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처받은 노선영 출전은 미정…소속팀 감독 "혼란스럽겠지만, 출전 설득하겠다" / 정인혜 기자
대한 빙상연맹의 행정착오로 평창 동계올림픽 출전이 좌절됐던 스피드 스케이팅 노선영이 극적으로 올림픽 출전권을 따냈다. 개인 자격으로 출전을 신청했던 러시아 선수 2명이 탈락하면서 어부지리로 출전권을 갖게 된 것.
26일 스포츠경향에 따르면, 대한체육회 관계자는 오늘 새벽 국제빙상경기연맹(ISU)에서 노선영의 쿼터 확정을 알리는 공문을 보내왔다고 전했다. 대한빙상경기연맹도 이날 ISU에서 엔트리 재조정 사유가 발생했고 이로 인해 우리나라에 스피드 여자 1500m 엔트리 1장이 배정됐다는 메일을 보내왔다고 밝혔다.
같은 언론의 보도에 따르면, 러시아가 26일 발표한 169명의 최종 출전 명단에서 여자 1500m 엔트리에 있던 2명이 최종 제외됐다. 노선영은 이 종목 예비 2순위였다. 이에 따라 노선영이 쿼터 마지막 순위인 32위로 올라서 1500m 출전권을 갖게 됐고, 주력해왔던 팀 추월에도 출전 자격을 얻었다.
이제 관건은 노선영이 어떻게 상처를 극복하느냐다. 노선영은 논란이 불거진 후 국가대표팀 소속 선수로 활동하는 것에 회의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노선영은 2016년 한국 쇼트트랙 최강자로 기대를 모았지만 골육종으로 갑작스레 세상을 떠난 故 노진규 선수의 친누나이기도 하다. 그간 노선영은 동생 노진규의 몫까지 뛰기 위해 평창올림픽을 준비했다고 공공연히 말해왔다.
노선영은 지난 25일 자신의 인스타그램을 통해 “진규는 금메달 만들기에 이용당했고 나는 금메달 만들기에서 제외당했다”며 “4년 전 연맹은 메달 후보였던 동생의 통증 호소를 외면한 채 올림픽 메달 만들기에 급급했고 현재 메달 후보가 아닌 나를 위해선 그 어떤 노력이나 도움도 주지 않는다”고 폭로했다.
이어 그는 “도대체 누구를 위해 존재하는 연맹인가”라며 “시키는 대로 훈련했을 뿐인데 왜 나와 우리 가족이 이 슬픔과 좌절을 떠안아야 하는지 모르겠다. 더 이상 국가대표라는 사실이 자랑스럽지 않고 국가를 위해 뛰고 싶지도 않다”고 말했다.
노선영의 소속팀 측은 노선영이 출전하도록 설득하겠다는 방침이다. 노선영의 소속팀을 지도하는 이승훈 콜핑팀 감독은 스포츠경향에 “정말 많이 힘들어했다. 모든 것을 내려놓고 있는데 다시 대표팀에 들어가 훈련하자니 혼란스러울 것”이라며 “출전하도록 설득할 것이다. 다만 마음을 추스르는 데 시간이 조금은 필요할 것 같다”고 말했다.
네티즌들은 한 목소리로 노선영을 응원하고 있다. 노선영의 출전 여부와 관계 없이 빙상연맹을 해체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한 네티즌은 “축하할 일이긴 한데 빙상연맹 하는 꼴이 정말 시트콤이나 다름없다”며 “빙상연맹이 이걸 또 면죄부로 생각하지 않길 바란다. 빙상연맹은 이번 사태에 대해서 무조건 책임져야 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네티즌은 “어쨌든 결국 빙상연맹이 나서서 해결한 건 아무 것도 없는 것 아니냐”며 “러시아 도핑 아니었으면 어쩔 뻔했나. 러시아에게 고맙다라는 말이라도 해야 할 것 같다”고 비꼬았다.
이 밖에도 네티즌들은 “노선영 선수 응원합니다”, “소중하게 얻은 기회 아름답게 잘 마무리하길”, “동생이 하늘에서 도와준 것 같네요”, “마음 고생 심했을 텐데 빨리 털어버렸으면 좋겠다” 등의 댓글을 남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