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해경찰서 "낙태 진정 받았다"며 산부인과 환자 26명에 출두 요구..."심각한 인권 침해" 여성계 분노 / 신예진 기자
“성인 여성들은 건강검진의 개념으로 산부인과를 다닙니다. 임신 중절 환자를 찾는다는 명목으로 일반 여성들의 진료 기록이 공유되고, 경찰의 의심과 조사까지 받는 이 상황을 참을 수가 없습니다. 길거리에서 살인사건이 발생했는데 단지 그 거리를 지나갔다는 이유로 피의자로 의심받는 것과 무슨 차이가 있나요.”
경남 남해경찰서가 임신 중절(낙태)를 한 여성을 찾아내기 위해 해당 지역 A 산부인과를 찾은 여성 26명을 대상으로 낙태 여부를 조사한 사실이 드러나 여성들의 반발이 거세다.
경찰은 지난 9월 A 산부인과에서 낙태 수술을 한다는 진정을 접수했다. 그리고 지난 11월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받아 건강보험심사평가원으로부터 해당 병원을 이용한 26명의 인적 사항을 확보했다. 그리고 경찰은 A 산부인과를 찾은 26명의 여성들에게 '업무상 촉탁 낙태죄' 참고인 조사 출석을 요구해 조사를 벌였다.
특히 경찰은 조사 과정에서 출석한 여성들에게 ‘낙태한 적이 있는지’를 직접적으로 물었다고 한다. 한국여성민우회에 따르면, 한 여성은 “임신하려고 노력했으나 잘 안 됐고 결국 사산하여 치료받았다”는 사실을 진술해야 했다. 또 다른 여성은 "출산한 지 얼마 안 됐고 신생아가 있어 못 간다"고 경찰에 알리자, 경찰은 계속 문자나 전화로 출석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이번 논란에 대해 일반적인 조사 과정이라는 입장이다. 경찰은 복수의 언론에 "진정이 접수됐기 때문에 26명에게 낙태 사실을 물은 것은 맞지만, 낙태한 것으로 확인된 여성을 참고인 신분으로 조사했을 뿐 입건하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문제는 현재 낙태죄에 대해서 헌법 소원이 진행 중이라는 점이다. 보건복지부 역시 헌법 소원 결과가 나오기 전까지 행정처분을 하지 않겠다고 발표했다. 심지어 낙태 수술 여부는 심평원 자료에서 확인할 수 없다. 그러나 심평원을 압수 수색하고, 해당 병원에서 진료 받은 여성 환자들 자료를 요청해 이를 얻어냈다. 민감한 개인정보를 수사에 활용한 것이다. 여성들이 ‘명백한 인권침해’라고 지적하는 이유다.
직장인 김모(28, 부산시 진구) 씨는 “저 26명의 여성을 찾아내기까지 얼마나 많은 여성의 의료기록을 함부로 봤을까”라며 “최소한의 여성 인권도 지켜지지 않은 나라에서 아이를 낳고 싶은 마음이 생기겠나?”고 분노했다. 한 네티즌은 “사산의 슬픔까지 뒤지는 경찰의 조사는 너무 끔찍하다”며 “여자라는 이유로, 산부인과에 갔다는 이유만으로 수사당해야 하는 건 어느 나라의 인권인가?”라고 반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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