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밥을 좋아하는 공소영(23, 부산시 진구 개금동) 씨는 초밥을 무제한 제공하는 초밥뷔페를 가기보다는 돈을 더 쓰면서라도 초밥전문점을 간다. 공 씨는 “스시 무한 뷔페는 1~2만원에 마음 껏 먹을 수 있지만, 대신 질이 떨어진다. 싸게 많이 먹기보다는 돈을 더 지불하는 한이 있더라도 초밥전문점을 가서 내가 만족할 수 있는 초밥을 먹는 걸 즐긴다”고 말했다.
최근 경제가 침체되면서 지갑이 얇아진 사람들이 고급 자동차나 고급 옷 등 큰 돈이 드는 고급사치를 하지는 못하면서도 음식 등 큰 돈이 들지 않는 제품이나 서비스에서 조금이라도 비싼 것을 선호하는 ‘작은 사치’를 통해서 행복감을 얻는 경향이 나타나고 있다.
작은 사치란 고급옷, 고급차, 고급가구같이 비싼 제품을 구입하는 고급사치를 가리키는 것이 아니다. 라면, 야채, 간식 등 비교적 값이 싼 일반제품에서 고급이나 프리미엄이 붙어서 기존 물품보다 단돈 몇 천원 더 비싼 제품들을 사는 소비 경향을 말한다. 즉, 저가 제품들 중 조금 비싸도 자신을 위해 이왕이면 더 좋은 제품을 사려는 것이 작은 사치다.
대학생 조재연(22, 부산시 남구 용호1동) 씨는 같은 김치찌개를 먹더라도 일반 음식점에서 3,000~4,000원에 먹을 수 있는 김치찌개보다는 차라리 몇 천 원 더내서 자신이 좋아하는 김치찌개 전문점을 자주 들리는 편이다. 조 씨는 “과제에 항상 치여살면서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편이다. 그래서 스트레스 해소를 위해서 엄청 비싼 고급 레스토랑은 아니더라도 밥만은 맛있는 것을 먹자고 생각한다. 그래서 단돈 몇 천원을 더 내더라도 내가 좋아하는 음식을 먹고나면 기분이 좋아지고 먹은 만큼 열심히 하자는 생각이 들어서 과제에 더 집중도 된다”고 말했다.
김희영(30, 부산 해운대구 반송 3동) 씨는 계란이나 두부를 살 때 2,000~3,000원 하는 일반 제품보다는 4,000~6,000원으로 다소 비싸지만 친환경적인 풀무원같은 브랜드 제품만 고집해서 구입한다. 김 씨는 “몇 천원 정도 돈을 더 내더라도 우리 몸에 좋은 음식을 사는 것이기 때문에 만족한다”고 말했다.
작은 사치는 다양한 연령층으로 퍼지고 있다. 주부 김명련(43, 부산시 동래구 복천동) 씨는 장보러 가면서 가끔 고급 디저트를 사곤한다. 비싸야 그리 큰 돈이 아닌 품목이므로 그중 고급스런 제품을 사면 만족도가 높아지기 때문이다. 또, 좌승봉(50, 부산시 동래구 안락1동) 씨는 “건강에 관해서 작은 사치를 부린다. 큰 돈 안 드는 식품이나 제품들 중에서는 조금 비싸더라도 그나마 더 안전한 것을 골라서 산다”고 말했다. 또, 김상수(65, 부산시 금정구 서동) 씨는 “음식이 맛있으면 약간 비싸도 상관없이 사먹는 편"이라고 말했다.
소비자들의 작은 사치 소비 경향에 기업들도 맞춤형 상품을 내놓고 있다. 대표적인 예가 간식과 라면의 고급화다. 2015년 4월 7일자 <시빅뉴스>의 '어묵, 김밥, 붕어빵 등 간식에 고급화 바람 분다' 보도에 따르면, 길거리 겨울철 별미인 붕어빵은 크루아상과 파이 반죽에 팥, 고구마, 애플망고 등 다양한 속재료를 넣어 고급 붕어빵으로 변했고, 길거리 포장마차에서 파는 어묵은 새우, 카레, 치즈 등을 넣어 만든 다양한 형태와 맛의 어묵 고로케와 수제어묵으로 바뀌었다. 가격이 1개당 3,000원 안팍으로 비싸도 부담이 안되는 가격이어서 소비자들에게 인기를 끌고 있다.
과거 생계를 위한 음식이라는 인식이 강했던 라면은 프리미엄이 붙으면서 재탄생되고 있다. ‘짜왕,’ ‘진짜장,’ ‘진짬뽕’ 같은 고급 라면은 굵은 면발, 많은 건더기, 불맛 등을 통해 일반 라면보다 2배 가량 비싼 1,200원 안팎이지만, 소비자들에게 인기가 있다. 양동민(23, 부산시 동래구 사직1동) 씨는 “일반 라면보다 맛있고 비싸니까 다른 라면보다는 좋지않을까 해서 샀다”고 말했다.
이처럼 작은 사치가 생겨난 시점은 경제가 침체되면서부터다. LG경제연구원의 <절제된 소비의 작은 탈출구, ‘작은 사치’가 늘고 있다>는 보고서에 따르면, 경기가 침체되면서 생긴 경제적 제약으로 인해 절약 생활에 대한 피로가 쌓인 소비자들은 소비 욕구를 풀고 싶은 욕망이 생기는데, 이것을 해소하고자 저가 일반 물품 중에서라도 사치를 부려보는 ‘작은 사치’ 현상이 생겨났다는 것이다.
음식이나 제품을 살 때 작은 사치를 종종 즐긴다는 권민경(27, 부산시 동래구) 씨는 “우리 같은 서민들은 돈이 많이 없어서 고급차나 고급 가구로 고급 사치를 부릴 수 없다. 대신 내 능력안에서도 가능한 작은 사치는 나름대로 만족감을 주기 때문에 자주 하는 편"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