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00년까지 지구평균 기온 1.5도 이내 억제해야 생물 생존 가능
온난화 국내 규제 국가-사회-국민 함께 나서야
2018년 10월, 인천 송도에서는 특별한 회의가 열렸다. 유엔 산하 국제 협의체인 ‘기후변화에 대한 정부간 패널(IPCC, Intergovernmental Panel on Climate Change)’ 총회가 열렸다. 여기서는 지구온난화의 심각성에 대한 논의가 진행됐다. 회의에 참석한 과학자들은 지구 평균기온이 산업혁명기인 1880년 이후 섭씨 1도 정도가 올랐고, 이후에는 10년마다 0.2도씩 올라 2040년에는 파리기후변화협약 억제선인 1.5도를 넘어설 것이라고 관측했다. 이 자리에서 과학자들은 2100년까지 지구 온도 상승폭이 1.5도를 넘지 않아야 하며, 2도가 넘을 경우 지구상 생물체의 70%가 죽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를 담은 보고서는 ‘1.5도 특별 보고서’라 불리고 있다.
1.5도 특별 보고서가 발표된 후, 세계 각지에서는 지구온난화를 억제할 목적으로 지구 환경 개선에 온 국가와 시민들이 나서고 있다. 특히 인류의 편리함 추구 때문에 만들어진 일회용품 플라스틱에 대한 규제는 점점 더 엄격해지고 있다. 일회용 플라스틱은 불에 태워 소각할 경우 온난화의 주범인 온실가스 메탄을 배출하기 때문이다. 쓰레기 분리수거의 중요성도 커지고 있다. 분리수거를 하지 않은 쓰레기들은 대부분 소각되고 이때 역시 다량의 온실가스를 배출하기 때문에 지구 온난화에 심각한 영향을 주게 된다.
세계 각지에서는 온난화를 심화시키는 주범인 일회용품을 줄이기 위해 힘을 쏟고 있다. 독일은 일회용 플라스틱이 포함된 음료를 구매할 때 보증금 부과시키고, 그 가게에 쓰고 버리는 일회용품 돌려주면, 소비자는 지불했던 보증금을 되받을 수 있다. 중국은 올해 7월부터 쓰레기 분리수거 정책을 실시하고 있다. 지난 9월 27일 캐나다에서는 지구온난화 해결을 위한 시민들의 자발적인 캠페인이 펼쳐지기도 했다.
하지만 정작 국제적 기후변화 대책 회의가 열린 한국에서는 1.5도 특별 보고서에 대해 아는 시민들이 거의 없는 실정이다. 총회 개최 당시에도 해당 내용이 중앙지에서 의미보다는 크게 보도되지 않았고, 세계일보, 중앙일보, 한국일보, 한겨레, 경향신문 등 몇몇 언론사에서 뒷면에 실릴 정도로 관심이 높지 않았다.
한국의 쓰레기 분리수거는 오래 전부터 시행됐지만, 일회용 플라스틱 제품 사용 금지는 겨우 작년에 시행됐다. 우리나라는 2018년 8월 2일부터 자원의 절약과 재활용촉진에 관한 법률의 하위법령인 시행령과 시행규칙을 개정했다. 이에 따라 지난 해 8월부터는 매장 내에서 플라스틱 일회용 컵 사용이 불가하게 됐고, 대형마트에서도 올해 1월부터 일회용 비닐봉투가 전면 사용 금지됐다. 이로 인해 카페에서는 매장 내에서 머그컵을 제공하고 있고, 일부는 플라스틱 일회용 빨대를 종이 빨대로 바꿨다. 마트에서 또한 일회용 비닐봉지 장바구니가 사라지고 종량제 봉투나 다회용 장바구니를 판매하고 있다.
문제는 전국 곳곳에서 얼마나 철저히 일회용 플라스틱 제품 사용이 억제되고 있느냐에 있다. 부산의 번화가인 서면 골목에는 카페 손님들이 카페에서 들고 나온 일회용 컵들이 도로 구석구석 곳곳에 숨겨져 있다. 지난 2018년 8월 이후 카페 내부에서 일회용 컵을 사용할 수 없게 됐지만, 일회용 컵을 외부로 들고 나가는 것에는 규제가 없어서, 규제 시행 전과 후 골목 구석에 쌓여 있는 카페의 일회용 컵 쓰레기는 줄어들지 않았다. 환경부 발표에 따르면, 매장 내 일회용 컵 수거량(중량 기준)이 72% 줄어들었지만 업체들의 일회용 컵 총 사용량(개수 기준)은 3% 주는 데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대학생 김현정(21, 부산시 남구) 씨는 일회용 컵을 애용한다. 텀블러를 챙겨 다니는 게 귀찮기 때문이다. 김 씨는 “나 하나 정도는 괜찮겠지 하는 생각에서 텀블러를 들고 다니기보다는 그냥 일회용으로 테이크아웃을 한다”고 말했다.
