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다고 울면 혼내라" 충격 처방에 일부 회원들 거센 비판.....운영진 "카페 폐쇄" / 정인혜 기자
안아키(약 안 쓰고 아이 키우기) 카페가 논란에 휩싸였다. 해당 카페에 게시된 잘못된 정보로 병세가 악화된 아이들의 사례가 인터넷에 보고되면서부터다.
안아키 카페는 자연주의를 표방하는 육아법을 공유하는 인터넷 커뮤니티로, 회원 수만 5만 8000명에 달한다. 카페 회원들은 약을 먹이지 않고 아이의 병을 치료하는 방법들을 주로 공유한다. 이들은 백신이나 항생제가 아토피 등의 부작용을 유발할 수 있어 약이 아닌 생활 속에서 자연스럽게 아이가 면역력을 키워야 한다고 주장한다. 백신에 함유된 수은과 페놀, 포르말린이 질환보다 오히려 건강에 치명적일 수 있고, 영아는 백신에 대응하는 힘이 약해 부작용 발생 우려가 더 크다는 것. 카페 운영자는 한의사로, 지난해 이 같은 육아법을 소개한 책을 발간하기도 했다.
안아키 카페 회원들은 현대 의학 상식과 거리가 먼 주장을 펼친다. 아이가 화상을 입었을 땐 찬물 대신 뜨거운 물로 씻어내라고 하는가 하면, 감기나 독감에 걸렸을 때는 숯가루 물에 타서 먹이기, 햇볕 쬐어주기 등을 권한다. 열이 심하게 날 땐 관장을 하라거나 재래 간장으로 가글을 하라는 내용도 있다. 아토피에 걸린 아이에게는 양의학 병원에서 처방한 약을 투약하거나 로션을 발라선 안 된다고 처방하기도 한다. 아이의 증상에 차도가 없어도 ‘아이의 몸이 공부를 하고 있는 것’이라는 논리를 편다.
인터넷에서도 안아키 카페 회원들의 글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지난 1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안아키 카페 내부 글들이 공개됐다. 특히 아토피를 가진 아이의 엄마와 카페 운영진이 주고받은 댓글 내용이 공개돼 이목을 집중시켰다. 해당 글을 쓴 사람은 아이가 아토피로 고생하고 있다며 어떻게 해야 할지를 물었다. 그는 “아이가 아파하며 고래고래 소리 지르는 건 처음이라 너무 당혹스럽다. 팔오금을 긁으며 딱지를 다 떼고 피가 나고 진물이 나며 얇은 종잇장 같은 피부가 됐다”면서도 “다시 원장님(카페 운영진)을 뵙고 힘을 얻고 싶다”고 썼다.
이에 카페 운영진은 “아이가 짜증이 많고 불만이 심한 스타일인 것 같다. 그렇게 울며 고함을 지를 정도로 아프지는 않다”며 “아이가 그런 양상을 보이는 것은 그동안 아토피로 엄마가 아이에게 약점을 잡혔다는 이야기”라고 말했다. 아이가 본인이 아프다고 할 때 엄마가 쩔쩔맨다는 것을 알고 아픈 것을 강조한다는 논리다. 이어 “아이가 긁든 울든 무심하게 대하라”며 “아프다고 고함을 치면 혼을 내라”고 조언했다.
소식을 접한 사람들은 안아키 카페 회원들을 성토하고 나섰다. 의사 결정권이 없는 아이들을 괴롭히는 ‘아동학대’라는 주장이다. 한 네티즌은 “애가 아파서 긁고 운다는 데 어떻게 애가 엄마를 이용한다는 생각을 할 수가 있냐”며 “전염병 바이러스 주사시켜서 아파서 울어도 신경 쓰지 말고 미쳐서 머리 뽑을 때까지 자연치유 당해봐야 정신을 차릴 것”이라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안아키식 치료법이 아동학대로 볼 소지가 충분한 만큼, 이에 대한 정부의 제재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있다. 주부 박지연(37, 부산시 중구) 씨는 안아키 카페 회원들에 대해 “말도 안 되는 처방전을 서로 주고받으면서 아이를 학대하는 사람들”이라며 “저런 말도 안 되는 치료법으로 사람들을 현혹한 주체가 누구인지 밝혀야 하고, 저런 사람들이 나오지 않도록 확실하게 정부 차원의 제재가 뒤따라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같은 비판이 줄을 잇자, 한의학계도 상황 수습에 나섰다. 안아키 카페 운영자가 한의사인 것이 알려지면서 한의학에 대한 명예훼손을 우려한 것으로 보인다. 대한한의사협회(이하 한의협)는 지난 2일 “방송통신심의위원회와 포털사이트 네이버에 해당 카페 폐쇄 조치와 함께 무면허의료행위 불법사항 적발 시 사법기관에 고발해 줄 것을 요청했다”고 보도 자료를 통해 밝혔다.
한의협은 안아키 카페의 처방은 의학적 근거가 부족할 뿐 아니라 전문의의 진료가 수반되지 않은 경우에는 아이의 건강을 위태롭게 할 수 있는 행위들이라고 지적했다. 한의협은 “해당 카페 운영자가 단지 한의사라는 이유만으로 안아키 카페의 주장에 의학적 근거가 있다고 맹신해서는 안 된다”며 해당 원장에 대한 비윤리적, 불법적인 행위가 확인될 시 협회 차원에서 가능한 모든 조처를 하겠다고 경고했다.
이 같은 논란이 끊이지 않자 안아키 카페 운영진은 카페를 폐쇄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회원들의 상처와 고통을 외면할 수 없어 끝까지 안아키를 지켜보려 했으나 안아키에 대한 오해와 비난이 사그라지지 않고 더 험난해지고 있다”며 “이대로 카페를 유지하다가는 더 많은 회원들이 상처를 받을 것 같아 카페 폐쇄를 결정했다”고 안내문에 썼다. 소식을 접한 회원들은 ‘인정할 수 없다’는 분위기다. 회원들은 "말도 안 된다", "다시 생각해달라", "언제든 다시 돌아와라"는 글을 남기며 카페 폐쇄에 반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