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폰 이용자 박가은(25, 경기도 시흥시) 씨는 여느 때와 같이 아침에 일어나 문자 메시지함을 확인하다 깜짝 놀랐다. 낯선 번호로부터 중국어로 작성된 메시지가 다량 발송된 것. ‘Apple ID 확인-설정'에서 (본인 계정)`에 대한 암호를 입력하십시오’라는 팝업 알림을 수신한 직후였다. 박 씨는 “쓸 줄 아는 한자라고는 내 이름밖에 없는데 누가 이런 문자를 보낸 건지 모르겠다”며 “곧바로 비밀번호를 바꾸긴 했지만, 내 계정이 어디로 유출된 건지 너무 불안하다”며 2차 피해를 걱정했다.
계정 해킹 피해를 호소하는 아이폰 이용자가 늘고 있다. 메시지 수신 번호가 주로 중국 국제번호 ‘+86’으로 시작한다는 점에서 중국에서 메시지가 발송된 것으로 보인다. “마카오 최고의 게임 회사 추천”라고 시작되는 장문의 중국어 스팸 메시지는 수십 개, 많게는 수백 개의 번호로 발송됐다. 메시지 내용으로 보면 중국 내 불법 도박 사이트를 광고하는 스팸으로 추정된다.
아이폰을 생산하는 애플사는 강력한 보안체계를 가진 것으로 정평이 나 있다. 아이폰의 최신 보안체계는 잠금 해제를 위한 암호 입력을 5회 틀리면 다음 입력까지 1분을 기다려야 하고, 9회 틀린 뒤부터는 1시간을 기다려야 하도록 설정돼 있다. 아이폰 이용자들은 이처럼 강력한 보안 체계가 뚫린 이유가 무엇인지 궁금해하면서도, 아이폰의 보안체계를 더는 믿을 수 없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같은 사례의 피해자인 조아영(22, 서울시 종로구) 씨는 “나도 모르는 사이에 문자가 발송돼 있어 너무 놀랐다. 아이폰이 해킹당하는 일은 절대 없을 줄 알았는데, 요즘 너무 불안하다. 아이클라우드에 모든 정보를 연동해서 쓰고 있었는데, 내 모든 정보가 얼굴도 모르는 중국인에게 들어갔다는 생각을 하면 소름이 끼친다. 매주 비밀번호를 바꾸고 있지만, 여전히 불안하다”고 호소했다.
아이폰이 해킹당한 것이 아니라 계정 정보가 유출됐다고 보는 시각도 있다. 아이폰 이용자 커뮤니티에서 본인을 아이폰 전문가라고 소개한 한 누리꾼은 “직접적인 아이폰 해킹 가능성보다는 계정이 유출됐을 가능성이 높다”고 주장했다. 메시지 발신 외에 별다른 피해가 발생하지 않은 데다 메시지를 보내는 해킹은 계정 유출만으로도 일어날 수 있다는 것이 그 이유다. 그는 “대부분의 피해자들이 모든 인터넷 계정에서 같은 ID와 비밀번호를 쓰고 있었다. 해커들이 계정 정보를 알아낸 것으로 보는 게 맞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애플 관계자는 “계정 해킹으로 인한 결제 등 금전적 피해는 보상하는 게 방침”이라면서도 “피해 상황을 정확히 파악할 필요가 있다”고 말을 아꼈다. 관계자에 따르면, 애플은 사전에 등록하지 않은 기기에서 계정 접속이 이뤄지면 사용자의 스마트에 경고 알림을 띄운다. 이 같은 경우 이용자들이 할 수 있는 최선의 조치는 계정 도용을 의심해 비밀번호를 신속히 바꾸는 것이다. 애플 관계자는 “해킹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주기적으로 비밀번호를 변경하는 것이 최선의 방법”이라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