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서울 강서구 PC방에서 불친절하다는 이유로 손님이 아르바이트생을 살해한 사건이 일어났다. 피해자는 21세의 나이로 모델 지망생을 꿈꾸는 청년이었다. 대타가 구해지기 전까지 PC방 일을 돕다 안타깝게도 마지막으로 일 하던 날 청년은 숨을 거두었다. 얼굴과 목 부분을 중심으로 32번을 찌른 잔인한 피의자는 우울증과 심신미약을 주장해 더욱 국민들의 분노를 사고 있다. 이에 지난 달 17일 청와대 국민청원에는 ‘강서구 PC방 살인사건. 또 심신미약 피의자입니다’라는 제목으로 심신미약을 주장하는 피의자를 강력하게 처벌해달라는 글이 올라왔다. 이 청원은 지난 달 21일 당시 역대 최대 청원 수인 77만 명을 기록했으며, 청원 수가 계속 오르고 있다.
위의 사건이 있기 5개월 전 6월 경북 포항의 한 약국에서도 살인사건이 일어났다. 40대 남성이 여성인 약사와 종업원에게 흉기를 휘둘러 종업원이 끝내 사망한 사건이다. 이 피의자 역시 정신지체 장애가 있어 감형될 가능성이 있다. 강서구 살인사건이 국민청원으로 이슈가 되면서 포항 약국 살인사건도 강력하게 처벌해 달라는 글이 국민청원에 올라왔지만 현재 6만 명 조금 넘은 수를 채웠다. 이 두 사건의 차이는 피해자의 성별이 다른 것뿐이다. 하지만 사람들의 관심은 이 두 사건의 청원 수 차이가 12배 이상 나는 것처럼 크다. 심지어 포항 약국 사건을 아예 모르는 사람들도 많다.
이 두 사건 다 안타까운 사건인데 이런 일에까지 성별을 대입하여 생각해야하냐는 사람들도 많을 것이다. 하지만 사람들의 관심 차이가 현실을 말해준다. 현실은 마치 모든 범죄 사건에서 여성들이 피해자인 것을 당연하게 받아들인다. 여성들이 죽는 것에 무감각해진 것이다. 언론도 마찬가지다. 여성이 피해자인 사건들은 뉴스 가치가 없는 것인지 지상파 뉴스에서도 포항 약국은 간단하게 보도됐을 뿐이다. 강서구 사건이 더 잔인하다는 의견도 있을 수 있다. 무려 피해자의 얼굴과 목만을 중심으로 32번을 찔렀으니 말이다. 하지만 포항 약국 사건의 CCTV 영상을 본다면 그렇게 말 할 수 없을 것이다. 영상에는 피해자가 흉기에 찔리는 모습이 아주 적나라하게 나온다.
강서구 사건의 피해자가 모델 지망생이었다는 것까지 밝혀지며 많은 사람들의 안타까움을 더했다. 하지만 서울 강남역 살인사건의 경우 피해자 여성의 꿈보다는 오히려 피의자가 목사를 꿈꾸던 신학생이었다는 것이 더 주목될 뿐이었다. 모든 살인사건의 안타까움에는 경중이 없지만, 이러한 차이를 보면서 무언가 무력감이 들었다. 앞으로도 남성들보다는 많은 여성들이 살해당할 확률이 높다. 하지만 무고하게 살해된 여성들 중 사회에 알려지는 여성들은 얼마나 될까? 우리 사회는 이러한 문제에 대해 경각심을 가져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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