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10-29 12:50 (화)
질소과자, 생리대, 맥도날드 패티, 살충제 달걀...이제 대한민국에 믿을 건 다 사라졌다
상태바
질소과자, 생리대, 맥도날드 패티, 살충제 달걀...이제 대한민국에 믿을 건 다 사라졌다
  • 부산시 서구 안소희
  • 승인 2017.09.04 19:1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부산시 서구 안소희

각종 제품이 우리 삶의 안전을 위협하는 사건이 연달아 터지자, 대한민국 소비자들이 뿔났다. 위가 뚫리는 질소 과자를 시작으로 맥도날드의 덜 익은 패티, 살충제 달걀, 발암 물질이 나오는 생리대까지 소비자들이 믿고 사던 제품의 문제점이 모든 방송 뉴스를 장악했다. 대한민국 소비자들은 이제 누구를 믿고 물건을 사야할까?

햄버거병이 논란이 되더니, 최근에는 맥도날드의 불고기버거를 먹고 집단 장염이 발생하는 사건이 터졌다. 사진은 일반 햄버거 이미지(사진: 구글 무료 이미지).

8월 14일, 살충제 달걀 이야기가 처음으로 보도됐다. 닭에는 사용할 수 없는 살충제인 피프로닐이 사용됐다는 소리에 사람들은 달걀을 못 사 먹겠다는 의견이 공통적이었고, 각종 마트와 슈퍼의 매대에서 달걀이 사라졌다. 한겨레 신문은 ‘살충제 달걀’ 파동을 두고 ‘닭이 낳은 절망’이라고 표현했다.

우리 주위에는 안정성이 확인되지 않은 화학물질로 만들어진 제품이나 음식들이 너무 많다(사진: 구글 무료 이미지).

살충제 달걀은 먼저 유럽에서 크게 이슈가 되고 뒤따라 우리나라에서 파문이 일었다. 만약 유럽에서 이 사실이 밝혀지지 않았다면, 우리나라에서는 살충제 달걀을 알고도 관계자들이 쉬쉬하고 지나쳤으리라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그도 그럴 것이 사건이 터지기 불과 4일 전 식약처장은 우리나라에 살충제 달걀 문제가 없다고 했다. 하지만 그의 말을 비웃기라도 하듯 바로 4일 뒤 살충제 달걀이 우리나라에서 발견됐다.

소비자들은 이후에 내놓는 정부의 입장을 확실하게 믿을 수 없다는 반응이 다수였다. 또 평소에 달걀을 자주 먹는 가정과 달걀을 필요로 하는 식당이나 제과업계는 걱정이 태산이다. 내가 아르바이트를 하는 곳도 달걀과 닭고기가 들어가는 메뉴가 대다수인 식당인데, 이번 사태로 손님들이 이전보다 확연히 줄었다.

그리고 며칠 지나지 않아 생리대의 불편한 진실이 달걀 파동에 뒤이어 물 위로 떠올랐다. 다수의 생리대에서 발암 물질이 검출됐고, 그 중 ‘릴리안’ 생리대를 사용했던 사람들이 해당 생리대를 쓰고 나서부터 생리양이 급격히 줄고 생리 주기가 짧아졌다는 부작용을 털어놨다. 릴리안 생리대를 생산하는 ‘깨끗한 나라’ 측에서는 해당 제품은 식약처의 판매 허가를 받았으니 아무 문제가 없다며 제품의 환불은 불가하다는 게 처음 입장이었지만, 점차 사건이 커지고 소비자들이 손해 배상 소송을 준비하자, 그제야 환불 요청을 받아들였다. 생리대 발암 물질은 오래전부터 야기됐지만, 식약처에서 충분히 조사하지 않고 그냥 넘겼다는 사실이 충격적이다.

많은 여성은 국내 제품은 아무것도 믿을 수 없다며 생리대를 해외직구까지 하는 상황이 벌어졌다. 사실 해외 제품이라고 해서 믿을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우리나라 제품들은 무언가 문제가 오래 전부터 있었고 또 당국이 이를 모른 척 지나쳤으리라는 선입견이 생기니 믿을 수 없다는 이미지를 주고 있다. 나 또한 여성으로서 이제 국내 제품을 사용해도 되는지에 대해 고민하게 됐다. 직구를 하자니 가격이 부담되고, 그렇다고 국내 제품을 쓰자니 이미 잃어버린 신뢰를 다시 회복하기가 어렵다. 결국, 이러지도 못하고 저러지도 못하고 있다.

이렇게 달걀과 생리대 두 사례 모두 내가 피부로 느껴보니 ‘왜 정부는 미리 이런 사태들에 대처하지 못한 것일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해답은 간단하다. 바로 ‘안일함’ 때문이다. 이번 살충제 달걀, 발암 물질 생리대 이전에도 여러 번 비슷한 상황이 있었다. 그런데도 정부는 항상 늑장 대응으로 일관했다. 왜 우리 정부는 항상 뒷북이고 사전에 철저하게 감독하지 못할까? 지금 대한민국은 믿을 곳이 없다.

결국, 밝혀질 것은 밝혀지게 돼있다. 정부는 이때까지의 부실했던 제품에 대한 안전성 조사를 소비자들에게 사과하고 빈틈투성이인 안전성 규제들을 강화해야 한다. 또 제품의 위험성을 있는 그대로 공개해야 한다. 이런 일이 왜 그리 어렵고 하기 힘든지, 우리가 그렇게 후진국인지, 나이가 들어 어른이 되면 다 그렇게 무력하고 안일해지는 것인지, 20대 젊은이가 생각하는 대한민국은 모든 게 불안하다. 


관련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