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2월 주택 화재 때 구조 나섰다 화상 입어...국민 생명보호 공로로 영주권 부여 첫 사례 / 류효훈 기자
화재 현장에 뛰어들어 90대 할머니를 구한 불법 체류자 스리랑카인 이주노동자가 영주권을 받게 됐다. 국민의 생명 및 재산 보호에 크게 기여한 공로를 인정받아 영주권을 받은 사례는 이번이 처음이다.
16일 복수의 언론에 따르면, 법무부 ‘외국인 인권 보호 및 권익증진협의회’는 지난 13일 참석위원 만장일치 의견으로 스리랑카인 카타빌라 니말 씨에게 영주 자격을 부여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니말 씨는 2011년 9월 고용허가제(E-9) 비자를 받아 한국에 왔지만, 3년 뒤 비자 기한이 만료되면서 미등록 체류자 신세가 됐다. 지난해 2월 경북 군위군 한 과수원 인근 주택에서 불이 나자, 현장으로 달려 간 니말 씨는 집안에 사람이 있다는 말을 듣고 불 속으로 과감히 뛰어 들어 혼자 살던 90대 노인을 구했다.
이 과정에서 니말 씨는 얼굴과 목에 2도 화상을 입었으며 그때 들이마신 연기로 기도와 폐가 손상돼 병원에서 한 달간 입원 치료를 받았다. 구조 당시 니말은 체류 기한이 6개월 이상 지난 상태였다. 지난 달 28일 동아일보에 따르면, 그는 “스리랑카에 있는 노모 생각에 집 안에 갇힌 할머니를 외면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소식을 접한 보건복지부는 불법 체류자임에도 불구하고 2017년 6월 니말 씨를 의상자로 인정했다. 의상자는 다른 사람의 생명이나 신체를 구하려다 다친 사람으로 보건복지부는 의상자 증서와 함께 보상금을 지급하고 법률에서 정한 예우 및 지원을 했다.
뿐만 아니라 LG복지재단으로부터 외국인 최초로 ‘LG 의인상’도 받았다. 더불어 대구출입국 외국인 사무소도 불법체류 중인 니말 씨가 국내에서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기타(G-1) 자격으로 체류 자격 변경을 허가했다. 더불어 불법체류와 관련된 범칙금까지 면제해줬다.
영주권을 받게 되는 니말은 앞으로도 한국에 살고 싶다고 말했다. 16일 한국일보 보도에 따르면, 그는 “스리랑카도 젊은 사람들이 많아 저처럼 나이 많은 사람을 고용하려 하지 않으려 해 실직자가 될 게 분명하다”며 “자리가 잡히는 대로 고향의 아내와 두 남매를 초청해 함께 한국에서 사는게 꿈”이라고 말했다.
세계이주민의 날인 18일 오전 대구출입국외국인 사무소에서 니말 씨에 대한 영주자격 수여식이 열린다. 수여식에는 화재 현장에서 구조된 할머니 가족, 주한스리랑카대사관 관계자 등이 참석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