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네시아 출신 캐런 씨, 졸업생 대표로 총장에게서 졸업장 받아...나이키 한국제조사 입사 예정 / 이준학 기자
지난 24일 경성대학교 졸업식장에서 이색적인 모습이 연출됐다.
수석 졸업자 겸 졸업생 대표로 한국인이 아닌 외국인 유학생이 총장으로부터 졸업장을 받은 것. 주인공은 인도네시아에서 온 유학생 캐런(23, Karen Widjuju) 씨. 경성대 국제무역통상학과를 4년 만에 졸업한 캐런 씨는 한국 사람과 구분이 안될 정도로 유창한 한국어 실력을 자랑했다. 그녀의 유학생활을 지켜본 경성대학교 권융 기획부총장(국제무역통상학과 교수)은 “캐런이 손으로 쓴 글씨는 한국인이 쓴 것보다 더 예뻐서 사람들을 놀라게 한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캐런 씨는 유창한 한국어 실력의 배경으로 본인만의 학습 습관을 꼽았다. 그녀는 “한국어를 포함해 궁금한 것은 망설임 없이 아는 사람에게 질문했고, 새로운 것을 알아가는 과정을 즐겁게 여겼다”고 말했다. 그녀는 한국어 실력에 자신이 넘치는 듯 시빅뉴스와의 인터뷰 역시 한국어로 진행했다. 캐런 씨는 “한국에 온 지 4년 내내 내가 하고 싶은 말을 한국어로 표현하려고 노력했다. 실수를 줄이기 위해 같은 표현을 한국어로 반복해서 연습하는 습관을 가졌다”고 말했다.
이런 악착같은 학습 태도로 캐런 씨는 경성대에서 값진 기회와 경험을 많이 얻었다고 자랑하기에 바쁘다. 그녀는 “인도네시아에 머물러 있었다면 잘 몰랐을 새로운 진로와 값진 경험들을 한국에서 접하게 돼서 기쁘다”며 “경성대 입학부터 졸업까지 모든 학업과정에서 ‘도전하는 삶’이 소중하다는 사실을 배웠다”고 말했다.
캐런 씨는 인도네시아에서 고등학교를 다니던 시절에 현지 교회의 집사님을 통해서 경성대의 존재를 알게 됐다. 경성대학교가 유학생을 위한 장학제도를 잘 갖췄다는 점도 그녀가 경성대로 유학을 결심했던 이유 중 하나였다. 경성대 한국어 입학 시험과 면접을 주도면밀하게 준비했던 그녀는 “경성대 합격 소식을 들은 직후, 한국에 가서 열심히 공부하자는 열의를 다졌다”고 회상했다.
캐런 씨의 적극적인 유학생활은 결국 큰 성과를 냈다. 국내 굴지의 신발생산 업체이자 ‘나이키(NIKE)’의 제조사인 태광실업(주)의 직원으로 입사하게 된 것. 캐런 씨가 태광에 발을 디딘 데는 교육부 지원을 받아 5년간 운영되고 있는 경성대학교 신발사업단의 주선이 계기가 됐다. 신발사업단은 우수한 재학생을 엄격히 선발해서 세계적 신발제조사에 취업시키는 신발산업 엘리트 인력양성 프로그램. 캐런 씨를 신발사업단으로 이끈 경성대 국제무역학과 서영순 교수는 “결국 캐런 스스로가 지금의 성과를 이룬 것”이라며 그녀를 치켜세웠다. 서 교수는 “캐런은 우리 말뿐만 아니라 인도네시아, 영어 모두에 능통하다”며 “캐런은 글로벌 신발산업을 이끌어 갈 충분한 자질과 역량을 갖췄다”고 말했다. 캐런은 교내 영어 토론대회에서 한국 학생들을 물리치고 당당히 우승하기도 했다.
캐런은 신발사업단 인력양성 과정에 참여해서 신발업체인 ‘트렉스타’의 인턴 경험과 역시 신발 브랜드 회사인 ‘뉴발란스’ 방문 경험을 통해 신발산업의 동향과 살아 있는 정보를 배웠고, 이런 경험이 신발회사의 취업으로 이어진 것. 서 교수는 “캐런의 목표가 뚜렷했고 남보다 노력을 더 했기에 이룬 결과”라며 “한국 학생들은 물론 다른 외국인 유학생 중에서도 두각을 보인 캐런은 경성대 유학생의 성공적인 모델”이라고 말했다.
딸의 학부 생활을 멀리서 지켜본 캐런 씨의 부모 역시 이 같은 결과를 내도록 도와준 경성대학교에 감사의 말을 전했다. 어머니 쿠위(Kwee Hau cing) 씨는 “내 딸이 자랑스럽고 대견하다. 한국에서 본인의 재능을 발휘하게 된 것은 칭찬받을 일이다”고 말했다. 이어 “딸의 유학 초기에는 그립기도 했고 처음 1년간은 걱정을 많이 했다”며 “스카이프(Skype)를 통해 매주 연락을 했는데, 힘든 내색 없이 한국 대학에 잘 적응하는 모습을 보며 점차 안심하게 됐다”고 이야기했다. 그녀는 “한국에서의 경험은 딸 캐런에게 소중한 자산이 될 것"이라며 "값진 경험을 마련해준 경성대에 거듭 감사하다”고 소감을 전혔다. 서영순 교수는 “캐런의 노력이 없었다면 경성대의 좋은 환경 역시 의미가 없었을 것”이라고 화답했다.
캐런 씨는 앞으로 한국과 인도네시아를 오가며 신발산업계에서 일할 예정이다. 그녀는 국제적으로 인정 받는 신발산업계의 관리자가 될 꿈을 꾸고 있다. 그녀는 자신의 노력이 오늘날 성과의 발판이었음에도 그녀의 유학생활과 진로를 도와준 경성대 신발사업단과 교수들에게 그 공을 돌렸다. 캐런은 “여기까지 온 것은 기적에 가깝다. 처음 경성대에 왔을 때는 이런 성과를 얻을지 몰랐다. 교수님들과 학교의 관심과 도움으로 이렇게 성장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캐런 씨의 겸손은 그녀의 능력과 함께 그녀의 미래를 더욱 밝게 비추는 듯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