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보건기구(WHO)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우한 폐렴)와 관련, 무증상 감염자의 전파 가능성을 재차 밝혔다.
1일(현지시간) WHO는 일일 상황 보고서에서 “WHO는 감염자가 증상을 보이기 전에 ‘2019-nCoV’(신종 코로나바이러스·우한 폐렴)를 전파할 가능성을 인지하고 있다”며 “몇몇 관련 사례를 통해 어떻게 바이러스가 전파됐는지를 조사하고 있다”고 전했다.
다만 WHO는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와 같이 다른 우한 폐렴에서 보듯 무증상 감염자의 전파는 드물 수 있으며, 주요 전염 경로가 아닐 수 있다고 알렸다.
무증상 전파란 바이러스에 감염됐지만 발열이나 기침 같은 증상이 나타나지 않은 사람이 다른 사람에게 바이러스를 옮기는 현상이다.
WHO는 현재까지 가용한 정보에 따르면 주요 전염 경로는 증상을 보이는 경우라며, 유증상자가 기침이나 재채기 등을 통해 더 쉽게 우한 폐렴을 퍼뜨릴 것이라고 강조했다.
앞서 WHO의 크리스티안 린트 마이어 대변인은 지난달 28일 아직 정확히 알려진 바가 없어 조사가 좀 더 필요하다고 전제하면서도 무증상 감염자도 바이러스를 옮길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국제 의학 학술지 '뉴잉글랜드 저널 오브 메디신'(NEJM) 보고서도 지난달 30일 독일에서 확인된 우한 폐렴 확진자를 분석, 감염 증상이 없는 시기에 타인을 감염시킨 사례라고 보고했다.
보고서에는 중국 상하이(西安)에서 독일로 출장을 온 중국인 여성이 무증상 상태에서 30대 독일인 남성을 감염시킨 이후 중국에 돌아가 확진 판정을 받았고, 이후 이 독일인 남성은 발열 등 증상이 없는 상태에서 바이러스 검사를 받았는데 양성 판정이 나왔다는 내용이 담겼다.
독일인 남성 역시 증상을 느끼지 못하는 상태에서 두 명을 더 감염시킨 것으로 조사됐다.
이와 함께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도 지난달 31일 홈페이지에 업데이트한 질병 관련 설명에서 독일의 무증상 감염 사례를 언급하기도 했다.
CDC는 "일반적으로 호흡기 질환 바이러스는 증상이 강하게 발현될 때 전염성이 크다고 생각하지만, 우한 폐렴의 경우 증상 없는 감염자와 접촉해 전파된 경우가 보고됐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국제기구와 외국에서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의 경우 무증상 감염자의 전파 가능성을 잇달아 제기해왔지만, 한국 보건 당국은 그간 "근거 없다"며 신중한 입장을 보여왔다.
그러나 박능후 중앙사고수습본부장(보건복지부 장관)은 2일 언론 브리핑에서 "기존 감염병과는 다른 전파 유형이 나타난다"라며 무증상 감염자의 전파 가능성을 뒤늦게 인정했다.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은 2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대응 총리 주재 회의 결과 브리핑에서 "신종 코로나는 증상이 감기 등 일반 호흡기 질환과 유사해 구별이 어렵고 무증상, 경증 환자에게서 감염 전파 사례가 나와 기존보다 방역 관리가 어렵다는 특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이날 정부는 '후베이성 경유 외국인'의 입국 제한 조치와 함께 감염자에 대한 접촉자 방역체계를 강화하는 조치를 포함시켰다. 국내에서 2차·3차 감염 사례가 잇따르고, 무증상 감염자에 의한 가능성이 커지자 앞으로는 "(1차 감염자와 접촉한) 밀접 접촉자와 일상 접촉자 구분 없이 접촉자 전체에 대해 자가 격리를 하겠다"고 말했다.
아울러 우한 폐렴 확진환자의 접촉자는 모두 14일간 자가 격리에 들어가야 하고, 이를 위반하면 300만 원 이하 벌금 등 벌칙이 부과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