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 마케팅(Day Marketing)’은 일상속의 특정한 날짜를 이용해 기념일을 만들고, 특정 기념일이 다가올 때 소비자의 구매 욕구를 자극하는 것이다. 최근 데이 마케팅에 동조하는 사람들이 늘어나며 많은 기념일이 하나의 문화로 자리잡고 있다.
오는 14일 ‘로즈데이’와 흔히 알려진 11월 11일 ‘빼빼로데이’도 데이 마케팅으로 만들어진 기념일이다. 2월 14일은 여성이 남성에게 초콜릿 선물을 주는 ‘발렌타인데이’, 3월 3일은 3이 겹쳐서 ‘삼겹살데이’, 닭다리 모양을 연상시킨다는 9월 9일 ‘구구데이'다. 이 외에도 ‘실버데이’, ‘블랙데이’, ‘화이트데이’, ‘와인데이’ 등 다양한 ‘데이’들이 생겨나고 있다. 대학생 최우혁(24, 부산시 동래구) 씨는 “어릴 적에는 ‘특별한 데이’가 몇 개 없어서 재밌는 문화였는데, 요즘은 OO데이가 너무 많아서 잘 모르는 ‘데이’가 대부분"이라고 말했다.
몇몇 기업은 성공적인 데이 마케팅으로 큰 수익을 얻기도 한다. 롯데제과에 따르면, 11월 11일 빼빼로데이 당일의 매출은 평소 대비 30배 가량 높다. 빼빼로 판매량은 8000배 이상 증가하며 이는 회사 전체 연매출 중 약 55%에 달한다.
하지만 모든 데이 마케팅이 성공하는 것은 아니다. 롯데제과가 빼빼로데이로 큰 이익을 올리자, 해태제과는 10월 31일 짝사랑하는 사람한테 자사 제품인 ‘에이스’를 주면 사랑이 이뤄진다는 ‘에이스데이’를 만들었다. 또 제과회사 오리온은 숫자 12를 옆에서 보면 고래 모양 같다고 해서 12월 12일을 과자 ‘고래밥데이’로 만들어 홍보했다. 하지만 두 곳 모두 별다른 수익을 얻지 못하고 데이 마케팅의 실패 사례로 꼽힌다.
반면 상업적인 ‘데이 마케팅’에 맞서 농산물 소비 촉진을 독려하는 ‘데이’도 생겼다. 바로 3월 14일 ‘백설기데이’다. ‘백설기데이’는 상업적인 마케팅으로 시작된 화이트데이(White Day)에 사탕 대신 ‘티 없이 깨끗하고 신성한 음식’이란 뜻을 가진 우리민족 고유 음식 ‘백설기 떡’을 선물하자는 날이다. 쌀 소비를 촉진하고, 우리 쌀 사랑정신을 고취하기 위해 정부가 지정한 기념일로 2012년부터 시작됐다. 빼빼로데이로 알려진 11월 11일도 우리나라 전통 음식인 ‘가래떡’ 시장을 활성화할 수 있는 ‘가래떡 데이’로 지정하자는 의견도 조성되고 있다.
대학생 최호중(24, 부산시 연제구) 씨는 데이 마케팅으로 생긴 많은 기념일이 달갑지 않다. 최 씨는 여자친구와 OO데이 같은 기념일을 챙기지 않기로 했다. 하지만 최 씨는 “다른 사람들이 이런 기념일을 챙기는 걸 보면, 괜히 나도 챙겨야 할 것 같은 부담감이 생긴다”고 말했다.
실제로 최 씨처럼 데이 마케팅에 부담을 느끼는 소비자가 많다. 결혼 정보회사 '가연'에서 미혼 남녀 회원 428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33%가 기념일을 ‘챙기는 것이 고민스러운 날’이라고 답했다. 27%는 ‘상술로 생겨난 날’이라며 60%가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한편 한국소비자원의 관계자는 “데이 마케팅이 일상의 소소한 이벤트가 될 수도 있다”며 “다만 사회적으로 강요 되거나, 기업이 너무 억지스러운 데이 마케팅으로 소비자에게 불쾌감을 주지 않게 주의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