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한국당, 합의문 뒤집고 당론 반대...수 차례 정회하다 자유한국당 퇴장 후 표결 처리 / 정인혜 기자
내년도 예산안이 오늘(6일) 새벽 우여곡절 끝에 본회의를 통과했다. 이로써 지난 2일 법정시한을 넘긴지 가까스로 나흘 만에 지각 처리됐다.
국회는 5일 오전 예산안 처리를 위한 본회의를 열었으나 자유한국당의 거센 반발로 한 차례 정회하는 등 난항을 겪었다.
정세균 국회의장은 이날 오후 9시께 본회의를 속개한다고 알렸으나, 자유한국당의 의원총회가 길어지면서 1시간 가까이 본회의가 늦춰졌다. 결국 정 의장은 오후 10시 한국당이 불참한 가운데 본회의를 속개해 내년도 예산안과 예산부수법안을 상정했다.
10여 분 후 의원총회를 마치고 본회의장에 입장한 한국당 의원들은 정 의장 앞으로 몰려가 삿대질하며 "당장 본회의를 중지하라"고 고성을 질렀다. 한국당 의원들이 "정세균 의장은 사퇴하라", "밀실야합 각성하라", "국민의당은 빠져라"라는 구호를 외치자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은 한국당 의원들을 향해 "소란 그만 피워라! 자리에 앉아라"하며 맞고함을 질렀다.
장내 소란이 계속되자, 정 의장은 결국 오후 10시 30분께 정회를 선언했다. 한국당은 30분 간 또 다시 의원총회를 연 뒤 속개한 본회의에 참석했다. 하지만 내년도 예산안 수정안이 상정되자, 이만희, 이철규, 김광림 등 한국당 의원 7명이 반대토론을 신청해 1시간 20분이 넘도록 발언을 이어갔다.
시간이 지체되자, 정 의장은 본회의 속개를 위해 차수를 변경했고, 6일 0시 2분 재개됐다. 반대토론이 20분 더 이어진 뒤 예산안에 대한 표결이 시작되자, 한국당 의원들은 일제히 일어나 '밀실야합 예산'이라고 적힌 피켓을 들고 표결하지 않은 채 본회의장을 떠났다.
한국당이 빠진 가운데 내년도 예산안은 재석의원 178명 중 찬성 160, 반대 15, 기권 3표로 가결됐다.
이날 국회를 통과한 내년 예산안 기준 정부 총지출은 428조 8000억 원으로 당초 정부안(429조 원) 대비 1000억 원 감소했다. 이는 전년인 올해 예산안 기준 총지출(400조 5000억 원)에 비해서는 7.1%(28조 3000억 원) 늘어난 수준이다.
정 의장은 "법을 철저히 준수해야 할 국회가 지키지 못해 머리 숙여 사과드린다"며 "우리 국회가 더 이상 국민의 신뢰를 저버리는 일 없어야 한다"고 사과의 말을 남겼다.
이에 앞서 지난 4일 여야 3당 원내대표는 새해 예산안에 대해 잠정 합의했다고 밝혔지만, 이튿날인 5일 자유한국당은 잠정 합의 내용 전체를 수용하기 어렵다는 반응을 내놨다. 잠정 합의 발표가 나온 지 하루 만에 뒤집어진 것이다.
파이낸셜 뉴스에 따르면, 자유한국당 정우택 원내대표는 5일 의원 총회 직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공무원 증원과 법인세 인상 문제 때문에 합의를 수용하기 어렵다”며 “본회의에 참석하지 않고 반대할지, 회의장에 들어가 반대 토론을 하다가 표결에서 퇴장할 것인지 등의 전략을 세울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온라인에서는 비판이 쏟아졌다. 한 네티즌은 “이렇게라도 해야 존재감을 알릴 수 있다고 생각하나 본데 수준이 정말 개탄스러울 지경”이라며 “약속을 손바닥 뒤집듯이 쉽게 바꾸는 당은 미래가 없다”고 비판했다. 이 밖에도 네티즌들은 “지방선거에서 심판합시다”, “반대를 위한 반대”, “저 사람들을 뽑은 지역구 주민들이 불쌍하다” 등의 댓글을 남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