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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 '게임문화'의 아이콘 PC방이 사라져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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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 '게임문화'의 아이콘 PC방이 사라져간다
  • 취재기자 이정석
  • 승인 2016.05.31 12:31
  •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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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바일 게임 유행 등으로 폐업 속출, 13년만에 점포수 절반으로 '뚝'
대학생 박재곤(24, 부산시 남구) 씨는 자신의 자췻방 근처 PC방을 자주 찾곤 한다. 하지만 오랜 만에 친구들과 찾아간 단골 PC방은 문이 닫혀 있었고, 폐업한다는 종이만 달랑 붙어있을 뿐이었다. 헛걸음을 한 박 씨는 집 근처 다른 PC방을 찾아갔지만, 그 곳 역시 폐업한다는 안내문이 붙어 있었다.
▲ 한 PC방이 폐업해 그 자리에 휘트니스센터가 들어선다는 안내문이 붙어있다(사진: 취재기자 이정석).
90년대 후반, ‘스타크래프트’ 열풍으로 시작돼 청소년들로 북적거렸던 PC방 인기가 급속하게 시들고 있다. 최근 나온 한국콘텐츠진흥원의 ‘2015 게임 백서’에 따르면, 전국에서 실제로 영업하는 PC방 수는 2001년 2만 3,548곳으로 최고점을 찍은 후 해마다 줄어들어, 2014년에는 고작 1만 3,146곳인 것으로 나타났다. 13년만에 PC방 수가 무려 45% 감소된 셈이다. PC방 감소를 두고 업계 관계자들은 무선 인터넷인 와이파이 접속이 가능한 곳이 카페 등으로 흔해지고 스마트폰의 등장으로 PC방 말고도 게임할 수 있는 환경이 늘어난 게 주요 원인이라고 설명한다.  대학생 민준우(25, 부산시 해운대구) 씨는 PC방 아르바이트 경험이 많다. 민 씨는 5년 전만에도 PC방에서 일할 때는 낮에는 물론 새벽까지 PC방을 이용하는 손님들이 많았다고 기억한다. 민 씨는 “하지만 몇 달 전 다시 PC방 아르바이트를 시작했을 때는 손님들이 예전에 비해 많이 줄어들어 손님이 한 명도 없는 날도 종종 있었다”고 말했다. 온라인게임 못지않은 고품질의 모바일게임의 등장도 PC방을 위협하고 있는 요인 중 하나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은 사람들이 주로 PC방을 찾는 이유가 됐던 국내 온라인게임 시장 매출이 올해는 전년 대비 2.6% 성장한 5조 7,000억 원으로 전망한 반면, 모바일게임 시장 매출은 전년 대비 23.3% 성장한 3조 6,000억 원으로 예측했다. 모바일게임 시장이 급속도로 성장하면서 온라인게임 시장 매출과의 격차가 매년 줄어들고 있는 것. 직장인 유주영(25, 경기도 김포시) 씨는 “예전에는 주말이 되면 자주 PC방에 갔는데, 지금은 모바일게임이 온라인게임만큼 퀄리티가 높아져서 굳이 PC방 가지 않아도 모바일게임만으로 충분히 게임을 즐길 수 있다”고 말했다. 대학생 송대호(25, 충북 옥천군) 씨도 “얼마 전까지만 해도 친구들과 컴퓨터게임이 대화의 주류를 이뤘는데, 최근 들어서는 핸드폰 게임 내용을 두고 주로 대화한다”고 말했다. 계속해서 오르는 인건비에 비해 제자리 걸음을 하고 있는 PC방 이용료도 PC방 폐업 러시의 또 다른 원인으로 지목된다. 부산 남구 대연동에서 PC방을 운영하는 김모(56) 씨는 “매년 최저임금은 오르는데, PC방 이용요금은 계속해서 그대로다”라고 한숨을 쉬었다. 김 씨는 “손님을 끌려고 함부로 이용료를 내릴 수도 없다. 요금을 내렸다가는 근처 PC방들도 너도나도 내리게 돼 출혈 경쟁의 피해를 보는 것은 결국 우리 업주 자신이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이같은 PC방 업계의 불황은 업주간 분쟁으로까지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 12월, 한 PC방 업주 A씨가 경쟁업소에게 요금경쟁 중단을 요구했다가 거절당해 방화를 저지른 사건이 대표적인 사례. A씨는 경쟁업소의 가격 인하로 인해 적자를 견디지 못하고 PC방을 폐업할 수밖에 없다는 생각에 사로잡혀 범행을 저질렀다. PC방 관계자들은 이 사건은 PC방 업계에 드리운 불황의 그늘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건이며, 정부에서 시행하는 PC방 전면 금연, 청소년 심야 게임 접속을 금하는 셧 다운제 등 각종 규제들로 인해 PC방은 점점 설 자리를 잃어 가고 있는 실정이라고 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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ㄱㄱㄱ 2018-04-12 12:03:48
오락실이나 전국에 많이 살아나면 좋겠네.

ㄱㄱㄱ 2018-04-12 11:58:40
좀 사라져도 돼. 너무 많아서 정리할 필요가 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