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도시철도 2호선을 타고 이동 중이던 이지혜(23) 씨는 옆자리의 여자 승객 핸드백에서 고개를 내밀고 있는 강아지를 보고 깜짝 놀랐다. 아무리 귀여운 강아지라도 지하철 바로 옆자리에서 사람이 아닌 동물이 주위를 두리번거리는 장면을 갑자기 보게 되면, 사람들은 놀라기 마련이다. 시간이 조금 지나자, 그 승객은 문제의 흰색 말티즈 강아지 한 마리를 가방에서 꺼내 발 사이에 내려놓은 뒤 어르기까지 했다. 그녀는 동물을 넣고 들고 다니는 케이지(운반상자)도 가지고 있지 않았으며 목줄을 강아지에게 메지도 않았다. 일부 승객들은 작은 강아지가 귀엽다며 핸드폰으로 사진을 찍어댔지만, 평소 개를 무서워했던 이지혜 씨는 결국 자리를 옮겼다.
이 씨는 “그 강아지가 온순한 편인지 가만히 있긴 했는데, 언제 돌아다닐지 몰라서 무서웠죠. 원래 지하철 안에서는 애완동물을 케이지에 넣어야 하는 거 아닌가요?”라며 불쾌했던 경험을 말했다.
부산의 여대생 조모(23) 씨는 어느 날 시내버스에 올랐다. 사람이 비교적 많은 편이었던 그 버스 내부 어딘 가에서는 정체모를 애완동물 소리가 하차할 때까지 계속 들렸다. 조 씨 뿐만 아니라 버스 승객 대부분 모두 인상을 찌푸렸다. 조 씨는 나중에야 승객 중 한 할머니가 검은 봉지 안에 동물을 넣고 버스에 탄 것을 알았다. 조 씨는 “계속 끙끙대는 동물 소리 때문에 신경이 몹시 거슬렸다”고 말했다.
애완동물을 가족처럼 아끼며 ‘반려동물’로 여기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공원이나 마트, 대중교통 수단 안에서 애완동물을 데리고 다니는 사람들도 역시 많아졌다. 그러나 애완동물을 집 밖으로 데리고 나올 때는 적절한 장비를 갖추도록 법에 명시돼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지키지 않는 사람들 때문에 종종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얼마 전 지하철 내에서 실례한 애완견의 배설물을 치우지 않고 하차한 ‘개똥녀,’ 지하철을 탄 승객이 자신의 애완견을 자신 옆 빈 좌석에 올려놓은 ‘민폐 지하철녀,’ 지하철에 애완견을 데리고 탑승한 한 중년 여성이 자신이 애완견을 객차 안에 내려 놓은 것을 지적한 다른 승객들에게 폭언과 난동을 부린 ‘애완견 막말녀’ 등의 논란이 그 예이다.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시행규칙‘과 ‘지하철여객운송규정’에 따르면, “애완동물은 다른 승객들에게 위해를 끼치거나 불쾌감을 주지 않도록 운반 상자에 넣은 뒤 안이 안 보이게 해야 한다(장애인 보조견 제외)”고 규정돼 있다.
이를 지키지 않는 경우가 늘고 있지만, 시내버스 운영 업체와 관련 공무원들은 단속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부산도시철도 부경대경성대역의 역무원들은 애완견을 데리고 지하철을 타는 사람들이 많아 단속반들이 일일이 단속하기가 힘들 정도다. 한 역무원은 “지금보다 겨울이 되면 개를 품에 안고 다니는 승객들이 늘어난다. 지속적으로 단속하겠다”고 말했다.
케이지에 애완견을 넣고 대중교통을 이용하려다 승차거부를 당해 법을 따랐는데도 불이익을 당했다고 불만을 호소하는 사람도 있다. 부산 남구에 거주하는 허보영(23) 씨는 얼마 전 자신이 키우는 애완견을 케이지에 넣고 버스에 올라탔다가 버스기사로부터 “돈을 다시 내줄테니 내리라”는 말을 듣고 다시 내려야 했다.
허 씨가 기사에게 케이지에 넣었는데 괜찮지 않냐고 물었더니, 버스 기사는 승객이 많아서 불쾌할 수 있으니 하차하라고 했다는 것이다. 버스회사 관계자는 다른 승객이 불편해 할 소지가 있으면 탑승을 거부할 수 있는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 규정도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