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부] 삶의 뜻을 생각하는 은퇴인
제주도 여행 둘째날 계획은 세화장터를 들렀다가 성산포에 가서 배를 타고 우도를 돌아보는 것입니다. 사실 나는 제주도 성산포는 여러번 다녀왔지만 우도를 가보지는 못했습니다. 그 당시에는 우도가 관광지도 아니었고 연락선도 있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성산포에는 그 지역 유일한 관광호텔인 '일출봉 호텔'이 일출봉 바로 밑에 있습니다. 이 호텔을 지은 성도경 교장은 나와는 동서지간, 즉 처형의 남편입니다. 성 교장은 한국전쟁이 휴전되고 폐허가 된 한반도 대구에서 흙벽돌 집을 짖고 사립 중학교를 세웠습니다. 그렇게 청소년 교육에 뛰어들은 성 교장은 청년시절부터 교장이 되었고, 여러 사립 학교를 차례로 설립했습니다. 지금은 그 중 하나인 경남 창원의 관광고등학교 이사장으로 재직 중입니다. 그래도 우리는 늘 그를 교장 선생님으로 부릅니다.
성도경 교장은 교장직에서 은퇴하고 성산포의 일출봉을 처음 다녀 온 후 이곳이 맘에 들어서 본인이 땅을 구입하고 설계도 직접 해서 이곳에 호텔을 조성했습니다. 그후 어려운 호텔 경영의 고비를 몇 번 넘기다가 큰 아들에게 관리를 넘겼고, 지금은 다른 분이 인수하여 운영하고있다고 합니다.
나는 이 호텔 건설 초기부터 한국에 올 때마다 제주의 아름다운 비경을 보려고 이곳 성산포에서 머물곤 했습니다. 그래서 이곳의 세화장터도 몇 번이고 들려 장을 보곤 했습니다. 이번에 세화장터를 다시 들르니, 규모도 많이 커졌고 온갖 잡화와 식료품을 팔고 있었지만, 이제는 오붓한 옛날 장터 맛이 나지 않았습니다.
대략 세화장터를 둘러본 우리 일행은 바로 성산포 항으로 가서 수 십대의 차량을 포함한 승객을 한꺼번에 나르는 상당히 큰 배를 탔습니다. 15분만에 우도 천진항에 도착하니 성산포 일출봉 뒷편이 바로 가까이서 보였습니다.
우도는 150년 전만해도 무인도였는데, 숙종이 군용 말을 키우기 위하여 유인도로 개발했다고 합니다. 이후 우도는 제주도의 대표적 관광지로 성장했고, 우리는 이번에 처음으로 우도를 방문하게 된 것입니다. 성산포에서 우도를 왕복하는 훼리는 15분마다 있고. 우도는 여러 편의 영화와 드라마 촬영지가 되어 그 유명세를 널리 떨치고 있다고 합니다. 우리는 우도에 도착하자마자 바로 우도 시내관광버스를 타고 우도를 돌아 보았습니다. 첫번째로 찾은 곳은 우도 제일 높은 곳에 있는 등대였습니다. 등대까지 올라 갈 수도 있지만 바람도 불고 며칠째 여행하다보니 제법 힘이 들어서 올라가지 않고 산 밑에 있는 해변으로 내려갔습니다.
이 해변에는 전복과 해삼을 썰어서 소주와 함께 파는 포장마차가 있고, 또 배를 타고 우도를 한바퀴 도는 선편이 있었지만, 우리는 마침 점심시간이어서 식당으로 갔습니다. 훼리가 생기기 전 우도는 소라, 전복, 그리고 땅콩의 산지로 유명했다고 합니다. 특히 땅콩으로 만든 막걸리는 좀 비싸지만 땅콩 향기가 나는 특이한 술로 유명했다고 합니다. 그러나 쉴새 없이 다니는 선편과 밀려드는 관광객들이 생긴 이후로, 이곳의 소라, 전복, 땅콩은 특산물의 가치를 잃었다고 합니다. 수요가 많아지니 공급이 부족해서 중국 물건이 반입됐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현지산인지는 중국산인지는 몰라도, 우리는 땅콩 막걸리에 전복 돌솥 비빔밥으로 훌륭한 점심을 먹었습니다. 땅콩 아이스크림과 커피도 제주도 여행의 향기를 더해 주었습니다. 쉴새 없이 돌아다니는 우도 관광 버스를 다시 타고 두번째로 멎은 곳은 우도와 연결된 적은 화산섬을 걸어 볼 수 있는 곳이었습니다. 이곳에는 조개가 잘게 부서져서 조성된 백사장 해변이 있습니다. 추운 10월 하순이어서 수영할 생각도 못하고 우리는 다시 시내관광 버스를 탔습니다.
버스가 세 번째 선 곳은 별로 볼 것이 없어서 그대로 차안에 머물렀습니다. 버스가 마지막 멈춘 지역은 상가와 백사장이 잘 개발된 아름다운 해변이었습니다. 여기에서는 성산포 일출봉 등 제주도의 남쪽 아랫부분을 볼 수 있는 곳이었습니다. 우도 관광을 마치고 저녁 때가 다 되어 월정리로 가서 유명한 '명진 전복' 식당에서 저녁을 푸침하게 들고 숙소로 돌아왔습니다.
내일은 아침 일찍 렌트한 차량을 반납하고 서울 김포로 돌아가는 날입니다. 우리 일행은 비행장 가기 전에 제주항 앞에 있는 '순옥이네' 식당에서 전복죽과 해물뚝배기로 아침을 하고 비행기를 탔다. 진에어라는 항공사는 대한항공이 운영하는 저렴한 항공사라고 하는데, 제주 김포를 3만 원대에 갈 수 있으니, 오히려 서울 대구 기차편보다도 쌉니다. 저가 항공기라서 오래된 비행기인 줄 알았는데, 우리가 탄 여객기는 보잉 737-800기종으로 신형이었으며, 청바지를 입은 승무원들이 아주 친절했습니다.
서울에 도착하니, 한꺼번에 피로가 몰려왔습니다. 이제는 여행하는 것이 점차 쉽지 않음을 느끼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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