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폰트사, 카톡 통한 유료 폰트 제공... 안드로이드 유저들, “차별” 반발
소비자 비난 거세지자, 폰트사 “단순 이벤트로 제공한 것” 해명
일각에선 소비자 과민반응 지적도... 네티즌들 재발방지 대책 요구
한 폰트 회사가 카카오톡을 통해 자사 유료 폰트를 아이폰 사용자들에게 무료로 제공하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특히 해당 폰트사의 폰트를 돈 주고 구매한 안드로이드 사용자들은 폰트사와 카카오톡을 향해 거친 비난의 말들을 쏟아내고 있다.
지난 10월 7일, Aa폰트는 공식 블로그를 통해 한 공지를 올렸다. 바로 카카오톡 IOS(아이폰) 버전에 자사의 폰트 3종을 제공한다는 내용의 공지였다. 당시 카카오톡 IOS 버전에 업데이트된 폰트는 ‘Aa청춘의온도라이트’, ‘Aa합정산스’, ‘Ba엔딩크레딧’으로, 대부분 Aa폰트의 스테디셀러 폰트들이었다. 이어 지난 10월 11일에는 ‘Aa사랑스러워’, ‘Ba이지은체’, ‘Ba안경펜슬’ 등의 폰트 3종이 추가로 업데이트됐다.
안드로이드와는 달리 아이폰은 자체적으로 UI에 폰트를 적용할 수 없게 되어 있다. 아이폰의 보안 제한을 풀어 외부 프로그램을 실행할 수 있게 하는, 일명 ‘탈옥’을 통해 폰트를 적용할 수 있기는 하지만, 이를 실행할 경우 아이폰 시스템 자체가 불안정해지기 때문에 함부로 실행하기가 어렵다. 그래서인지 현재 카카오톡은 IOS 버전에 한해서만 폰트 변경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이번 카카오톡 Aa폰트 업데이트에 대해 다수의 아이폰 사용자들은 크게 환영하고 있다. 대학생 정수진(21, 경남 창원시) 씨는 “아이폰은 기본 폰트만 써야 해서 카톡 폰트를 계속 바꿔왔었다”며 “그런데 이번에 예쁜 폰트들이 추가로 업데이트돼서 매우 만족스럽다”고 말했다. 직장인 박나영(23, 경남 창원시) 씨는 “이번에 업데이트된 Aa폰트들이 하나같이 정말 다 예뻐서 요즘 카톡할 맛이 생긴다”며 기뻐했다.
그러나 이와 반대로 안드로이드 사용자들의 반응은 분노로 가득하다. 그도 그럴 것이 Aa폰트가 아이폰 사용자들에게 제공한 폰트들이 전부 안드로이드 사용자들이 적게는 2500원, 많게는 3500원을 주고 구매해야 적용 가능한 유료 폰트들이었기 때문이다. 대학생 김현수(22, 경남 창원시) 씨는 “안드로이드 유저와 아이폰 유저를 차별하는 것도 아니고 정말 불공평하다”며 “결코 싸지 않은 가격임에도 폰트를 구매한 안드로이드 유저들이 호구가 된 것 같다”고 말했다.
안드로이드 사용자들은 환불을 요구하기까지 이르렀다. 특히 폰트를 구매할 수 있는 ‘갤럭시스토어’와 ‘LG스마트월드’에서 많은 소비자들의 환불 요구가 이어졌다. 대다수의 소비자들은 평점 및 리뷰를 통해 "환불해달라", "안드 유저들만 호구 됐네", "이 폰트도 아이폰 유저들에게 무료 제공할건가?" 등과 같은 글을 남기며 Aa폰트를 비난했다. 환불 요구 댓글을 달았던 대학생 조 모(22, 경남 창원시) 씨는 “Aa폰트만 10개 이상 구매했던 소비자로서, 이번 사태는 안드로이드 유저들만 억울한 일”이라며 “환불이라도 받지 않으면 너무 분통이 터질 것 같았다”고 말했다.
비난은 카카오톡에도 이어졌다. 안드로이드 사용자들은 카카오톡이 IOS 버전에만 폰트 변경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점을 지적하며, 이번 사태에 카카오톡의 책임도 있다고 주장했다. 대학생 김수현(22, 경남 창원시) 씨는 “안드로이드가 폰트 적용이 가능하다고 해도 IOS 버전에만 폰트 변경 서비스를 제공하는 건 불공평했다”며 “이런 서비스를 안드로이드 유저들에게도 제공했다면 이번 사태는 일어나지 않았을 지도 모른다”고 강조했다.
폰트 제공에 대한 비난이 계속되자, Aa폰트 측은 지난 18일 공식입장을 내놓았다. Aa폰트는 공식 블로그를 통해 “본래 의도와는 다르게 혼선을 야기한 것에 사과드린다”며 “카카오와 협의 하에 이벤트성으로 폰트 6종을 제공하게 된 것이고, 추가 업로드 계획은 없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소비자들이 제기한 환불 요청에 관해서는 “폰트의 경우, 라이선스를 구매하는 것”이라며 “이번 사태가 라이선스의 서비스와는 관계가 없어 환불이 어렵다”는 입장을 보였다.
그러나 Aa폰트 측의 사과문에도 불구하고, 안드로이드 사용자들의 반응은 여전히 싸늘하기만 하다. 특히 환불이 불가능하다는 점으로 인해 Aa폰트를 불매하자는 말까지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직장인 황 모(27, 부산시 연제구) 씨는 “환불도 안 해준다는 공지를 보고 더욱 실망했다”며 “가지고 있던 Aa폰트들도 전부 삭제했고, 앞으로도 구매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경한 입장을 보였다.
한편, "이번 Aa폰트 사태가 마냥 분노할 일이냐"며 "안드로이드 사용자들의 과민반응"이라고 이야기하는 이들도 있다. 대학생 신 모(22, 부산시 사상구) 씨는 “Aa폰트 이전에도 IOS 카톡에는 이미 다른 유료 폰트들이 존재했다”며 “다른 폰트 회사도 있는데 안드로이드 유저들이 Aa폰트에만 유달리 책임을 묻는 것 같다”고 이야기했다. 대학생 안 모(22, 경남 창원시) 씨는 “나도 안드로이드를 쓰긴 하지만, 폰트사가 원하면 이벤트성으로 폰트를 제공할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며 “게다가 지속적으로 제공하는 것도 아니고 단순 이벤트로 이번만 제공한 것인데 너무 민감하게 받아들이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러한 갈등마저 빚어지자, 일각에서는 "이번 사태와 같은 일들이 더 이상 발생해서는 안 된다"면서 "앞으로 폰트 회사들이 아이폰 유료 폰트 제공에 대한 구체적 방안이 마련돼야 한다"고 촉구하고 있다. 김수현 씨는 “아이폰 폰트 제공에 대한 명확한 해결방안을 제시하지 않는 이상, 이러한 논란은 또 생겨날 것”이라며 “아이폰에도 유료로 판매하거나 안드로이드에도 똑같이 이벤트를 제공하는 식의 동등한 방안을 마련해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직장인 최 모(22, 경남 창원시) 씨는 “폰트사들은 폰트를 쓰지 못하는 이들의 입장만 고려하지 말고, 원래 쓰는 사람들의 입장을 더욱 신경 써야할 것”이라며 “부디 좋은 방안을 마련해 다시는 이번과 같은 일을 만들지 않길 바란다”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