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당국, "당뇨·신부전환자 등엔 치명적, 중금속 함유 우려 있어 섭취 자제를" / 정혜리 기자
“배 아플 때 먹으면 싹 낫는다.”
“아토피가 없어지더라.”
“숙취해소에 좋다.”
“장탈 났을 때 최고, 체기가 순식간에 사라진다.”
이 말들은 만병통치약 후기가 아니다. 다름 아닌 ‘숯’에 대한 이야기다. 숯이 몸 속 독소와 중금속을 제거하는 데 효과가 있다는 속설을 듣고 식용 숯가루를 맹신해 무분별하게 사용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숯은 식품공전(식약처가 식품의 구성, 원료, 규격, 첨가물 등을 작성해 놓은 기준)에 따르면 ‘식품일반에 대한 공통 기준 및 규격’에 의해 식품 원료로 사용할 수 없는 원료로 지정돼 있으며, 식품 제조 과정에서 여과보조제로 사용 후 최종 식품 완성 전에 제거해야 하는 식품첨가물이다.
하지만 식용 숯가루는 일명 차콜이라 불리며 계속해서 판매되고 있다. 인터넷 포털 검색창에 숯, 숯가루 효능이라고 검색하면 카페, 블로그 카테고리로 수백 건이 넘는 숯가루 제품 후기 게시물이 나온다.
한 블로거 A씨는 제품을 소개하며 여행에서 덜 익힌 돼지고기를 먹고 복통을 일으킨 남편, 주먹밥을 먹다 체한 아들, 바이러스 발진, 목이 부었을 때 등 가족과 자신이 효과 본 사례를 나열했다. 심지어 돌이 되지 않은 아이가 설사할 때 숯가루를 먹여 낫기도 했다고 자랑스레 글을 쓰기도 했다.
또 다른 블로거 B씨는 집에서 비상약으로 쓴다며 약의 효능을 알렸는데, 위염이나 위궤양에 걸렸을 때 숯가루를 올리브유에 섞어 복용하면 효과를 볼 수 있다거나, 감기에 효과를 본다는 등 각종 병증에 사용할 수 있다는 민간요법을 올려놓고 있다. 이 게시물에는 수십 개의 댓글을 달며 동조하는 사람들도 있다. “우리 아이도 자주 먹여요”라거나, “우리집에도 있어요”라며 신빙성을 더하거나, “폐암에 걸린 아버지에게 사드리고 싶다,” “정보 좀 나눠주세요”라고 판매처를 묻기도 한다.
하지만 이 제품은 정작 판매 홈페이지에선 ‘식품의 제조 또는 가공상 여과보조제(여과, 탈취, 탈색, 정제)등으로 적당량 사용한다’는 설명이 달려 있다. 다시 말해 식용으로 사용되는 게 아니라는 뜻이다. 10여 년에도 소비자원의 실태조사에서 식용 불가 숯가루가 유통돼 리콜 처리된 일이 있고 숯가루를 암치료제로 과대광고해 판매한 업체가 처벌받은 일도 있다. 하지만 이 제품은 이 후에도 제품 설명만 바뀌어 판매되고 있고, 숯가루의 효능을 믿는 사람들은 지금까지도 계속해서 이 제품을 섭취하는 용도로 사용하고 있다.
숯가루 인기는 특히 안아키(약 안 쓰고 아이 키우기) 등의 자연주의 표방 카페 등을 통해 퍼지고 있다. 이들은 숯가루 효과와 사용 방법을 자세하게 서술하며 성인을 기준으로 영유아가 먹을 양을 정해 놓는 등 의사 상담도 없이 자녀에게 먹이도록 하고 있다. 병원에 가지 않고 민간요법을 이용하는 이들은 '아이들이 숯 먹기를 거부할 때 잼과 섞어 먹이면 쉽게 먹일 수 있다'는 복용 비법(?)까지 공유하기도 해 말을 하지 못하는 아이를 학대하는 게 아니냐는 비판을 받고 있다.
한국 소비자원은 숯가루의 오남용을 자제할 것을 당부하고 있다. 한국 소비자원 관계자는 “다른 약물과 함께 복용하는 경우 약물의 농도를 감소시키는 위험이 있어 당뇨·신부전 등의 질환자가 이를 남용할 경우 치명적일 수 있어 특별한 주의가 요구된다. 또한 원료목(木)의 종류ㆍ산지 등에 따라 여러 가지 다른 중금속이 포함될 수 있다. 연소(탄화) 상태에 따라 다환방향족탄화수소(PAHs)를 포함한 각종 유기 부산물이 생성될 수 있어 위생적인 측면의 부작용도 우려된다”고 밝혔다.
또 식품의약품 안전청 부산지방청 관계자도 “먹는 ‘숯’은 대한약전에 수재된 약용탄(medicinal carbon)이 의약품으로 허가되어 있으나, 오·남용 시 소화불량, 다른 약물 복용 시 흡착으로 약물 효과저하 현상이 일어날 수 있고, 의사처방 없이 당뇨병 환자에게 사용 금지하도록 되어 있다. 무분별하게 장기간 섭취 시 비타민류, 광물질 등의 흡착으로 영양장애 등의 부작용이 우려된다”며 안전한 제품을 사용하기를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