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삿포로 시는 시민과 관광객들을 대상으로 삿포로의 지역 브랜드에 관한 조사를 실시했다. 삿포로의 도시 매력과 지역 자원에 대한 평가는 과연 어떠했을까? 복수로 선택한 응답에서 관광·레저가 76%로 1위를 차지했고, 역사·문화(23%), 쾌적한 도시생활 환경(15%)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이는 삿포로가 관광 도시로서의 이미지가 강하다는 것을 의미하며, 응답자들 중 다수가 이를 삿포로의 도시 경쟁력으로 인식하고 있다는 반증이 될 수 있다.
지역 자원에 관한 조사 결과는 식사(45%), 식자재(33%), 레저 시설(30%), 거리 풍경(28%), 지역 상품(25%) 등으로 나타났다. 결국 삿포로에 살고 있는 사람들도, 비즈니스나 관광을 목적으로 삿포로에 방문하는 사람들도 삿포로의 먹거리에 대한 높은 기대치와 만족감을 갖고 있다는 것이다.
삿포로가 미식 도시로 인식되면서 특유의 음식문화를 통해 사람들을 불러 모으는 이유는 단연 식재료의 신선함이 가장 큰 이유라고 할 수 있다. 이 때문에 일본 전통 음식은 물론 재료 선정이 까다로운 프랑스, 이탈리아 요리점도 일본 내 다른 지역보다 많이 들어서 있다. 그리고, 오오츠크 해 수역을 비롯해 인근 바다에서 잡아들이는 풍부한 해산물 역시 삿포로의 요리 재료로 빼놓을 수 없다.
홋카이도의 신선한 해산물을 맛보기 위해서는 삿포로의 부엌이라고 불리는 니조 시장이나 삿포로 중앙도매시장을 방문해 보는 것이 좋다. 이 두 어시장은 홋카이도 전역에서 보내온 식재료들이 집결되는 곳이다. 시장 곳곳에는 아침에 갓 도착한 신선한 해산물로 바로 요리를 해서 내놓는 식당들이 모여 있다. 매장 앞에는 카이센동(海鮮丼)을 맛보기 위해 줄지어 서있는 사람들의 모습이 쉽게 발견된다. 카이센동이란 대접같은 그릇에 따뜻한 초밥을 담고 그 위에 참치, 도미, 새우, 가리비, 연어알 등 신선한 해산물을 얹어서 먹는 단품 요리다. 어시장 곳곳에 미로처럼 숨어있는 카이센동 가게들은 오래되고 낡은 노포들이 많은데, 오래 전부터 노동자들이 간편하고 저렴하게 식사할 수 있도록 개발된 것에서 유래한다고 한다.
홋카이도의 신선한 식재료는 에키벤(駅弁)에서도 발견된다. 일본은 거미줄처럼 이어지는 철도가 지역 곳곳을 잘 연결해 준다. 긴 기차 여행의 허기를 달랠 수 있는 좋은 방법이 그 지역 고유의 신선한 재료로 만든 도시락을 맛보는 것이다. 역에서만 구매할 수 있어서 역(駅)과 벤또(弁)의 합성어인 에키벤이라고 불린다. 일본에 얼마나 많은 에키벤이 있는지 정확히 아는 사람은 없다고 한다. 대략 300종이 넘는다고만 알려져 있다.
삿포로역의 에키벤은 주로 홋카이도에서 잡은 해산물이나 연어알, 게살 등으로 만드는데, 일본 전역에서도 최고로 인정받을 만큼 인기가 높다. 삿포로의 관문인 JR삿포로 역은 아침부터 인근 오타루나 후라노, 비에이 등으로 떠나는 관광객들로 넘쳐난다. 이들 대부분이 가까운 근교로 향하는 기차 내에서 에키벤으로 아침을 대신한다. 기차 내부는 일순간 시큼한 초밥 냄새와 해산물 냄새로 뒤덮이게 된다. 어쩌면 이들은 에키벤을 맛보기 위해 삿포로 근교로 떠나는 것일지도 모른다.
삿포로의 신선한 해산물을 맛 본 방문객들의 만족감은 삿포로의 만족감으로 자연스레 이어진다. 만약 삿포로에서 불쾌한 일이 생겼다 할지라도 맛있는 카이센동이나 에키벤 한 그릇만으로 얼마든지 기분이 풀릴 수 있다. 맛있는 음식 하나가 도시의 랜드마크보다 훨씬 더 강력한 도시 이미지를 만들어 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