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각에선 높은 '밥상 물가'에 1인 가구는 도시락 재료비가 더 든다는 주장도 / 김예지 기자
점심 시간 동료들과 함께 밥을 먹는 박모(23, 경남 김해시) 씨는 조금 특별한 식사를 한다. 집에서 어머니가 직접 싸주신 도시락을 먹기 때문. 15일 박 씨의 도시락 메뉴는 김밥이었다. 그는 "밖에 음식을 별로 안 좋아해요. 어머니도 그걸 알고 싸주시는 것"이라며 "제가 위가 좀 안 좋거든요. 건강을 위해서죠"라고 말했다.
시장조사 업체 마크로밀엠브레인이 지난 2015년 직장인 500명을 대상으로 ‘평일 식사를 보통 어디서 먹는가’를 조사한 결과, ‘도시락을 싸 와서 먹는다’는 응답이 9.6%였다. '외식'과 '회식' 문화가 발달한 한국에서 그래도 10명 중 1명은 집에서 도시락을 싸 와 점심을 해결하는 셈이다.
신입사원 주영(27, 경기도 고양시) 씨도 최근 도시락통을 구매했다. 가끔 선배들과 함께 먹는 점심시간을 제외하고 그는 직접 싼 도시락을 먹는다. 주영 씨는 "취업을 위해 올라오면서 제대로 된 식사를 거의 하지 못 했다. 그래서 그런지 건강이 엉망이 됐다"며 "퇴근 후 마트에 들려 장을 보면서 조금 더 건강한 재료들을 사려고 한다"고 말했다.
점심시간 도시락은 건강과 더불어 식비 절약에도 도움이 된다. 식사와 식후 커피 한 잔으로 이어지는 소비를 차단할 수 있기 때문.
부서 내 마음 맞는 동료와 도시락을 함께 먹는 강모(25, 부산시 사상구) 씨는 "문득 식비와 커피값이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도시락을 싸게 된 계기를 말했다. 그는 식비와 커피값을 아껴 모은 돈으로 내년 휴가에 부모님을 모시고 해외여행을 갈 계획이다. 그의 동료 역시 이 계획을 듣고 도시락 모임에 동참하게 됐다.
한편, 일각에서는 점심 한 끼를 사 먹는 것보다 도시락을 만드는 재료비가 더 든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실제로 한국의 '밥상 물가'는 높은 편이다. 조선일보에 따르면, OECD가 지난 9월 발표한 ‘회원국 소비자 물가 지수’ 비교에 따르면, 한국의 7월 식품(food) 물가는 전년 동월 대비 5.6%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같은 기간 OECD 회원국들의 평균 식품 물가 상승률은 1.7%였다.
소비자의 체감 밥상 물가 역시 높다. (주)버즈니가 30~40대 여성 이용자 7218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밥상 물가' 관련 설문조사 결과, 전체 응답자의 98.1%는 최근 밥상 물가 상승을 체감한다고 답했다. 장을 한 번 볼 때마다 지출하는 비용에 대해 전체 응답자의 56%가 5~10만 원을 지출한다고 답했다. 10~20만 원 23.6%, 5만 원 이하와 20만 원 이상은 각각 17.4%, 3%를 차지했다.
자취생 김정현(25, 부산시 남구) 씨는 "건강을 위해 운동을 하면서 채소와 과일, 닭가슴살 도시락을 싼 적이 있다. 근데 밥 한 끼 사 먹는 돈은 6500원 정도인데, 도시락 비용은 그 3배가 들었다"며 "며칠 먹는 걸 감안하더라도 혼자 사는 1인 가구는 재료비가 더 비싸게 느껴진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