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례식장에서 설거지를 하고, 카페에서 테이크아웃을 하기 위해 돈을 내고, 숙박을 하기 위해 일회용 위생용품을 편의점에서 사서 가는 모습들을 상상할 수 있을까? 이는 당장 2021년부터 바뀔 우리나라 모습들이다. 최근 정부는 환경부의 일회용품 사용을 줄이기 위한 중장기 단계별 계획을 수립했다. 정부는 2030년까지 모든 업종에서 비닐봉지 사용을 금지할 방침이라고 한다. 이번에 내놓은 정부의 일회용품 규제 계획은 터무니없이 극단적이다.
2021년부터 모든 장례식장에서 일회용 식기와 컵 사용을 금지한다. 고인의 죽음을 슬퍼하면서 설거지를 해야 할지도 모르는 ‘웃픈’ 상황이 연출되는 것이다. 이렇게 된 김에 아예 장례식장에서 밥을 먹지 않는 것도 좋겠다는 의견도 다수다. 일회용품 규제로 장례식장에서의 문화가 바뀔지도 모르겠다. 장례식장에서 밥을 대접하는 것은 조문객을 위로하고, 떠나는 이를 기리는 한 문화라고 생각한다. 그런 만큼 장례식장은 일회용품 규제 대상 업종에서 예외로 둬야 된다고 생각하지만, 정부의 일회용품 사용 규제 계획은 그렇지 않은 모양이다.
장례식장과 같이, 카페에서도 2021년부터 플라스틱 컵과 종이컵의 사용을 일절 금한다. 마시던 음료를 가지고 나가려면 일정 금액도 지불해야한다. 일회용품 사용 규제 계획을 보면, 테이크아웃한 컵을 다시 가져다주면 지불했던 돈을 돌려주는 ‘컵보증금제’를 도입해서 컵 재활용을 촉진할 것이라 한다. 컵보증금제는 이미 2002년에 시행된 바 있다. 회수율이 낮아 결국 폐지됐는데, 개당 50∼100원의 적은 보증금과 컵을 매장에 다시 가져다주는 행위가 꽤 번거롭기 때문이라고 생각된다. 이를 보완해서 예전과 다르게 컵보증금제를 도입한다면, 컵 재활용에 큰 효과를 볼 수도 있다고 생각되지만, 아쉽게도 큰 차이점은 없어 보인다.
2024년부터는 모든 숙박업에서도 일회용 위생용품 무상제공을 금지한다. 숙박업소에의 일회용 위생용품은 주로 호텔에서 제공하는 크기가 작은 샴푸나 바디워시, 로션과 같은 어메니티도 포함된다. 이런 기본적인 것들을 제공하지 않는다면, 숙박업소 이용객은 일회용품을 구매해서 여행을 가게 될 것이다. 보통 편의점이나 마트에선 일회용 위생용품을 하나가 아닌 묶음으로 판매한다. 이용객이 묶음으로 사게 되면, 일회용품 소비량은 줄지 않을 것이다. 호텔 등 숙박업소의 일회용푼 제공 금지로 일회용 위생용품 구매자가 늘면, 파는 곳도 많아질 것이다. 일회용품 사용을 줄이기 위해 제공을 금지한다는 원래의 목적이 훼손될 수도 있다.
숙박업 일회용품 무상제공 금지는 이미 2008년에 시행된 바 있다. 하지만 제대로 시행되지 않아서 숙박업을 일회용품 무상제공 금지 대상 업종에서 예외로 했다. 카페의 컵보증금제나 숙박업 일회용품 무상 제공 금지가 이미 실패했던 경험이 되풀이될지 아니면 나은 결과를 보여줄지 우리는 지켜볼 필요가 있다.
분명 환경과 다음 세대를 위해 일회용품 사용을 줄이는 것은 우리가 할 수 있는 작은 과제다. 하지만 이번 환경부의 일회용품 줄이기 대책은 너무 극단적이다. 좀 더 단계를 세분화시켜서 진행하면, 그 계획에 동의하고 자발적으로 따라올 사람들이 더 늘 것이다. 무조건적인 일회용품 사용 금지보다 재활용의 효율을 높이는 방법을 생각해보는 것도 나쁘지 않다. 기업들의 과잉 포장이나 플라스틱 포장에 더 엄격한 제한을 두는 것 또한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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