위험률이 높다는 의견도 있다. 부산경찰청 교통과 송영선 경사는 “부산은 산과 해안에 도로가 있는 구조로 교통 안전 취약지역”이라며 “스쿨존도 대부분 이면도로를 포함하여 모든 곳에 무인단속장치를 설치하는 데에 어려움이 있다”고 설명했다.
송 경사는 스쿨존 사고의 절반이 안전운전 의무 불이행으로 일어나는 것이라며 운전자와 보행자의 안전의식도 다른 것 못지않게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작년 스쿨존 사고의 47%인 2,881건 중 1,368건이 안전운전 의무불이행으로 일어났고 23%인 663건이 보행자보호 의무위반으로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