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대구의 한 변호사 사무실에서 50대 남성이 휘발유를 뿌리고 불을 질러 7명이 숨지고, 50명이 다쳤다. 방화를 한 뒤 사건 용의자가 흉기를 휘두르며 출구를 막는 바람에 피해가 커졌고 당시 연기가 워낙 심한 탓에 현장에 도착한 구급대원이 건물 안 사람들을 구조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
방화 사건의 용의자는 해당 사무실의 상대방 변호사의 의뢰인으로 소송 결과에 앙심을 품고 보복 범행을 한 것으로 드러났다. 게다가 진주에서는 여성 변호사를 대상으로 스토킹· 방화 시도 사건까지 발생했다. 이 때문에 변호사들이 보복성 범죄에 그대로 노출돼 있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소송 결과 불만 범죄에 그대로 노출돼 있는 변호사들의 현실
대구 방화 사건을 계기로 대한변호사협회는 호신용품 업체, 방범 업체 등과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협회는 변호사들을 대상으로 호신용품을 유상으로 제공하고 할인된 금액으로 방범·보안 서비스를 부담 없이 이용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
호신용품을 필요로 하는 변호사들은 이미 신청을 마쳤다. 하지만 협회가 약속한 방범·보안 서비스는 이렇다할 큰 변화가 없다.
부산지방법원 앞의 법조타운 일대에는 건물마다 변호사 사무실들이 입주해 있다. 건물에 소속된 경비원들이 건물을 관리한다. 낮에는 4명이 건물 전체를 경비하고 저녁에는 1~2명이 돌아가며 경비를 하고 있다.
이들이 의존하는 것은 폐쇄회로화면(CCTV)이 전부였다. 그나마 출입구가 한정돼 있어 출입구 중심으로 CCTV를 설치해두고 건물을 출입하는 외부인들을 확인하고 있었다. 변호사들이 평소에 들고 다니는 서류가방이 아닌 특이한 가방을 들고 있다든지 미심쩍은 방문객이 들어올 경우에만 즉시 신원을 확인하고 있었다.
그밖에 소화기가 제대로 작동하는지를 확인하고 비상시 호신용으로 사용할 수 있을 만한 밀대 걸레 등 도구들의 위치를 파악하고, 빨리 112에 신고할 수 있도록 시뮬레이션을 돌려보는 것이 전부다.
게다가 경비 인력이 주로 노령이다 보니 돌발 상황에 상대방을 제압하는 것은 힘이 부칠 수밖에 없다. 변호사 사무실이 있는 건물 내의 경비원들마저도 변호사들을 보호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
법원 · 검찰청은 입구에서부터 청호 경찰이 지켜
변호사들과 같이 법조 직역 업무를 수행하는 판, 검사들이 근무하는 법원과 검찰청의 보안 경비는 어떨까. 변호사 사무실의 모습과는 다르게 출입구 경비는 물론 모든 건물 내부엔 젊은 유단자들이 철저하게 주요 출입구들을 지키고 있었다. 법원과 검찰청은 정부에서 직접 건물 내에 보안 인력을 배치해 관리를 해주고 있다.
법원은 청사 입구에서부터 청사를 방호하는 청원경찰이 24시간 상시 대기하고 있다. 이들은 교대로 당직을 서며 야간 당직자는 아침에 출근해서 새벽까지 근무를 서고 있다.
법원은 대민 업무를 수행하기 때문에 청원경찰이 외부인의 출입을 막을 수는 없다. 하지만 이들은 언제든지 법원·검찰청 방문자를 불신검문할 수 있으며 현행범들은 그 자리에서 즉시 제압할 수도 있다.
게다가 테러 등 큰 사건이 일어날 것이 예상되면 장비를 많이 가지고 있는 경찰에 협업도 요청할 수 있다. 폭행과 같은 가벼운 사건은 현장에서 범인을 제압한 후에 바로 경찰에 신고하고 있다.
