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에어는 참여 기업에 항공권 할인, KT&는 휴가신청서에 사유란 삭제, 한화건설은 안식월 도입 / 정혜리 기자
“꼭 월요일, 금요일에 붙여 써야겠어?”
“월초, 월말에는 다들 바쁜데 쉰다고?”
“부장인 나도 바빠서 못 쉬는데 휴가를 내?”
이는 직장인들이 휴가를 쓴다고 하면 한 번은 들어봤을 이야기들이다. 주말에 붙여 써도 안 되고, 월초와 월말에는 바쁘니까 안 되고, 평일에는 상사도 휴가를 못 쓰는 판에 어딜 감히 휴가냐고 직장이 눈치를 준다. 법적으로 보장된 연차 휴가지만 휴가는 직장인들에게 '내 것이 아닌 내 것'이다.
고용노동부가 지난해 발표한 '근로자 연차휴가 사용 실태' 조사에 따르면, 2013년 기준 평균 연차휴가 부여 일수는 14.2일이지만, 근로자의 사용 일수는 8.6일, 미사용 일수는 5.6일로 나타났다. 즉 연차휴가 평균 사용률은 약 60%. 많은 직장인들이 법적으로 보장된 연차휴가를 제대로 쓰지 못한다는 이야기다. 거기에 OECD가 발표한 ‘2016 고용 동향’에 따르면, 국내 취업자 1인당 평균 노동 시간은 2113시간(2015년 기준)으로 멕시코에 이어 두 번째로 길다.
이처럼 휴가가 용납되지 않는 사회에 올바른 휴가 문화를 권하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먼저 항공사 진에어가 진행 중인 ‘바른 휴가 운동’ 캠페인은 직장인들이 눈치 보지 않고 자유롭게 휴가 갈 수 있는 문화를 조성하자는 내용을 담고 있다. 진에어는 자사가 진행하는 캠페인인 만큼 사내에서부터 전 직원 대상 휴가 사용을 독려하고 있다. 휴가 사용률이 높은 직원가 팀에게 분기별 포상 제도를 실시하고, 휴가 사진 공모전, 추첨을 통한 휴가 지원금 전달 프로그램이 운영되고 있다.
진에어는 다른 국내 기업들과도 함께 이 캠페인을 진행하는데, 바른 휴가 운동 참여 기업에게 항공사가 줄 수 있는 여러 혜택을 주고 있다. 일본·중국·본토·대만 행 비행기의 정규 운임 5% 할인, 홍콩·마카오·동남아·괌·사이판 행 정규 운임의 4% 할인, 호놀룰루 행 정규 운임 3% 할인 그리고 국내선 본인과 배우자의 직계가족 대상 10% 운임 할인을 받을 수 있다.
진에어 측은 “바른 휴가 운동은 올바른 휴가 사용 문화 필요성에 대해 사회적 공감대를 확산하고 기업의 실질적인 참여까지 유도해 직장인들이 휴가가 있는 삶을 누릴 수 있도록 하는 것”이라며 “앞으로도 캠페인 취지에 공감하는 많은 기업들의 참여와 더불어 사회적으로도 긍정적인 인식 제고의 기회가 되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KT&G도 ‘눈치없이 휴가 가자’ 캠페인을 진행 중이다. 휴가 신청 시 상사 눈치를 보며 이유를 말해야 하는 상황을 없애자며 휴가 신청서 사유란을 없앴다. 연차휴가 신청도 별도 결재 과정 없이 등록만 하면 돼 상사에게 미리 휴가 일정을 알리고 허락받는 일이 사라졌다. 또 휴가 기간에는 빈 자리를 메워주는 전문 인력을 상시 운영하는 ‘릴리프 요원제’를 도입해 걱정을 지웠다.
한화건설은 조직 문화 혁신을 위한 시범 프로그램으로 '안식월' 제도를 도입했다. 과장~상무보 승진시 1개월 간 유급휴가를 제공한다는 것. 이는 승진 특별휴가에 개인 연차를 더해서 사용하게 된다.
직장인들은 눈치 보지 않는 휴가 문화가 자리 잡길 원하고 있다. 직장인 신찬영(27, 부산시 부산진구) 씨는 “지난달에 여자 친구와 기념일 데이트하려고 휴가 쓰면서 데이트할 거라고 (상사에게) 말했다가 혼났다”며 “내 권리를 내가 필요한 이유에 쓰는데 간섭하고 눈치 보게 만든다”고 토로했다. 직장인 박미래(30, 부산시 동래구) 씨는 “그렇게 매일 안 되는 이유를 대면 1년 365일 휴가는 꿈도 못 꿀 일”이라며 “그렇다고 연차 안 쓰면 연차수당이나 제대로 주냐”며 분개했다. 박주원(42, 부산시 해운대구) 씨는 “대체 인력제도 너무 부럽다”며 “첫째 초등학교 입학식에도 못 갔다. 연차 쓰라고는 하는데 그게 어디 진짜 쓰라는 말이냐”고 쓴웃음을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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