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책연구기관 한국개발연구원(KDI)이 한국경제에 대한 우려수위를 한층 더 끌어올렸다. 지난해 11월 우리 경제가 '경기둔화' 상태라는 진단을 내린 KDI는, 5개월 만에 ‘경기부진’으로 못을 박았다.
KDI는 ‘2019년 4월 KDI 경제동향’을 통해 "최근 우리 경제는 대내외 수요가 위축되면서 경기가 점차 부진해지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고 분석했다. KDI가 경기부진 판정을 내린 건 ‘메르스 사태’를 맞은 2015년 3월 이후 4년 만이다.
KDI는 내수경기를 보여주는 각종 지표가 전반적으로 부진하다는 점을 지적했다. 생산·투자·소비 등이 일제히 하향 곡선을 그리고 있다는 것. KDI는 “생산부진이 장기화되고 있고 소비가 둔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는 상황에서, 심각한 위축 상태인 투자마저 회복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고 평가했다.
특히 내수 경기를 떠받치고 있던 소비가 부진한 것을 문제로 꼽았다. 국민들의 소비를 나타내는 소매 판매액 증가율은 지난해 2월에 비해 2.0% 감소했다. 1~2월 평균 소매 판매 증가율은 1.1%다. 설 명절 이동의 영향으로 감소한 것을 감안해도, 지난해 같은 기간 4.3%, 지난해 4분기 3%보다 크게 하락한 수치다.
그 밖에 설비 투자 측면에서는 기계류와 운송장비가 모두 부진해 2월 –26.9%를 기록했다. 전달인 –17.5%보다 더 떨어졌다. 이는 10.4% 하락한 수치로 2013년 11월 이후 가장 큰 폭으로 곤두박질쳤다. 2월 광공업 생산은 반도체와 자동차 등 주요 품목에서 증가 폭이 축소되며 1월인 -0.2%보다 낮은 -2.7%의 증가율을 기록했다.
우리 경제의 기둥이던 수출도 반도체 등 대부분 품목에서 흔들리고 있다. 지난달 수출액은 약 471억 달러로 전년 같은 달보다 8.2% 감소한 수치다. 전월 11.4% 감소에 비해선 그 폭이 축소됐다. 하지만 부진하긴 마찬가지다. 반도체 가격 하락, 중국 경기 둔화 등이 여기에 영향을 미쳤다. 2월 수출물량지수도 감소세로 전환한 것으로 나타났다.
문제는 이같은 경기 부진이 장기화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KDI는 지난해 상반기 이후부터 지속적으로 경기 하강에 대한 우려를 내비쳤다. 지난해 상반기에는 ‘경기회복세가 완만하다’고 분석했지만, 지난해 11월부터 ‘경기가 둔화되고 있다’고 기조를 바꿨다. 그러다 5개월이 지난 이번에 부진 판정을 내렸다. 사실상 경기가 가라앉는 속도와 폭이 점점 확대되는 양상을 보이는 것이다.
실제로 현재 경기상황을 보여주는 2월 동행지수 순환변동치는 지난달보다 0.4포인트 하락한 98.7로 11개월 연속 하락하고 있다. 또 경기를 예측하는 선행지수 순환변동치도 전월 대비 0.3포인트 떨어진 98.3을 기록했다. 해당 수치 역시 9개월째 하락하고 있다. 두 순환변동치의 기준치는 100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