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페의 종이 빨대, 매장 내 머그잔 사용, 텀플러 소지자 할인 혜택 등 시행 중
-배달음식, 장례식장, 전통시장 등에서 일부 예외적 일회용품 사용 허용
-플라스틱 등 일회용품 사용량은 전국적으로 감소세...전문가, “인식변화와 국가적 대안 절실”
“손님, 음료 드시고 가세요, 가지고 가세요?” 이는 카페에서 음료를 시키면 종업원으로부터 들을 수 있는 말이다. 직원들이 손님들에게 이런 질문을 시작한 이유는 정부에서 실시한 일회용품 사용 규제 때문이다.
2018년 1월 1일부터 정부는 ‘자원의 절약과 재활용 촉진에 관한 법률(자원재활용법)’을 시행했다. 이 법은 폐기물 발생을 억제하고 재활용을 촉진하기 위한 목적으로 시행됐다. 이 법은 일반음식점, 휴게음식점 단란주점 및 유흥음식점이 속해있는 식품접객업소, 집단 급식소, 식품 제조・가공업, 즉석판매제조・가공업 등이 그 적용 대상이다. 이들 업소들은 과연 일회용품과 플라스틱 제품 사용을 줄이고 있을까?
일회용품에는 종이컵, 플라스틱 컵, 플라스틱 용기 등 여러 가지가 있다. 이 중에서 자원재활용법 제4조에 따르면, 일회용품 사용 규제에 적용되는 일회용품에는 일회용 컵, 접시, 포크, 칼, 이쑤시개, 광고 선전물, 일회용 면도기, 칫솔, 치약, 샴푸, 린스, 봉투, 쇼핑백, 응원용품, 비닐 식탁보 등이 있다.
여러 가지 일회용품들 중 우리나라에서 가장 심각한 문제를 일으키고 있는 것은 플라스틱이다. 일회용 플라스틱에는 플라스틱 컵, 빨대, 포크, 칼, 용기 등이 있다. 2016년 EUROMAP(유럽 플라스틱·고무산업 제조자 협회)의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 사람들이 사용하는 플라스틱의 사용량은 1인당 연간 약 133kg으로 세계 1위다.
한국에 이어 1인당 연간 플라스틱 사용량이 세계에서 두 번째로 많은 미국에는 버려진 플라스틱으로 만들어진 ‘플라스틱 섬’이 있다. 플라스틱 섬은 미국 캘리포니아 주와 하와이 주 사이의 태평양 바다에 있다. 2011년에 발견된 이 섬은 우리나라 면적의 절반 정도였지만 현재는 약 15배가 됐다.
바다에 버려진 플라스틱은 파도와 자외선에 의해 분해되어 미세 플라스틱이 된다. 미세 플라스틱을 먹이로 착각하고 섭취한 해양생물들의 몸에서 미세 플라스틱이 발견되고 있다. 미세플라스틱을 먹은 해양생물들은 결국 식탁에 올라오면서 우리 몸으로 들어오게 된다. 경성대학교 환경공학과 엄태규 교수는 “어렸을 때부터 일회용품에 대한 교육이 잘못됐다. 지금 지구가 처한 상황의 심각성을 우리 모두 느껴야한다”고 말했다.
현재 카페에서는 플라스틱 사용을 규제하고 있다. 매장에서 음료를 먹을 경우, 매장에서 사용하는 다회용 컵을 사용하고 테이크아웃을 할 때만 플라스틱이나 종이로 된 일회용 컵을 제공한다. 스타벅스에서는 2018년 7월부터 플라스틱 빨대 대신 종이 빨대를 제작해 제공하고 있다. 전 세계 스타벅스 중 한국이 종이 빨대 사용을 제일 먼저 시작했다. 빨대가 종이로 바뀌고 나서 빨대 사용이 감소한 건 사실이다. 하지만 종이 빨대에 불만을 가지는 사람들도 있다. 김윤정(21, 부산시 사하구) 씨는 “음료에 빨대를 계속 꽂아놓으면 시간이 지나면서 종이가 녹아 흐물흐물해진다”며 “흐물흐물해진 빨대는 힘이 없어 이리저리로 휘어져 버리기 때문에 음료를 마시는데 불편함을 느꼈다”고 말했다.
