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올 한 해는 피규어의 인기가 대한민국을 강타했다. 피규어는 관절이 움직일 수 있도록 만들어져 다양한 동작을 표현할 수 있는 모형 장난감이다. 패스트 푸드점 맥도날드는 인기 애니메이션 <원피스>의 캐릭터 피규어를 만들어 상품들과 묶음 판매를 했다. 피규어와 햄버거를 묶어 팔기 시작한 날, 맥도날드 각 매장은 발 디딜 틈 없이 문전성시를 이뤘다. 맥도날드 부산 대연점의 경우, 11월 5일 오후 6시부터 판매를 시작한다고 광고했지만, 오후 4시부터 손님들이 줄을 서기 시작해, 6시에 이르자 1층은 물론 2층까지 긴 줄이 이어졌다.
이 날에는 한정판 100개의 피규어가 판매됐다. 100번째 순서에 들지 못한 사람들은 아쉬움을 뒤로한 채 발걸음을 돌려야 했다. 피규어 구매에 성공한 백철(24, 부산 용호동) 씨는 “원피스 피규어를 모으는 게 취미인데 사람이 많아서 못 사는 줄 알고 걱정했다. 이렇게 구할 수 있어서 정말 기분 좋다”고 말했다.
대형 종합 문구점에서도 피규어의 인기가 높다. 팬시점 ‘아트박스’는 코너 한 쪽을 완전히 피규어와 프라모델로 구성했다. 이 코너를 찾는 사람들은 대부분 20~30대의 고객으로 피규어들은 ‘키덜트’의 사랑을 받았다. 여기에는 수많은 애니메이션 캐릭터와 영화 캐릭터들의 피규어가 전시되어 있었고, 구경하는 20대 성인들의 표정은 천진난만한 아이들 같았다.
평소 영화 <스타워즈> 팬인 신준형(23, 경남 마산시) 씨는 “곧 개봉하는 스타워즈의 새로운 시리즈 때문에 스타워즈 피규어에 관심을 가지게 됐다. 스타워즈 캐릭터를 상징하는 광선검, 다스베이더와 스톰트루퍼 피규어를 구매했다”고 말했다. 올 해는 특히 성인들의 어린이 취향을 뜻하는 키덜트 문화가 더욱 확산되면서 앞으로 피규어 및 완구 행사를 찾는 고객이 더욱 늘어 날 것 같다고 관련 상인들이 전망하고 있다.
그러나 피규어 가격이 터무니없이 비싸다는 지적도 있다. 애니메이션 원피스 캐릭터 피규어 평균 가격은 2만 원이 넘는다. 손바닥보다 작은 피규어의 가격이 기본적으로 1만 5,000원에 형성되어 있으며, 비싼 피규어는 10만 원이 넘는다. 이처럼 비싼 가격 때문에, 소비자들의 불만도 커져가고 있다. 2명의 자녀를 둔 황인자(40, 부산 해운대구) 씨는 “아이들이 피규어를 너무 갖고 싶어 해 선물로 사주려고 했더니 손바닥만한 장난감이 9만 원이나 해 깜짝 놀랐다. 너무 비싸다는 생각이 든다”고 했다. 판매 업체들은 피규어 가격이 비싼 것은 대부분 일본에서 수작업으로 만들어지는 제품들이어서 가격이 비쌀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고가의 피규어를 싸게 사려는 사람들을 노리는 사기 사이트도 늘고 있다. 실제로 박모(25, 부산시 중구 보수동) 씨는 지난 11월 중순 다른 사이트에 비해 저렴한 피규어 대리 구매 사이트에서 피규어를 구입했다. 그러나 제품을 받아보고 크게 실망했다. 실제로 받기로 한 피규어는 관절이 매끄럽게 제작되어 있는 반면, 박 씨가 받은 제품은 관절에 홈이 패여 있었고 도색도 저급하게 되어 있었다. 박 씨는 “조금 싸다고 생각해서 샀더니 모양만 같고 질은 떨어지는 저급한 피규어를 받게 되어 정말 실망스러웠다. 사진과 전혀 달랐고 해외에서 대리 구매해 파는 거라 환불 과정도 정말 불편했다”며 억울해 했다.
피규어를 7년째 모으고 있는 서정욱(23, 울산 명촌동) 씨는 정품 피규어 구매를 위해서는 인정된 사이트를 이용하고 구매자들의 후기를 살펴보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