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월 중순 김영죽(51, 부산시 금정구) 씨는 생일을 맞아 대학생 딸이 선물한 케이크를 받아들고 감격했다. 흰색 밀크 크림 바탕에 ‘축 생일’이라든지 ‘HAPPY BIRTHDAY’ 등 글자가 그려진 평범한 케이크가 아니었다. 초컬릿으로 골프장 페어웨이 그림이 그려져 있고, 여기에 ‘사랑하는 우리엄마 나이스 샷’이라고 글자가 씌여져 있었던 것이다. “아니, 요즘 엄마가 골프에 취미가 들어 열중하고 있는 줄 어떻게 알고” 하는 생각에 딸을 꼭 안아줬다. 김 씨는 “가족들과 함께 나눠먹으면서 특별한 생일을 보낼 수 있어서 기뻤다”면서 “카카오톡 프로필에 이 케이크 사진을 올려놓으니 매우 재미있는 케이크라며 많은 지인들이 축하해줬다”고 말했다.
부산 서구에서 ‘잇 모어 케이크’를 운영하고 있는 정민수(28, 부산시 서구) 씨는 “요즘 많은 분들이 케이크를 주문제작할 수 있는 우리 가게를 찾아주신다”고 말했다. 주문제작 케이크가 인기를 끄는 것은 좋은 날, 추억하고 싶은 날, 연인에게, 혹은 가족에게 전하고 싶은 메세지를 조금 더 특별하게 전할 수 있는 방법인 것 같기 때문이라는 것. 정 씨는 ”기념일이 조금 더 특별했으면 하는 것은 모두의 생각일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생일축하 케이크 시장에 변화가 일고 있다. 기존의 프렌차이즈 베이커리에서 판매하는 케이크보다 주문자의 개성을 듬뿍 드러낼 수 있는 주문제작 케이크 베이커리가 인기를 끌고 있다. 이 주문제작 케이크에는 생일을 맞은 사람이 좋아하는 캐릭터, 또는 문구를 만들어 넣거나, 심지어 해당자의 캐리커쳐까지 담기기도 한다. 주문자는 세상에 하나뿐인 케이크를 생일을 맞은 친구나 친지, 가족에게 선물하고 싶어 하는 것이다.
정 씨의 가게에는 주로 젊은 분들이 찾고 있다. 온라인으로만 가게를 홍보하다 보니 보통 손님의 연령층이 20, 30대로 젊다는 것. 이번 여름에 정 씨 가게를 찾은 한 손님은 한 50대로 보이는 부인이었는데 아들을 위한 케이크를 직접 주문하기도 했다. 정 씨는 “그 부인은 어린 나이에 가장이 된 아들에게 힘을 주고 싶다고 하면서 뜻깊은 선물이 될 것 같다며 상기된 표정을 지었던 것이 기억에 남는다”고 말했다.
주문 케이크는 일반 케이크보다 조금 더 비싸지만 특별한 날 자신에게 소중한 사람을 위해 특별한 케이크를 주문하는 것은 심리적인 만족감을 중시하는 요즘의 소비 형태, 이른바 ‘가심비’ 선호 풍조를 반영하는 것이라고 정 씨는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