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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르스 국밥집,' 지난 여름 참 힘든 세월을 겪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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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르스 국밥집,' 지난 여름 참 힘든 세월을 겪었다
  • 취재기자 손광익
  • 승인 2015.10.19 21:2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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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첫 확진자 경로 알려져 손님 "뚝"...적극 홍보로 간신히 매출 회복
지난 6월 4일 김영란(49) 씨가 점장으로 있는 부산 사하구 괴정동의 한 프랜차이즈 식당에서 한 남성이 식사하고 나갔다. 그 당시만 해도 이 남성이 가게에 엄청난 파장을 몰고 올 줄 아무도 몰랐다. 이틀 뒤, 그 남성은 여러 언론매체에 등장하기 시작했다. 그 사람이 바로 부산의 첫 메르스 확진자였다. 얼마 후 부산의 첫 메르스 확진자인 故 박모 씨가 지나온 경로가 언론을 통해 보도됐다. 보도된 경로에는 사하구 괴정동 ‘목촌돼지국밥’의 이름이 적혀있었다. 그 때 당시의 메르스로 인한 공포였을까, 식당 이름이 공개된 이후 가게를 찾는 사람들의 발길이 뚝 끊어졌다. 메르스는 5월 20일 첫 환자가 발생하면서 대한민국을 공포에 몰아넣었다. 보건복지부의 통계에 의하면, 격리조치자는 1만 6,693명이었고, 확진자 186명, 그중 사망자는 36명이다. 이렇듯 강력한 메르스의 기세는 6월 말을 기점으로 한풀 꺾이기 시작했다. 이후 7월 28일에 정부가 사실상 메르스 종식을 선언했다. 최근 완치되어 퇴원한 80번 메르스 환자가 다시 메르스 양성 판정을 받아 보건 당국이 긴장하고 있기도 하다.
▲ 메르스 확진자가 다녀가는 바람에 홍역을 치룬 부산 사하구의 목촌돼지국밥 전경과 내부(사진: 취재기자 손광익).
현재 메르스가 종식 선언된 지 어느덧 두 달이 지난 지금, 과연 그때 그 가게는 어떻게 되었을까? 어려움을 이겨내고 지금까지 가게를 이끌고 있는 김영란 씨는 목촌돼지국밥의 부산 3개 체인점 중 하나인 괴정점을 운영하는 점장이다. 가게의 풍경은 손님들로 붐볐다. 메르스가 지나갔던 흔적은 거의 사라진 것 같았다. 메르스가 퍼지기 이전, 가게는 괴정에서 인기 있는 식당이었다. 항상 손님들이 붐볐고, 매달 어르신들을 위한 나눔행사를 할 때는 식당이 어르신들로 가득 차 앉을 자리조차 없을 정도였다. 그녀는 “괴정에는 24시간 운영하는 대형식당이 많이 없어서 우리 매장 매출이 꽤 높았다”고 말했다. 그러던 지난 6월, 상상도 못 했던 메르스 폭풍이 들이닥쳤다. 6월 7일 메르스 확진자 명단이 언론에 공개된 후 손님들 발길이 뚝 끊어졌다. 매출은 급하락했다. 그녀에게 닥친 또 다른 문제는 메르스 확진자가 다녀가면서 그 당시 가게에서 일하던 직원들이 모두 자가격리에 처해진 것이다. 그녀는 홀로 손님도 없고, 직원도 없는 가게를 지켜야 했다. 그녀는 이런 상황이 계속된다면 가게 문을 닫아야겠다는 생각도 해봤지만, 그래도 홀로 꾸준히 가게를 이끌어 나갔다. 손님이 전혀 없었던 것은 아니었다. 그녀는 “그러한 상황에도 국밥 한 그릇을 먹으러 오는 의리의 단골 택시기사님들이 간간히 있었기에 문을 닫을 수 없었다”고 말했다. 원래 가게의 주요 손님은 가족 단위의 손님들이었다. 가게가 상업지역이 아닌 주거지역에 자리 잡고 있기 때문이었다. 그런 주요 손님들의 발길이 곧 완전히 사라졌다. 그녀는 “주거지역은 다른 지역과 다르게 가족 단위 매출이 큰 부분을 차지했는데, 가족 단위 손님이 끊기자 매출도 끊겨 피해가 심했다”고 말했다. 단골 손님 김홍교(23, 부산 사하구) 씨는 “항상 가족과 함께 외식을 갔던 곳이지만, 메르스 사건 이후 부모님의 반응이 좋지 않아 발길이 돌리게 됐다”고 말했다.
