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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역 살인' 여진...인터넷서 남녀 상호 '혐오전쟁'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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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역 살인' 여진...인터넷서 남녀 상호 '혐오전쟁' 중
  • 취재기자 우웅기
  • 승인 2016.07.06 12:02
  •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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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 벌레' 등 극단적 분노 표출 사이트에 '된장녀,' '김치녀' 등 야유 댓글
▲ 인터넷 공간에서 남성 혐오를 비난하는 극단적 문구가 나돈다. 이는 자칫 남녀간의 갈등을 더욱 심화시킬 수 있다(사진: Google 제공).

'여성 혐오'라는 사회적 분위기 속에서 성차별을 받고 있다고 주장하는 일부 여성들이 온라인과 오프라인 상에서 자발적, 집단적으로 분노를 표출하고 있다. 지난 5월 강남역 '묻지마' 살인사건이 도화선이 된 이 같은 분노감 표출이 '남성 혐오'라는 극단적 양상으로 번지면서 인터넷상에서 남녀 간 갈등이 심화되고 있다. 

 
▲ 인스타그램 사이트에 공개된 내용은 사실 확인 없이 이용자들의 제보를 일방적 폭로하는 식이다. 이는 개인신상을 침해할 우려가 있으며, 성차별을 더욱 심화시킨다(사진: 강남패치 인스타그램 제공).

'남성 혐오'를 조장하는 대표적 공간으로 인스타그램 '강남패치'와 '한남패치'가 꼽힌다. 이들은 익명이 보장되는 SNS 인스타그램에서 활동하면서, 연예인 등에 대한 무분별한 폭로기사를 남발하는 '디스패치'란 매체를 모방해 활동한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강남패치'는 서울 강남 유흥가에서 일하는 남성과 여성의 사진, 성형 여부, 이름 등의 정보를 사실 확인 없이 무분별하게 게시하고 있다. '한남패치'는 ‘한국 남자 벌레’의 줄임말로서, 남성혐오 사이트 '메갈리아'에서 주로 쓰는 단어이다. '일간베스트' 등에서 일부 남성들이 여성에 대한 비하의 의미를 담아 쓰고 있는 김치녀, 된장녀에 대응하는 남성 버전인 셈. 

▲ 임산부배려석, 여성배려칸, 다리를 벌리고 앉은 남성의 사진을 도촬하여 SNS에 그대로 올린다. 이는 명백한 초상권 침해이며, 남녀간의 성갈등을 더욱 심화시킬 뿐이다(사진: 인스타그램 캡처).

최근엔 '강남패치'와 '한남패치'에 이어 '오메가패치'라는 새로운 페이지도 생겼다. 오메가패치는 지하철에 신설된 임산부 배려석, 여성 배려칸을 차지한 남성들이나 이른바 지하철에서 다리를 벌리고 앉는 '쩍벌남'의 사진을 도촬하여 그들의 페이지에 올린다. 오메가패치의 이같은 무분별한 공개로 인해 자신의 얼굴이 노출된 피해자들이 속출하고 있다. 이들에 대한 사이버 명예 훼손 고소도 이미 2건 접수됐다. 

문제는 일부 여성들에 의한 분노감 표출이 여성 차별에 대한 문제의식을 올바른 방식으로 제기하기보다는 극단적 남성 혐오 형태로 나타나면서 남녀 갈등을 오히려 조장하고 있다는 데 있다. 이를 이른바 '미러링(mirroring)'이라고 부른다. 일부 극우적 남성 사이트가 쓰는 여성 용어나 논리를 그대로 차용해 반사하듯 남성들에게 되돌려 주는 분노 표출 방식이 남녀 성역할에 대한 우리 사회의 이성적인 토론을 방해하고 있다는 것.   

최근 부산도시철도가 지하철에서 여성배려칸을 만들자 이에 반발해 1인시위를 벌이는 남성이 나타난 것도 이같은 남녀 갈등의 현주소를 드러낸 현상이다. 여성배려칸 반대 1인 시위자인 '강남역블랙마스크'(가명) 씨는 “남자라 해서 사회생활에서 우선권을 가져야 하는 건 아니지만 여자라고 무조건 배려를 받아야 할 권리가 있는 것 역시 아니다. 이런 여성만을 위한 공간을 만드는 것 자체가 남성을 차별하고 무시하는 행위이다. 이런 문화가 조속히 사라졌으면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경찰은 “'오메가패치'의 사이버 명예훼손 혐의는 충분히 입증할 수 있어 수사 결과 처벌이 가능하다”고 밝히고 있다. 수사당국은 “사진 설명에 잘못이 있다면 허위 사실 유포에 따른 명예훼손으로도 처벌될 수 있다. 비방 목적으로 정보통신망에 글이나 사진을 게재해 명예를 훼손한 자는 정보통신망법 제70조 1항에 따라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다. 서버가 외국에 있어 시간은 걸리겠지만 잡는 데는 큰 어려움이 없다”고 밝혔다. 서울메트로 측은 “2013년 저출산 극복 대책으로 임산부 배려석을 만들어 달라는 보건복지부 요청에 따라 설치했는데, 이것이 갈등을 불러와 안타깝다. 말 그대로 임산부를 배려하는 자리이지 남성이 앉지 못하도록 강제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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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j1221 2016-07-10 23:46:34
여자와 남자로 나눠 서로 물어뜯는것같아 기분이 좋지않네요ㅜ
임산부 배려석은 있어야한다고 생각하는데 잘해결되어 평등한 세상이 될수있기를 바랍니다

seokho1559 2016-07-09 10:12:17
저는 여성전용칸허용됬으??하는 바램..세상이 흉흉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