일회용 컵 사용을 규제하면서 텀블러를 구매하는 사람들이 늘어났고, 일부 카페에서는 개인 컵을 이용하면 할인 혜택을 주는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텀블러를 가지고 오면 할인해주는 할인율이 가장 높은 풀바셋 카페는 500원을 할인해주고 있고, 엔젤리너스는 400원을 할인해주고 있다. 스타벅스, 탐앤탐, 카페베네, 파스쿠찌, 베스킨라빈스, 던킨도너츠, 디초콜릿커피, 할리스 커피, 투썸플레이스, 커피빈, 요거프레소, 파리바게트, 크리스피 크림도넛, 네스 카페 등은 300원을 할인해주고 있다. 그 이외로는 커피베이, 롯데리아, 버거킹, 이디야, 맥도날드, KFC, 파파이스 등이 200원, 빽다방은 100원을 할인해주고 있다. 임정란( 46, 부산시 북구) 씨는 “테이크아웃용 일회용 컵을 아예 없애고 텀블러만 사용해야 한다. 음료의 값보다 일회용 컵의 가격을 더 높여서 팔아야한다”고 말했다.
2018년부터 실시된 일회용품 사용 규제는 일회용품 사용량 감소에 효과를 미쳤을까? 환경부에 따르면, 일회용품 사용 규제가 실시되면서 전체 일회용 컵 사용량은 2017년 5월부터 2018년 4월 사이에는 7억 137만 개였지만 2018년 5월부터 2019년 4월 사이를 조사한 결과 6억 7729만 개로 약 14.4%가 감소했다고 한다. 매장 내 일회용 컵 수거량은 2018년 7월에는 206톤이었지만, 2019년 4월에는 58톤으로 약 72%가 감소했다.
일회용품 사용 규제가 적용되고 있는 카페나 음식점에서는 일회용품 사용이 줄어들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일회용품 사용 규제가 제외되는 경우가 있다. 장례식장에서 조문객에게 음식을 제공할 때와 음식을 배달할 경우다. 모든 장례식장에서 플라스틱 용기를 사용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세척 및 조리시설이 갖춰져 있다면 일회용품을 사용할 수 없고, 세척 및 조리시설이 갖춰져 있지 않는 장례식장에서만 조문객에게 음식을 제공할 때 일회용 플라스틱 접시와 수저를 사용할 수 있다. 때문에 전국 장례식장의 90% 이상은 일회용품을 사용하면서 플라스틱 쓰레기를 만들어내고 있다.
음식을 배달하면서 나오는 일회용 플라스틱도 어마어마하다. 요기요, 배달의 민족 등과 같이 전화하지 않고 음식을 배달시킬 수 있는 앱이 생기면서 배달시켜 먹는 사람들이 늘어났다. 배달 서비스 수요 증가로 일회용 플라스틱 용기 사용이 늘어나고 있다. 이순선(71, 부산시 북구) 씨는 “배달을 시켜 먹고 나면 플라스틱이 너무 많이 나와서 분리수거하기가 힘들다. 플라스틱 용기를 사용하지 못하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마트나 시장에서도 일회용 용기를 많이 사용하고 있다. 소비자들이 간편하고 편리하게 먹을 수 있는 음식을 선호하다 보니 조리식품을 종이나 플라스틱 일회용 용기에 담아서 파는 마트가 많아졌다. 전통시장에 있는 음식점에서도 음식을 포장해 줄 때 플라스틱 용기를 사용하고 있다. 여전히 일회용품은 여기저기서 많이 쓰이고 있다.
일회용품 규제 제도가 더 잘 시행되기 위해서는 사람들의 인식 개선이 우선이라는 지적이 많다. 매장에서는 일회 용기 사용이 안 된다는 포스터가 붙어있지만 억지를 부리면서 일회 용기를 달라고 하는 사람들이 있다. 시민 인식이 문제인 것이다. 최은혜(21, 부산시 북구) 씨는 “매장 안에서 일회 용기를 사용하면 벌금을 내야 한다고 계속해서 설명했는데도 불구하고 계속해서 일회 용기를 달라는 손님 때문에 골치가 아팠다”고 말했다.
다회용기를 쓰면서 생기는 문제점들도 존재한다. 권수진(21, 부산시 북구) 씨는 “일회용품 사용을 줄이기 위해 다회용기를 사용하는 건데 다회용기를 가지고 가거나 쓰레기통에 버리는 손님들이 있어 힘들었다. 사장님은 정부 규제 때문에 컵을 구매했는데 손님들이 가지고 가거나 버리면 사장님 입장에서는 손해”라고 말했다.
일회용품 규제 제도 시행으로 인해 플라스틱 사용이 수치적으로는 감소했다. 하지만 아직 한계점이 많다. 일회용품 규제 제도가 잘 시행되기 위해서 먼저 사람들의 인식개선이 필요하다. 엄태규 교수는 “플라스틱을 사용하고 버리는 사람들은 많은데 정작 치우는 사람은 없다. 사람들의 인식 변화와 강력한 국가적 대안이 필요하다. 플라스틱 제조사가 부담하는 분담금을 올려 플라스틱을 많이 생산하지 못하게 막아야한다. 제도적으로 많은 변화가 있어야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