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명(失明) 유발 등 차량 워셔액 속 메탄올의 인체 유해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지난해 온 국민이 두려움에 떨었다. 차량 워셔액을 사용할 때 환기구를 통해 메탄올이 자동차의 내부로 들어와 탑승자가 이를 흡입할 수 있는데, 현대차, 기아차, 한국GM, 르노삼성, 쌍용차 등 국내 자동차 업체들이 국내 출고 차량에는 메탄올 워셔액을, 해외 수출 차량에는 에탄올 워셔액을 사용해 논란을 더했다.
당시 워셔액 제조사들은 인체 영향이 미미한 정도라며 책임을 회피했고, 논란이 인 후 6개월이 지난 지금까지도 워셔액 사용에 관한 법적 규정이 마련되지 않은 채 메탄올 제품이 계속 판매되고 있다.
메탄올은 소량의 섭취만으로도 중추신경계를 파괴하고 신경 장애, 혹은 실명을 초래할 수 있는 유독 물질이다. 세계보건기구(WHO)는 혈중 축적된 메탄올이 500mg/L 이상이면 심각한 독성을 유발하고, 1,500~2,000mg/L에 이르면 사망에 이를 수도 있다고 말한다. 현재 독일 등 해외에서는 메탄올의 위험성을 인정하고 에탄올 워셔액을 사용하도록 하고 있다.
시중에는 다양한 워셔액이 나와 있다. 현재 마트에는 메탄올 워셔액와 에탄올 워셔액이 골고루 판매되고 있는데, 두 종류 제품에는 가격 차이가 있다. 에탄올 워셔액은 할인 없이 판매되고 있고, 메탄올 워셔액은 할인 판매되고 있다. 한 마트 직원은 “에탄올 워셔액은 할인 판매가 별로 없고 메탄올은 자주 있다”고 말했다. 문제는 가격이다. 1L기준 메탄올 원가는 약 500원, 에탄올 원가는 1,200원 정도다. 한 마트에서는 1.8L 워셔액 기준 메탄올은 5,000원이 되지 않는 가격에, 에탄올은 8,000원에 가까운 가격에 팔리고 있다.
에탄올 워셔액을 고집하는 직장인 정진오(30, 경남 남해군) 씨는 나이 많은 부모님이 메탄올 워셔액을 써 놀란 경험이 있다. 정 씨는 “작년에 뉴스를 못 보셨는지 메탄올 워셔액을 사 쓰고 계셔서 속상했다”며 “값도 싼 데다 1+1 행사를 해서 사왔다고 하시더라”고 말했다. 또 다른 직장인 김진영(29, 부산시 영도구) 씨는 “작년에는 메탄올 워셔액이 금방 없어질 줄 알았다”며 "다들 인터넷에서 에탄올 워셔액 만드는 법 찾고 난리였는데... 나는 아직도 만들어 쓰고 있다"고 말했다. 김 씨는 “정부가 전부 에탄올로 바꾸고 가격을 내릴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할 것”이라고 꼬집었다.
정부는 올해 내로 워셔액에 화학물질 관련 법안을 적용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지난달 11일 산업통상자원부·환경부에 따르면, 정부는 워셔액, 부동액, 습기제거제, 양초 등 공산품 4종을 위해우려제품으로 분류하고 연내에 환경부 소관 법률인 ‘화학물질의 등록 및 평가 등에 관한 법(화평법)’을 적용하겠다고 밝혔다. 산업부·환경부의 조사 결과에 이 공산품 4종을 생산하는 74개 업체의 제품 172개 중 106개(62%) 제품에서 34종의 살생물질이 검출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양 부처는 해당 조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해당 제품·업체명 등을 공개하지 않는 등 실행 의지를 보이고 있느냐는 의문을 낳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