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기술표준원, 76건서 위해성 확인...대형유통매장·온라인 판매 원천 차단하기로 / 신예진 기자
최근 어린이들 사이에서 열풍이 불고 있는 장난감 ‘액체괴물(슬라임)’이 안전기준 부적합 판정을 받아 어린이들의 건강에 적신호가 켜졌다. 액체괴물 상당수에서 가습기 성분이 검출돼 국가기술표준원은 리콜 명령을 내렸다.
산업통상자원부 국가기술표준원(국표원)은 어린이 제품 등 46개 품목 1366개 제품에 대한 안전성조사 결과, 안전기준을 충족하지 못한 74개 업체, 132개 제품에 대해 수거·교환 등 리콜명령 조치를 내렸다고 20일 밝혔다.
국표원은 특히 어린이들에게 인기가 높은 액체괴물에 대한 안전성에 주목해 시중 유통 중인 액체괴물 190개 제품에 대한 정밀조사를 실시했다. 그 결과 총 76개 제품에서 위해성이 확인됐다.
일명 ‘슬라임’으로 불리는 액체괴물은 찰흙보다 말랑하고 젤리처럼 쫀득한 촉감이 특징이다. 아이들은 슬라임으로 특정한 모양을 만들거나 책상처럼 평평한 곳에 펴 손가락으로 눌리며 슬라임 놀이를 즐긴다. 일부 젊은 연예인이 본인의 SNS에 슬라임 놀이 영상을 올리며 어린이들의 눈길을 끌기 시작했다. 그 바톤을 이어받아 현재 유튜브 등 온라인에서는 슬라임이라는 단어만 검색하면 초등학생들이 슬라임 놀이를 하는 영상들이 쏟아진다.
문제는 슬라임에서 검출된 성분들이 어린이들의 건강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이다. 클로로메틸이소티아졸리논(CMIT)과 메틸이소티아졸리논(MIT) 성분은 호흡기 질환을 유발한다. 가습기 살균제에도 들어갔던 성분으로 사용이 금지됐다. 또 시력장애, 호흡기 장애 등을 일으킬 수 있는 폼알데하이드도 성분도 기준치를 넘겼다. 간·신장 등의 손상을 부르는 프탈레이트계 가소제도 기준치 9배가 넘는 양이 검출됐다.
전문가들은 슬라임에서 발생하는 환경호르몬 등이 심각한 건강 피해를 부를 수 있다고 경고했다. 허정민 환경공학 박사는 YTN을 통해 “아이들 같은 경우는 신체 방어기전이 아직 발달되지 못한 상태이기 때문에 유해물질이 몸속에 들어왔을 때 이것을 해독하고 배출하는 기능이 약하다. 성장기 어린아이들에게 노출되면 이른 성징이 나타나는 성(性)조숙증과 생식 기능 저하, 성장 장애 등의 원인이 되기 때문에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고 말했다.
생각 없이 가지고 놀게 나뒀던 슬라임이 유해 물질 범벅이었다는 소식에 부모들은 분통을 터트렸다. 7세 아이를 둔 A 씨는 “당연히 몸에 좋지 않을 거라는 것은 어느 정도 알았다”며 “그런데 이 정도일 줄은 상상도 못했다”고 말했다. A 씨는 “왜 이제야 검사해서 뒷통수를 때리는 지 모르겠다”며 “미리미리 검사해서 안전성 확보된 제품만 시장에 내놔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편 국표원은 위해성이 확인된 제품에 대해 리콜을 명령했다. 사업자는 제품안전기본법 제11조 등에 따라 해당제품을 즉시 수거하고 이미 판매된 제품은 수리·교환·환불 등의 처리를 해야 한다. 국표원의 명령에 위반할 시 제품안전기본법 제26조에 따라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최고 3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아울러 리콜 제품은 리콜제품 안전정보센터() 및 행복드림(www.consumer.go.kr)에 공개됐다. 국표원은 문제 제품을 위해 상품 판매 차단 시스템에도 등록해 전국 대형 유통매장 및 온라인 쇼핑몰 판매를 원천 차단했다. 국표원은 앞으로 어린이제품에 대한 안전관리를 더욱 강화한다는 계획이다.
국표원은 리콜 제품을 구입한 소비자들이 능동적으로 제품 교환에 나설 것을 부탁했다. 국표원은 “리콜제품을 구입한 소비자들도 제조·수입·판매 사업자에게 수리·교환·환불 등을 요구할 수 있다”며 “소비자·시민단체와 상호 협력을 통해 리콜제품이 시중에서 유통되지 않도록 지속적으로 감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만약 수거 되지 않은 제품을 발견하면 국민신문고 또는 한국제품안전관리원(02-1833-4010)으로 신고하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