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13 지방선거가 더불어민주당의 대승리로 끝나면서 야권인 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이 고개를 숙였다. 지방선거 다음날인 14일, 홍준표 한국당 대표와 유승민 바른미래당 공동대표는 대표직을 내려놨다. 바른미래당 창당의 주역이었던 안철수 후보도 이날 말을 아꼈다.
이날 가장 먼저 대표직에서 물러난 이는 유승민 바른미래당 공동대표였다. 이날 오전 서울 여의도 과거 바른정당 당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국민의 선택을 무겁게 받아들인다”며 선거패배의 책임을 지고 대표직을 사퇴한다”고 밝혔다.
이로써 유 대표가 꿈꾸던 새로운 보수인 ‘개혁적 보수’는 당분간 막을 내리게 됐다. 그러나 이날 유 대표는 개혁적 보수 실현을 포기하지 않았음을 강조했다. 그는 "개혁보수의 길만이 국민의 사랑을 받을 수 있다는 신념에는 변함이 없다“며 "처절하게 무너진 보수 정치를 어떻게 살려낼지, 보수의 가치와 보수정치 혁신의 길을 찾겠다”고 말했다.
바른미래당은 이번 지방선거에서 광역자치단체장과 국회의원을 단 한 명도 배출하지 못했다. 바른정당은 자유한국당의 대안 보수 세력을 목표로 창당됐다. 그러나 이번 선거에서 한국당과의 경쟁은커녕 일반 군소정당과 다름없는 결과가 나온 것. 특히 안철수 바른미래당 서울시장 후보도 3위에 머물러 창당의 주역인 유승민, 안철수의 당내 입지가 좁아질 것으로 보인다.
안철수 후보는 이날 서울 안국동 캠프 해단식에서 “이 모든 게 제 부덕의 소치”라며 “당분간 성찰의 시간을 갖겠다”고 밝혔다. 그는 성찰의 시간 기간에 대해서는 “돌아보고 고민하고 숙고하겠다”며 답을 피했다. 안 후보는 이번 서울시장 선거에서 김문수 한국당 후보에 밀려 득표율이 19.6%에 그쳤다.
홍준표 한국당 대표 역시 이날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최고위원회의를 열고 당대표직 사퇴를 선언했다. 홍 대표는 "우리는 참패했고 나라는 통째로 넘어갔다“며 ”모두가 제 잘못이고 모든 책임은 제게 있다"고 말했다. 이날 홍 대표 사퇴 후, 당 지도부 역시 전원 사퇴했다.
홍 대표는 지난 13일 대표직 사퇴를 시사한 바 있다. 한국당의 패배 윤곽이 잡히자, 본인의 페이스 북에 "THE BUCK STOPS HERE!"라는 글을 올렸다. ‘모든 책임은 내가 진다’는 뜻으로 미국 트루먼 대통령이 자주 썼던 말로 알려져 있다. 홍 대표는 선거 출구조사가 나온 직후에는 당사 밖으로 나가기도 했다.
한국당은 이번 선거로 창당 이래 최악의 참패를 맞이했다. 대구 경북(TK) 광역단체장만 지켰다. 한국당은 일단 김성태 원내대표 권한대행 체재를 가동했다. 당헌 제30조에 따르면, 당 대표가 궐위된 경우, 당 대표가 선출되기 전까지 원내대표, 선출직 최고위원 가운데 최고위원 선거 득표순으로 그 권한을 대행하도록 하고 있다. 김 권한대행은 15일 당 수습방안을 논의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