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를 반려동물로 키우고 있는 박주은(22, 창원시 의창구 명서동) 씨는 이번 설을 앞두고 고양이를 어디에 맡겨야할지 고민에 휩싸였다. 작년에 동물병원에 있는 애견호텔에 고양이를 맡긴 적이 있었지만, 부담스러운 가격 때문에 재방문은 어려울 것 같다고 보고 있다. 박 씨는 저렴한 애견호텔을 찾던 도중 자신의 애견을 가정집에서 맡아준다는 ‘펫시터’의 글을 보게 되었고, 생각보다 저렴한 가격에 이번 설에는 고양이를 펫시터에게 맡기기로 결심했다.
개를 키운지 얼마 되지 않은 대학생 박보람(22, 부산시 수영구 남천동) 씨 또한 이번 설에 펫시터에게 개를 맡기기로 했다. 이번 설에 경남 통영으로 내려가야 하는 박 씨는 자신의 반려견을 어디에 맡겨야 할지 고민하던 중 친구의 권유로 펫시터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그는 “개를 키운지 얼마 되지 않아 아무데나 맡기기에 걱정이 됐다. 하지만 어떤 환경에서 지낼 수 있는지를 보니 믿고 맡길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아이를 돌봐주는 베이비시터가 있듯이 애완동물에게는 펫시터가 있다. 펫시터는 애완동물의 주인이 사정이 생겨 자신의 애완동물을 돌보지 못할 상황에 있을 때, 주인을 대신해서 그 애완동물을 돌봐주는 역할을 하는 사람이다. 애견샵이나 애완동물 호텔과는 달리 개인이 집에서 직접 돌보기 때문에 위탁비용이 저렴한 것이 특징이다. 그래서 명절에 애완동물과 함께 하지 못할 상황이거나 여행을 가게 될 때 펫시터를 찾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펫시터는 개인이 자신의 집에서 애완동물을 돌보기 때문에 한 번에 많은 동물을 받을 수는 없지만, 명절이나 휴가철에는 반려동물을 맡기려는 문의자들이 수십 명에 달한다. 펫시터로 활동하고 있는 서선영 씨는 이번 설 연휴를 맞아 문의와 예약이 많다고 말했다. 서 씨는 “펫시터를 하는 사람마다 차이가 있겠지만 저는 명절 연휴에 10마리 정도를 돌본다”고 덧붙였다.
애완동물 주인들이 펫시터를 이용하는 이유는 비용절감 문제도 있지만 무엇보다 애완동물들을 스트레스 없이 안전한 곳에서 맡길 수 있기 때문이다. 펫시터 사이트 ‘펫맘이네’를 운영하고 있는 이현희(28, 서울시 구로구 구로동) 씨는 동물병원이나 애견호텔처럼 케이지에 넣어놓으면 애완동물이 답답할 것이라고 믿고 있다. 그는 집과 같은 환경에서 애완동물을 돌봐준다면 주인과 떨어져 불안한 애완동물의 스트레스를 덜어줄 것이라고 말했다. 이 씨는 “일반 펫샵, 펫호텔, 동물병원보다 비용이 저렴하면서 가족과 떨어져있어서 불안한 애완동물을 가둬두는 것이 아니라 펫시터들의 보살핌을 받으며 집과 비슷한 환경에서 지낼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에 따라 반려동물 주인과 펫시터를 연결해주는 ‘돌봐줄개 맡아줄캣,’ ‘도그메이트,’ ‘펫호스텔’등 다양한 앱과 사이트도 등장하고 있다. 이 사이트들은 펫시터를 이용하려는 사람들의 거주지에서 가장 가까이에 위치하고 있는 펫시터의 집을 파악해 알려주고, 그 펫시터의 소개와 애완동물이 지낼 곳의 사진을 제공한다. 후기를 작성할 수도 있어서, 이용해 본 사람들의 후기는 펫시터를 결정할 때 참고가 되기도 한다.
펫시터 자격증은 존재하지만, 실제 사이트에서는 펫시터 자격증을 따지 않아도 펫시터로 인정받을 수 있다. 그러나 아무나 펫시터가 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도그메이트의 한 관계자는 펫시터가 되는데 따로 자격증을 따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몇 가지 자격조건이 존재한다고 말했다. 우선, 애완동물을 키우고 있거나 키웠던 이력이 있어야 한다. 또 가족들의 동의를 구한 사람이어야 하며, 애완동물이 지낼 공간의 사진을 찍는 것을 동의해야 한다. 그는 “자격조건이 충족되어 선정된 지원자들은 교육을 받으면 펫시터가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펫시터는 단기적으로 다른 사람의 애완동물을 돌봐주는 것이기 때문에 사람들에게 단기 알바 개념으로 자리 잡고 있기도 하다. 각종 사이트에서는 애완동물을 맡길 수 있는 펫시터를 찾아주는 것을 비롯해 펫시터 알바도 함께 찾을 수 있다.
몇 달 전부터 펫시터 알바로 적잖은 수익을 내고 있는 대학생 이다예(22, 부산시 금정구 장전동) 씨는 펫시터 알바에 만족하고 있다. 이 씨는 강아지를 워낙 좋아하고, 다른 애완동물을 돌봐주면서 용돈처럼 돈을 벌 수 있는 것이 펫시터를 시작하게 된 이유라고 설명했다. 그는 “처음에 펫시터를 시작할 때 우리 집을 인터넷 사이트에 올려야한다는 것이 걱정이 됐지만, 지금은 펫시터 알바를 하길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