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이로 착각, 먹고 죽는 동물 많아....영국선 50개 도시서 금지 조치, 국내서도 규제 촉구 목소리 / 정혜리 기자
최근 ‘풍선 날리기’ 행사 등에 사용된 풍선이 숲과 바다에 떨어져 야생 동물에게 심각한 피해를 입히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전세계적으로 풍선날리기 금지 운동이 벌어지고 있다.
날려보낸 풍선의 바람이 빠져 떨어지면, 산양과 소는 이를 풀로 착각하고 바다 거북이는 해파리로 착각해 고무풍선을 먹고 죽게 된다. 또 조류는 풍선에 달린 노끈이 다리에 엉켜 날지 못하게 되는 등의 피해를 보고 있다.
최근 영국 일간신문 인디펜던트는 옥스퍼드, 카디프 등 영국 50개 도시에서 풍선 및 풍등 날리기 행사가 금지됐다고 보도했다. 미국 캘리포니아주, 플로리다주 등은 풍선 날리기를 이미 금지했다는 것. 영국해양보호협회의 엠마 커닝엄 캠페인 팀장은 인디펜던트와의 인터뷰에서 “풍선은 바다에서 4년 동안 썩지 않고 돌아다니며 동물에 많은 피해를 끼친다”며 “풍선 날리기 행사는 전 세계에서 금지돼야 한다”고 말했다.
현재 국내에서는 풍선날리기에 아무런 규제가 없다. 각 지자체는 해마다 새해 소망 풍선 날리기 행사 등에서 풍선을 자주 날리고 있다. 지난 3일에는 서울 롯데월드타워 개장 행사에서도 풍선 수천 개가 날려졌다.
동물보호단체 애니멀아리랑은 현재 '풍선날리기 금지 가능할까요'라는 설문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풍선이 동물에게 위험하다는 사실을 알리는 인식 개선을 위한 설문조사다. 설문조사는 △사람이 날린 풍선이 동물에게 위험이 된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지, △행사, 공중시설에서 풍선날리기 금지 운동에 어떻게 생각하는지, △풍선날리기 금지 법 필요성, △풍선의 위험성을 주위에 알릴 의사가 있는지 등 총 7문항으로 이뤄져 있다. 이 설문조사는 오는 17일까지 진행된다.
애니멀아리랑 측은 “13일 기준 1500여 명이 참여했다”며 “조사가 마무리 되면 결과를 서울시 등 정부기관에 전달하고 관련법 제정을 촉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학생 유재희(21, 부산시 연제구) 씨는 “풍선 같은 쓰레기가 어디로 갈까 궁금했다”며 “죄 없는 동물이 피해 받는다니 눈물이 난다”고 말했다. 직장인 박이화(51, 부산시 부산진구) 씨는 “풍등 날리기 행사가 예뻐서 대구 풍등날리기 행사에 간 적도 있는데 고통 받는 동물을 보니 부끄럽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