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X 내 도난 방지 시스템 전무…日 신칸센은 도난방지 시스템에 체인 설치 / 윤민영 기자
부산에 거주하는 정모 씨는 최근 SRT 열차를 이용하다 황당한 일을 겪었다. 대전에서 부산으로 향하는 SRT 열차에 탑승한 정 씨는 객실 내 선반에 소지품을 올려뒀다. 이후 좌석에 앉아 잠이 들었는데, 부산에 도착하고 나니 선반 위에 올려둔 짐이 없어진 것이다. 정 씨는 “자는 동안 누군가가 가져간 것 같다”며 “유실물 센터를 찾아갔지만 분실한 소지품을 찾을 수 없었다”고 말했다.
KTX 또는 SRT 열차에는 여객들이 소지품을 올려둘 수 있는 공간이 있다. 정 씨가 물건을 도난당했던 객실 내 선반과, 객실과 객실 사이에 존재하는 짐칸이다. ‘차내 시설 안내도’에 따르면, 여객의 소지품을 보관하는 ‘휴대물품보관소’의 위치가 안내돼있다. 이 보관소의 위치는 열차에 따라 조금씩 상이하다. 대부분의 열차에는 7, 8, 9, 10. 11. 12. 13. 14호차와 16, 17호차 사이에 짐칸이 존재한다.
하지만 여객들의 소지품을 보관할 수 있는 공간임에도 불구하고 도난에는 취약하다. 도난 방지 시스템이 전무하기 때문이다. 명절 때마다 KTX를 자주 이용하는 조용혁(26, 부산시 남구) 씨는 “부산에서 천안까지 이동하기 때문에 캐리어를 항상 이용한다”며 “KTX 내 짐칸에 여닫이 문이나 도난 방지 체인같은 최소한의 도난 방지 시스템이 존재하지 않아 불안하다”고 말했다. 또 그는 “도난 위험 때문에 승차권을 예매할 때, 맨 끝쪽 좌석을 예매해 여유 공간에 캐리어를 두고 다리를 올려둔다”고 말했다.
정 씨의 일처럼 물건을 도난당한 경우에도 소지품을 되찾을 방법이 막막하다. 일부 역사에는 열차 운행·관제 시스템과 안전 문제로 CCTV가 존재하지만 KTX 객실 내부에는 CCTV가 설치돼있지 않기 때문이다. 도난한 여객이 본인의 가방 등에 도난한 물건을 수납한다면 CCTV를 통한 확인이 불가능하다.
현재 코레일은 일부 무임승차 빈도가 높은 KTX 1편성에 지난해 5월부터 시범 운영하는 스마트 CCTV가 있다. 이 스마트 CCTV가 수집한 영상은 오직 좌석 착석 여부 확인에만 사용되며 영상이 저장되지 않는다. 즉, 시범 운영 중인 스마트 CCTV도 여객들의 소지품 도난과 관련해 아무런 도움도 줄 수 없는 실정이다.
다른 여객이 소지품을 절도한 경우에도 여객은 운송회사 측에 도움을 받기 어려운 실정이다. 약관에 따르면, 여객이 지닌 휴대품 및 소지품은 여객 각자의 책임 하에 보관하되, 운송회사의 귀책이 있을 때만 보상받을 수 있다. 실제로 코레일의 ‘여객운송약관 및 부속약관’ 제 25조(철도공사의 책임 등) 4항에는 “철도공사를 이용하는 사람의 휴대품 또는 그 밖의 소지품의 파손, 분실 등의 손해는 철도공사의 고의 또는 과실에 의하여 발생한 경우를 제외하고 책임을 부담하지 아니한다”고 명시돼있다.
정 씨는 여객들이 마음먹고 남의 소지품을 훔친다면 ‘눈 뜨고 코 베인 격’이 된다는 입장이다. 정 씨는 “소지품 보관에 대한 내 책임도 없지 않아 있겠지만, 모든 것을 다른 사람들의 양심에만 맡겨야 하는 것이냐”며 지적했다. 또 그는 “하물며 짐칸도 아니고 머리 위에 있는 선반임에도 불구하고 도난당했다”고 호소했다.
부산역 유실물센터도 KTX 열차 내 분실사고가 많다고 지적했다. 부산역 유실물센터 관계자는 “하루에도 수십 건씩 KTX 승객들의 분실 신고가 들어온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분실 신고가 들어오는 물건의 분실물이 접수되지 않는 것은 수년 전부터 계속됐던 큰 문제점”이라며 “이를 개선해야 불안에 떠는 승객들에게 보다 나은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일본의 고속철도 ‘신칸센’의 짐칸에는 여객들의 소지품 도난 방지를 위한 장치가 있다. 신칸센 열차의 짐칸에는 도난을 막기 위한 체인과 열쇠가 걸려 있다. 여객들은 짐칸에 짐을 보관한 뒤 체인을 걸어 열쇠를 잠금으로써 도난을 방지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