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부서 가게안 실시간 관찰..."늘 감시당하는 불쾌감" 종업원들 스트레스 호소
대학생 홍효정(23, 부산시 사상구) 씨는 지난 겨울방학 사상구 주례동의 한 베이커리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었다. 알바를 시작한 지 얼마 안 된 어느 날 저녁 하루종일 바쁘게 일하다 마지막 손님이 나간 뒤 의자에 앉아 막 한숨을 돌리려는 순간 스마트폰 벨이 울렸다. 외부에 일이 있다며 낮에 외출한 가게 점장이었다. "네, 사장님"하고 응답을 하니 “이제 손님이 없으니까 창문을 닦아라”는 지시가 폰을 통해 들려왔다. 홍씨는 순간 움찔했다. "네, 알겠습니다"라고 대답하고 점장의 지시대로 창문을 닦은 뒤 선배 알바생에게 넌지시 물었다. "어떻게 사장님이 외부에서도 가게 안 사정을 훤하게 들여다 불수 있습니까? 천리안을 가진 것도 아닌네.." 그러자 그 선배는 싱긋이 웃으며 가게 천장에 설치된 CCTV를 손으로 가리켰다. 며칠 뒤 홍 씨는 아침에 본점에서 배달된 빵 종류와 수량에 관해 외부에 있는 점장과 스마트 폰으로 교신하고 있었다. 한참 얘기를 주고받던 순간 문자판에 느닷없이 “손님 나가시니 일단 인사부터 해라”라는 지시가 떨어졌다. 점장이 CCTV를 통해 가게 안을 실시간으로 지켜보고 있다는 것을 알고는 있었지만 홍 씨는 뒷골이 서늘해졌다. 홍 씨는 “ 나의 일거수일투족이 남의 시선 속에 노출되어 있다는 불쾌감은 당해보지 않은 사람은 모른다"라고 말했다. 홍씨는 당초 방학기간 계속 그 베이커리에서 알바를 하려 했으나 중도에 그만뒀다.
편의점, 빵집, 음식점 등 접객업소에는 대부분 매장관리용 CCTV가 설치되어 있다. 도난 등 안전사고를 예방하기 위한 장치다. 그런데 최근 이 CCTV 영상을 실시간으로 전달하는 스마트폰 앱이 생겨났다. 업주는 이 앱을 통해 외부에서도 매장 안을 실기간으로 들여 다 보면서 영업 상황을 파악하고 종업원들에게 지시를 내리기도 한다. 종업원들은 근무시간 내내 업주의 감시의 눈을 피할 수 없는 것이다.
이처럼 CCTV가 매장의 안전이 아닌, 종업원 감시 용도로 활용되면서 종업원들이 받는 스트레스는 적지 않다. 특히 일용직 시간제 근무를 하는 알바생들은 “누가 등 뒤에서 늘 지켜보고 있다는 느낌 때문에 제대로 일할 맛이 안 난다”든가 “이것도 인권침해가 아닌가 싶다”라는 등의 볼멘소리를 내고 있다.
영국 작가 조지 오웰의 대표작 <1984>는 이른바 ‘빅 브라더’가 가상 국가의 구성원 전체를 감시하는 통제 사회를 그렸다. 최근 소규모 자영업 알바생들 사이에서 이 ‘빅 브라더’를 패러디한 ‘스몰 브라더’란 신조어가 유행하고 있다. CCTV 앱을 통해 자신들을 감시하는 업주들을 스몰 브라더로 부르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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