접근성 떨어지는 2층 이상에 법정과 판사 사무실 배치하고 보안 검색
1층에는 주로 민원 업무만 보며 법정은 2층부터, 판사실은 8층부터 위치하고 있었다. 중앙 엘리베이터는 보안이 안돼 있었지만 판사실과 법정 출입구로 통하는 모든 엘리베이터는 출입이 통제돼 있었다.
판사실과 법정으로 향하는 엘리베이터 입구에는 보안 요원과 보안 검색대가 가로막고 있었는데, 이곳을 무사히 통과해야만 판사실과 법정에 출입할 수 있다.
법원 외곽과 마찬가지로 내부에도 인력을 배치해 각종 보안 업무를 맡고 있다. 법정 안에는 간간이 여성 직원들이 보였지만 출입구를 통제하는 직원들은 대부분 덩치가 큰 남성들이었다.
이들은 사람의 신체에 대한 유형력을 사용할 수 있으며 가스총, 삼단봉, 무전기 등을 기본적으로 소지하고 있었다. 위급 시에 이들이 직접 제압을 해야 하기 때문에 대부분 유단자들이었다.
이들의 지시하에 모든 방문객 및 변호사들은 자신의 소지품을 보안 검색대에 올리고 금속 탐지기로 온몸을 수색받아야 한다. 1층 보안 검색대에서 위험한 물건들이나 약통들을 한차례 검사가 끝났다면 위 층 법정에 들어서기 전에 보안팀이 한 번 더 검사를 실시한다.
덕분에 위급 상황이 발생하면 즉각적인 진압은 물론이고 빠른 수습이 가능하다. 실제 한 보안요원에 따르면 몇 년 전 외부인이 독극물을 숨겨 법원 내로 들어왔지만 요원들이 바로 제압해 피해자는 생명에 지장이 없었다.
검찰청 내부는 미리 등록을 한 사람만 출입이 가능
검찰청은 반드시 담당자와 사전에 통화를 하고 출입등록을 해야만 출입을 할 수 있다. 출입 등록을 마친 사람은 보안대 앞에서 또 한 번 출입 여부를 확인받아야 한다.
검찰청을 방문하는 사람들은 주로 소환 조치를 받는 피의자들이다. 과거 흉악범이 칼을 들고 검사실로 올라갔던 사건이 있는 만큼 검찰청 내부에서도 소지품을 철저하게 검사하고 있다.
검찰청 또한 법원과 마찬가지로 유사시에 보안요원이 출동할 수 있도록 상시 대기하고 있었으며 검사실로 향하는 엘리베이터 앞에서 보안 검색대를 통해 모든 방문객들이 소지품을 확인하고 들어가고 있다.
가방 안 내용물을 확인하는 엑스레이(X-ray) 검색기와 옷 안에 금속이 있을 경우 소리가 나는 문형금속탐지기 등 법원과 마찬가지로 총 두 개의 검색대가 있었다.
검찰청 관계자에 따르면 약 8년 전에는 보안 요원이 직접 가방을 열어보았지만, 여성들의 소지품을 여는 등 사회적으로 민감한 부분이 있어 약 5년 전부터 보안대를 들이게 됐다. 검찰청 직원을 제외한 모든 출입자들의 소지품을 확인하고 있다.
변호사 사무실 이대로 괜찮은가
판사와 검사실은 모두 청사 한 건물에 모여 있다. 이와 대조적으로 변호사 사무실은 모두 흩어져 있다. 한 변호사 사무실 건물 경비원은 “변호사 특성상 개인 사업체로 움직이기 때문에 법원처럼 모든 변호사들을 보호해 주기에는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럴 때일수록 대한변호사협회의 역할이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 협회가 추진 중인 보안 관련 업체와 협약을 통해 보안이 취약한 사무실에 컨설팅을 지원하는 등 적극적인 방안 모색이 필요하다. 한 도시계획 전문가는 “현재 법조타운에 모여있는 변호사 사무실처럼 약 5~10개 이상의 사무실이 모여있는 건물에 협회가 보안에 사용될 수 있는 일정 금액을 지원해 주는 방법이 있다”며 “그렇다면 언젠가는 법원처럼 변호사들도 한곳으로 모일 수 있으며 동시에 안전해질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