젊은이들이 모여사는 대학가 원룸촌 주변 역시 일회용품 플라스틱 쓰레기로 몸살을 앓고 있다. 부산 남구 경성대학교 대학로에 위치한 대연동 원룸촌은 인근 전봇대 아래마다 쓰레기 무단투기가 넘쳐나고 심한 냄새를 풍긴다. 분리수거가 되지 않았기 때문에 각종 플라스틱 제품 쓰레기가 주종을 이룬다. 이곳 원룸촌에서 자취하고 있는 대학생 최민혁(23, 부산시 남구) 씨는 “혼자 살기 때문에 쓰레기가 적게 나온다. 그래서 잔득 모았다가 쓰레기가 쌓이면 겨우 버린다. 그 안에 플라스틱이나 비닐이 대부분인데, 분리수거 봉투도 부담되고 수거하는 날 맞추기도 어려워서 그냥 몰래 버린다”고 설명했다.
마트에서도 일회용품을 사용할 수 없게 된 지도 오래 지났지만, 여전히 비닐 등 일회용품이 사용되고 있다. 특히, 감자, 당근 등 채소를 낱개로 구매할 때 담도록 준비된 속비닐은 마트 내 규제 대상이지만 냉동품, 육류, 흙이 묻은 상품 포장시에는 사용이 가능해서 아직도 아래 사진처럼 대형 마트 매장 내에 비치돼 있다. 대형 마트 고객 중에는 이 속비닐을 몰래 가방에 넣어 자신의 일반 물품을 포장할 때 사용하는 경우가 있다. 주부 박말자(74, 부산시 남구) 씨도 그런 경험이 있다. 박 씨는 “장바구니를 안 가져오거나 가져온 장바구니가 모자라면 일회용 비닐봉투를 몰래 뜯어 썼다. 하나 정도는 써도 괜찮지 않나”라며 머쓱해 했다.
ICPP 올해 총회에서는 ‘1.5도 특별보고서’에서 각국 정부, 지방정부, 시민사회, 산업계 모두의 기후변화 대응 역량을 강화시켜야만 지구온난화를 1.5도로 제한할 수 있다고 주장하면서 몇 가지 행동강령을 제안했다. 그들은 식품이 생산지에서 운송 소비되는 운송 거리와 물량으로 계산되는 ‘푸드 마일리지’가 높은 식품의 섭취를 줄일 것을 권장하고 있다. 푸드 마일리지가 높은 식품일수록 에너지 소비가 많고 따라서 온실가스를 더 많이 배출하기 때문이다. 또한 ICPP 총회는 육류와 유제품 소비를 억제하라고 요구하고 있는데, 축산업은 동물 사육과정에서 산림벌채가 이뤄지거나 온난화 주범인 가축들의 방귀(메탄가스) 배출이 심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ICPP의 행동강령에는 이밖에도 전 국민이 이동 시 전기차나 자전거를 더 많이 이용하고, 기후변화 대응 활동에 적극적인 정치인에게 투표하는 등 지구온난화 방지에 직접 행동에 나서는 게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우리나라 정부에서 시행하는 법들 중 일부 완벽하지는 것들도 있다. 일회용 플라스틱 빨대나 일회용으로 제공되는 물티슈의 경우 ‘자원 절약 및 재활용 촉진에 관한 법률’ 일명 ‘자원재활용법’상 일회용품에 포함되지 않고 있다. 그러나 전반적으로 정부는 TV광고, 웹툰 등으로 지구 온난화, 자원 재활용 정책을 홍보하고 있다.
한편, 부산시도 각종 재활용 관련 정책들을 시행하고 있다. 사용자가 재활용품을 버리면 포인트로 전환해주는 IoT 부착 쓰레기통을 시민공원, 부산대, 사직 야구장 등지에 설치해 재활용을 장려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쓰레기 줄이기를 실천할 수 있도록 규제 범위를 늘려갈 예정이다. 부산시 환경재활센터 주무관 김영미 씨는 "쓰레기를 줄이는 가장 좋은 방법은 시민들이 관심을 갖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시민들의 생각들도 점점 바뀌어 가는 추세다. 최근 재활용에 관심이 생기게 된 안예주(24, 부산시 해운대구) 씨는 일회용 플라스틱이 포함된 물건을 사지 않는 등 쓰레기 절감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안 씨는 “앞으로 텀블러를 들고 다니거나 일회용품이 없는 물건을 사는 등 이제껏 하지 않았던 노력을 하려고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