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스코, "지난해 6만여 마리 발견"...일반 바퀴벌레 개체 수도 4년 전보다 50% 증가 / 신예진 기자
주택에 거주하는 직장인 주모(26, 경남 창원 마산합포구) 씨는 최근 집에서 이질적인 모양의 바퀴벌레를 보고는 깜짝 놀란 적이 있다. 주 씨는 “주택에서만 20년 넘게 살았는데 지난주 생전 보지 못한 크기의 바퀴벌레를 봤다”며 “너무 당황스럽고 무서워서 바로 방역업체에 전화했다”고 했다.
학교 근처에서 자취하는 대학생 박모(21, 부산 남구) 씨도 “자취하는 빌라 입구에서 호주 여행 갔을 때 봤던 거대한 크기의 바퀴벌레를 발견했다”며 “만약 그 정도 크기의 바퀴벌레를 집에서 발견했다면 아마 그날 밤엔 집이 아닌 다른 곳에서 자지 않았을까 싶다”고 말했다.
최근 일반 바퀴벌레보다 최대 4배 큰 ‘미국바퀴’가 한국에서 세력을 넓혀가고 있다.
MBN는 해충 방역업체 세스코가 멤버십에 가입한 가정과 사업장 등 총 40만여 곳을 대상으로 해충 모니터링을 한 자료를 발표했다고 보도했다. 세스코의 집계에 따르면, 지난해 발견된 바퀴벌레 수는 239만 4222마리로 4년 전인 2012년 159만 940마리에 비해 50% 이상 늘어났다. 이는 최근 연평균 바퀴벌레 수 186만 3658마리에 비하면 28.5% 증가한 수치다.
개체 수 증가는 물론 바퀴벌레의 몸집도 커졌다. 최근엔 몸길이가 약 35~40mm에 달하는 ‘이질바퀴(미국바퀴)’가 자주 발견되고 있다. 국내에 가장 많은 ‘독일바퀴’의 몸길이인 11~14mm보다 4배가량 크다. 세스코의 집계에 따르면, 이질바퀴의 수는 2012년 5만 6515마리였으나, 지난해에는 6만 1928마리로 9.5%가량 늘었다. 이질바퀴는 40년 전쯤 일본을 통해 우리나라에 들어온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질바퀴는 온도와 습도가 높은 장소에서 주로 서식하는데 최적 기온은 섭씨 28도다. 21~23도에서도 정상적인 활동은 가능하다. 최근 비가 자주 내리고 아직 더위가 꺾이지 않아 후텁지근한 날씨가 이어지면서 바퀴벌레들이 좋아하는 환경이 만들어진 것으로 보인다. 이질바퀴는 일반적으로는 날지 않으나 밤에는 불빛을 찾아 날기도 한다.
이동규 고신대 보건환경학부 교수는 조선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이질바퀴는 추위에 약해 주로 부산이나 남해안 쪽에 보였다"면서 "최근 우리나라의 연평균 기온이 올라가면서 이질바퀴의 서식 환경이 전국으로 넓어진 것"이라고 밝혔다.
바퀴벌레가 한 번 집에서 발견되면 이를 완전히 없애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바퀴벌레 암컷은 한 번의 교미로 1년에 10만 마리까지 번식이 가능하기 때문. 이뿐만 아니라 초당 28cm를 이동할 정도로 빠르다. 따라서 어둡고 습한 환경을 좋아하는 바퀴의 유입을 막는 것이 중요하다. 만약 바퀴벌레를 집에서 봤을 경우, 살충제를 사용해 퇴치하는 것이 좋다. 하지만 이를 남용할 경우 바퀴의 내성을 키울 수 있으니 바퀴가 집에 자주 출몰한다면 해충 방역업체에 맡기는 것이 낫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