턱없이 비싼 동물병원 의료수가... "돈없인 개 못키워"
부산 대연동에 사는 대학생 강모(24) 씨는 최근 자신이 키우는 조그만 애완견 요크셔테리어가 감기 증세를 보여 동물병원을 찾았다가 기겁을 했다. 진료를 하는 둥 마는 둥 하더니 주사 한 방 놓고 치료비로 5만원을 청구한 것이다. "사람이 감기 걸려 병원에 가도 몇 천 원이면 되는데..."라고 항의했으나 병원 측은 "보험 적용이 되지 않아 그렇지 적정한 진료수가"라며 꿈쩍도 안했다. 할 수 없이 치료비를 계산하기는 했지만, 속이 쓰렸다. 강 씨는 “강아지가 아파 낑낑거리는 데 병원을 찾지 않을 수도 없고.."라면서 대학생으로서는 부담스러운 동물병원 진료수가에 대해 푸념했다.
반려동물을 키우는 사람이라면 한 번씩은 동물병원에서 비싼 진료비를 지불하고 놀란 경험이 있을 것이다. 주인들은 몸이 아픈 애완견을 방치할 수도 없고, 비싼 진료비 때문에 부담스러워 하고 있다.
부산 대연동 거주 김태숙(52) 씨는 새하얀 털이 복스러운 '말티즈'라는 견종을 애완동물로 기른다. 생김새가 멋진데다 성격이 온순해서다. 그런데 말티즈는 예쁘게 생긴 대신 툭하면 병에 걸린다. 그때마다 동물병원을 찾는데, 매번 진료비로 3만 원 이상씩을 지불한다. 그는 “아픈데 보고만 있을 수도 없고, 동물병원 한 번 데려갈 때마다 돈이 너무 많이 들어 겁이 난다”며 “돈 없는 사람은 반려동물도 못 키울 것 같다”고 말했다.
동물병원마다 진료비가 천차만별인 점도 문제다. 강아지 감기 치료수가도 어떤 곳은 1~2만원이면 되는데, 어떤 곳은 5만원이 훌쩍 넘는다. 그래서 반려동물 주인들은 헷가리기 일쑤다.
부산 문현동 거주 김모(47) 씨는 지난 달 애완견의 다리 탈골 수술을 위해 집 부근에 위치한 동물병원을 찾아 수술비를 문의했다. 병원 측에서 제시한 수술비는 70여만원. 너무 높은 비용이 부담스러웠던 김 씨는 평소 자주 가던 애견샵에 들려 부산 사직동의 다른 동물병원을 소개받았다. 그 병원에서 나온 수술비 견적은 50만 원이었다. 김씨는 “동네 병원에서 바로 수술시켰으면 20만 원을 더 낼 뻔했다”며 “1, 2만 원도 아니고, 가격 차이가 이렇게 많이 나니 사기당하는 기분”이라고 말했다.
과거에는 동물의료수가 정가제가 실시돼서 동물병원 진료비가 일정했다. 그런데 정부가 병원 간 자율 경쟁을 유도해 의료수가를 낮추겠다는 취지로 1999년 동물의료수가제를 폐지, 가격 자율화를 추진하면서 되레 반려동물 주인들의 부담이 더 커지기 시작했다, 각 병원들이 치료 기술의 고급화, 첨단화를 내세우며 이런저런 명목을 붙여 의료수가를 경쟁적으로 올린 것이다. 현재는 정부가 정한 동물병원 진료비 가이드라인이 없어 동물병원마다 자기들이 임의로 치료수가를 정하는데, 주인들은 청구되는 진료비를 꼬박꼬박 지불해야 하는 것이 요즘 실정이다. 동물들은 사람처럼 보험 혜택을 받을 수가 없다보니 그 진료비가 사람 진료비보다 비싸게 되었다.
이러한 비싼 동물병원 진료비 때문에 동물 진료비의 가격 기준을 설정해달라는 동물 애호가들의 요구가 증가하는데도, 관계 당국인 공정거래위원회는 가격 기준 설정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다. 가격 제한을 두게 되면 담합과 같은 부작용이 나타난다는 이유에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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