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파간다,' '피그말리온,' '빛나는' 등 업계 3대 주자, 신세대 겨냥한 감각적 디자인 총력 / 정혜리 기자
세련되고 감각적인 것이 시각을 지배하는 시대, 요즘은 비주얼 쇼크의 나날이다. 이런 바람은 영화 포스터 업계에도 불고 있다. 지금까지의 국내 영화 포스터는 커다란 주인공 얼굴과 제목에 ‘○○○상 노미네이트,’ ‘○○○○상 수상’이라는 문구로 도배해 영화 내용을 알리기에는 부족한 것들이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어느새 번뜩이는 창의력을 내세운 디자인 회사들이 하나둘 생겨나더니 이제는 해외 것 못지않게 작품성을 담은 포스터를 만들어 국내 영화 팬들의 눈길을 끌고 있다.
특히 상업영화부터 다양성영화까지 아울러 영화 팬들의 각광을 받고 있는 디자인 회사로는 ‘프로파간다,’ ‘피그말리온,’ ‘빛나는’ 3개 회사가 있다.
프로파간다의 원뜻은 propaganda, 즉 어떤 것의 존재나 효능, 주장을 남에게 설명하고 동의를 구하는 일이나 활동을 말한다. 디자인 회사 ‘프로파간다’는 대중을 ‘홀리는,’ 긍정적 의미의 ‘대중을 선동하는 광고’란 뜻에서 이름 지었다. 2008년 세워져 300여 편이 넘는 영화 포스터 작업을 거쳐 대표 디자인 스튜디오로 올라선 프로파간다는 많은 사람이 한국에서 가장 멋있는 포스터를 만들어낸다고 극찬한다. 이 팀은 최지웅, 박동우, 이동형 디자이너 세 명이 영화 <워낭소리> 포스터처럼 여백을 활용하고 캘리그라피를 넣어 감성적 비주얼을 뽐내는 작품을 만드는가 하면, 영화 <신세계>처럼 선이 굵고 박력 넘치는 포스터까지 다양하게 뽑아 내고 있다. 특히 올해 제21회 부산국제영화제 공식 포스터와 개막 작품 <춘몽>의 포스터를 만들어 주목받고 있다.
개인 소장을 원하는 이들이 올린 포스터 매매글을 중고물건 거래 카페에서 쉽게 볼 수 있을 정도로 인기가 높은 ‘피그말리온’은 박재호, 이유라 디자이너 부부가 운영한다. 피그말리온은 감수성을 자극하는 작품으로 20대의 호응을 얻고 있는데, 대중에 잘 알려진 <미드나잇 인 파리>, <비긴 어게인>부터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태풍이 지나가고>, 배우 왕대륙의 인기를 높인 <나의 소녀시대>처럼 영화의 분위기를 잔잔하게 전달하는 포스터가 대표작. 특히 칸의 총아, 자비에 돌란 감독이 피그말리온이 작업한 <마미> 포스터를 보고 이를 SNS에 게재해 한국판 포스터가 세계로 보급되는 공식 포스터가 되기도 했다고. 돌란 감독은 “최고의 내 영화 포스터 중 하나”라고 언급해 화제가 된 바 있다.
‘빛나는’은 배우의 얼굴이 잘 드러나고 큰 폰트와 강렬한 색채를 사용해 한 번 보면 잊히지 않는 시원시원한 작품을 만드는 것으로 유명하다. 박시영 디자이너가 운영하는 빛나는은 <곡성>, <베테랑>과 같은 상업영화부터 <거인>, <한 여름밤의 판타지아>, <우리들>같은 다양성을 지향하는 영화까지 통달했다. 영화의 스토리를 함축해 한눈에 보여주는 그의 작품은 디자이너 지망생들에게 교과서로 통한다.
영화계의 포스터 변화 바람에 대해 부산 경성대 연극영화학부 강내영 교수는 “요즘 시대의 영화팬들의 감성은 영화 정보를 종이 한 장에 담기 위해 대중적 배우 얼굴을 크게 넣고 자극적인 제목을 뽑던 옛날과 다르다”며 “취향에 맞춰 다양하게 제작한 포스터로 다양한 관객을 만족시킬 수 있다”고 설명했다.
디지털 영화를 보여주기 위한 아날로그적 표현법인 포스터는 단 한 장의 사진과 한 줄의 문장으로 승부하는 또 하나의 예술작품으로 거듭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