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생 최현희 씨는 떨어져 지내는 동생과 3년 째 편지를 주고받고 있다. 그녀는 메신저나 전화로 동생과 편히 연락할 수도 있지만 손수 쓴 편지에 자신의 정성이 깃들어 더욱 가치가 있다는 것을 어린 동생에게 알려주고 싶어 편지를 이용한다. 그러나 그녀는 작년에 집 근처에 있던 우체통이 사라지고 난 후부터 직접 우체국까지 가서 편지를 보내야만 한다. 그녀는 정성들여 편지를 써도 정작 편지를 넣을 우체통을 찾기란 ‘하늘에 별따기’라 전보다 편지 쓰는 횟수가 줄어들었다고 말한다.
우정사업본부에 따르면, 전국의 우체통 수가 2005년 3만 3,544개에서 2006년 3만 1,000개, 2007년 2만 5,547개, 지난해에는 2만 3,761개로 줄었다. 우체통이 가장 많았던 1993년 5만 7,000여 개에 비하면, 지금의 우체통 수는 반 이상이 줄어들었다.
그렇다면 우체통은 어떤 기준으로 철거되고 있을까?
우체통의 설치와 철거에 대한 권한은 해당 지역 배달국이 가지고 있다. 우체통에서 수집해야할 우편물이 매일 1통도 나오지 않는 상태가 일정 기간 동안 지속되면, 그 우체통은 철거가 결정된다. 하지만 농어촌 지역이나 소외 지역의 경우, 그 지역 우체국 국장이 지역 주민들의 의견을 수렴하여 우체통 철거 여부를 정한다.
요즘 사람들은 손수 적은 편지를 들고 우체통에 편지를 넣은 게 언젠지 기억조차 까마득할 것이다. 상황이 이러하니, 사람들에게 우체통의 존재는 잊혀져 가고 있다. 심지어, 요즘 우체통에 편지를 넣으면 우체국에서 편지를 수거해 가는 것인지에 대해 의구심을 품는 사람도 적잖이 있다.
직장인 김화영(28) 씨는 바로 집 앞에 우체통이 버젓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30분을 걸어 우체국에 가서 직접 편지를 부치고 돌아온다. 그녀는 요즘 아무도 편지를 우체통에 넣는 사람을 본 적도 없고, 집배원이 수거하는 것을 본 적도 없어서, 우체통에 편지를 넣으면 배달되지 않을 것이라는 의문이 들기 때문이다.
실제로 그녀처럼 우체통에 들은 편지를 수거해가지 않는다고 여겨서 편지를 넣지 않는 사람도 있다. 하지만 이런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된다.
부산체신청 우편 물류 담당 김외숙 씨는 우체통은 매일 수집하도록 규정되어 있으며 우체통 안에는 바코드가 있어 집배원들이 항상 우체통을 열어 PDA로 바코드를 찍고 편지를 수거해 가고 있다고 말했다.
이처럼, 우체통이 아직 길거리에 서 있다는 것은 집배원이 매일 편지를 수거해 간다는 것을 의미한다는 것이다. 수거할 편지가 없어 철거되기 전까지는 집배원이 꼭 들르게 되어 있는 것이 그들의 근무 규정이기 때문이다.
경주 우체국 집배원 김동우(35) 씨는 이번 달만 해도 자신의 담당구역 우체통이 3개나 철거되어 가끔 주민들이 불평해오는 경우도 있다고 말한다. 그는 “요즘 사람들이 우체통을 사용할 기회가 거의 없는 것은 맞지만 정작 우체통이 보이지 않으니 서운하다”고 말했다.
우체국에서는 사라져가는 우체통으로 인해 이용자들이 남아 있는 우체통을 보다 쉽게 찾을 수 있도록 2008년부터 우체통 위치 정보 알리미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또한, 우정사업본부, 체신청, 각 우체국 홈페이지에 ‘우체통 찾기’ 배너로 접속하면 지역별 우체통 위치와 담당 우체국, 수집시간 등을 확인할 수 있는 서비스를 시행하고 있다.
통신 수단이 발달하여 이용객이 감소하면서, 우체통은 설 자리를 잃어가고 있다. 가야동에 거주하는 이춘곤(71) 씨는 “어린 시절 집배원 아저씨에게 매달려 편지를 확인하러 달려가고, 우체통에 편지를 넣으며 설레었던 기억이 나는데, 그것도 다 우리 세대 이야기다. 이러다 우체통을 박물관에서 볼 수 있는 날이 올지도 모르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