▲ 김 대표가 괴정 ‘목촌돼지국밥’에서 가족과 함께 식사한 사진을 올렸다(사진: 김무성 트위터).
이런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던 6월 10일 경,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가 식당을 찾아왔다. 김 대표는 가족들과 함께 식사하고, 자신의 SNS에 가게에 대한 후기를 작성했다. 하지만 김 대표의 글도 가게 매출액을 원위치로 돌리기에는 역부족이었다. 그녀는 “김 대표가 다녀간 후에 찾아온 손님들은 대부분 김 대표의 지지자들이지, 주 고객층이 아니었다”고 말했다. 김영란 씨는 이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 새로운 방법을 고안했다. 7월 초 가게 앞에 대형 현수막을 걸어 광고를 통해 조금이라도 가게 이미지를 회복하고자 했다. 대형 현수막에는 “메르스보다 독감으로 인한 사망자 수가 만 명에 이르고, 지나친 언론플레이는 서민경제 파탄을 가져올 수 있다”는 내용을 적었다. 또한 “괴정 목촌돼지국밥의 진국을 드시면 메르스도 이긴다”는 슬로건을 같이 내걸어 메르스에 맞섰다. 하지만 그녀는 “대형 현수막을 통한 가게 이미지 홍보는 큰 해결책이 되지 못했다”고 말했다. 두 번째로 시도된 방안은 국밥의 가격을 할인하는 이벤트였다. 한 그릇에 6,000원에 판매하던 국밥을 4,000원으로 낮춰 일주일 동안 팔았다. 이벤트는 성공적이었다. 메르스에 대한 국민의 관심이 식어가는 7월 중순부터 시작된 이벤트라 손님들을 끌기에는 안성맞춤이었다. 그녀는 “등 돌리신 분들이 돌아오시기 시작했고, 그렇게 점점 매출액이 상승하게 됐다”고 말했다. 가격할인 이벤트로 인해 가게는 점차 제자리를 찾아갔다. 그녀는 “6월, 7월은 정말 지옥 같았다. 하지만 시간이 지난 후 많은 관심과 더불어 찾아주시는 손님들 덕분에 가게는 정상적으로 운영되고 있다”고 전했다. 하지만 아직도 메르스의 여파는 보이지 않은 곳에 남아있다. 손님 중에는 “여기가 메르스 확진자가 다녀간 곳이야”라며 수군거리는가 하면, 계산하면서 “이제 괜찮은 거 맞죠?”라며 메르스 종식을 재확인하는 경우도 있다. 그녀는 “10명 중의 1명은 아직 메르스에 대해 언급을 하는데, 올해가 지나기 전까지는 계속해서 그런 말이 오르내릴 것 같다”고 말했다. 종종 손님 중에는 “여기 메르스 때문에 더 유명하게 된 거 아니에요?”라며 그녀의 마음을 상하게 하는 손님들도 있다. 실제로 메르스로 유명세를 얻긴 했지만, 그로 인해 손님수는 증가하지 않았다고 김영란 씨는 손을 저었다. 식당이 음식이 아닌 다른 점으로 유명세를 타는 것은 이득이 아닌 손해였다. 그녀는 “우리 가게는 맛으로 유명해져 꾸준히 매출액을 올렸지, 메르스로 인해서는 피해 본 것밖에 없다”고 말했다. 김영란 씨는 “다시 이런 일이 일어나도 현명한 대처는 할 수 없을 것 같다. 국가적 재난에서 개인이 할 수 있는 일은 없다. 다시는 이런 끔찍한 사건이 일어나면 안 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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