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량마다 블랙박스, 시민들 스마트폰...교통위반 적발 때 즉각 공익신고
직장인 김모(47, 경남 창원시 마산회원구) 씨는 퇴근 후 우편함에서 ‘교통법규 위반 사실확인요청서’란 경찰이 보내온 서류를 받았다. 김 씨는 본인에게 전달된 요청서를 보고 몹시 당황했다. 교통위반 사실 통지서도 아니고, 교통위반 사실 학인요청서라니. 더욱이 요청서에는 ‘제차 신호 조작 불이행’이라는 위반사항만 명시돼있고 사실 확인이 가능한 위반 사진이 첨가돼있지 않았다. 김 씨는 “이런 종류의 통지서를 처음 받았고, 위반 사진이 없어서 신종 피싱인 줄 알았다”고 말했다.
김 씨의 당황함은 좀 긴 설명이 필요하다. 과거 운전자들에게 파파라치는 공포 그 자체였다. 그들이 언제 어디서 ‘나’의 교통 위반 사실을 찍어서 경찰에 고발하고 보상금을 챙길지 알 수가 없기 때문이다. 최근, 파파라치보다 더 '센 놈'이 나타났다. 바로 스마트폰과 블랙박스다. 운전자들이 다 가지고 다니는 스마트폰과 차량에 장착된 블랙박스가 신고 정신이 투철한 민주시민들에 의해 끼어들기 등 교통위반을 일삼는 얌체 운전자들을 잡아내고 있기 때문이다.
이를 ‘공익신고’라 한다. 김 씨는 바로 블랙박스를 가진 민주시민의 공익신고에 걸린 것이다. 최근 공익신고가 교통경찰의 단속 업무를 줄여주고 있을 정도로 늘고 있다. 경남지방경찰청에서 제공한 2015년 하반기 자료에 따르면, 경남지방경찰청에 접수된 국민의 교통법규 위반 공익신고는 총 1,815건으로 나타났다.
시민들은 운전 중 조작이 어려운 스마트폰보다는 자동차를 운행하기만 하면 거리가 자동 녹화되는 블랙박스를 이용해 위반 사실을 국민신문고 홈페이지나 스마트폰 앱을 통해 당국에 전송해서 신고한다. 국민신문고에 공익신고가 접수되면, 해당 경찰서는 위반자에게 ‘교통법규 위반 사실 통지서’가 아니라 ‘교통법규 위반 사실 확인요청서’를 발송한다.
위반자에게 교통단속 카메라에 찍힌 사진과 함께 위반 사실이 통지되는 교통법규 위반 사실 통지서와는 다르게, 교통법규 위반 사실 확인요청서에는 위반사실 확인이 가능한 사진이 첨부돼있지 않는 이유는 무얼까? 대신 요청서에는 위반 일시, 장소, 위반 내용, 영상 확인 출석일만이 명시돼있다. 위반사실을 인정한 위반자는 지구대나 경찰서를 방문해 범칙금 납부 고지서를 받아 벌금을 내면 그만이다. 그러나 사실확인요청서에는 위반 사실을 인정하지 않는 사람은 경찰서에 출두해서 영상을 확인하라는 내용이 들어 있다. 사실확인서에는 출두 날짜가 명시되어 있으나, 위반자가 지정된 일시에 출석하기 어렵다면 담당자에게 출석일시 연장을 요청할 수 있다. 그러나 연장도 하지 않고 출석도 하지 않을 경우, 교통법규 위반 사실 확인서를 받은 사람은 일종의 뺑소니범 취급을 받게 된다. 경찰은 위반자의 집을 방문하거나 소재를 찾아 수배를 받게 되기 때문이다.
▲ 교통법규위반 사실확인요청서이다(사진: 취재기자 김지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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